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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Mar 31. 2024

[쓰밤발오5] 변했기 때문에 변하지 않을 수 있는

오늘은 겨울왕국 가챠피규어를 선물 받았으니 겨울왕국에 대해서 써본다. 겨울왕국1,2 모두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내 취향은 겨울왕국 2다. 책 ⌜사랑예찬⌟을 읽고 브런치에도 글을 썼듯, 나는 두 사람의 선택에 물리적으로 함께하는 것이 포함되어있지 않아도 그 의견을 존중하며 헤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겨울왕국2가 딱 그런 이야기다. 


겨울왕국2의 첫 노래는 somethings never change로,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노래 초반에 안나는 '너의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처럼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노래 마지막 부분에는 다 같이 손을 잡기도 하고. 노래의 내용이 제목 그 자체다. 함께 있는 지금이, 서로 손을 잡고 있는 지금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 


이 노래가 끝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바로 무언가 변하기 시작한다. 아렌델을 구하기 위하여 엘사, 안나, 올라프, 크리스토프는 여정을 시작해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고, 엘사는 정령들과 숲에 안나는 여왕이 되어 아렌델에 남는다. 영화 마지막에 안나와 엘사는 전처럼 손을 잡고 있을 수 없도록 상황이 변했지만, 서로를 아끼는 마음속에서는 늘 함께인 것은 변함없으니 첫 노래가 곧 스포일러이기도 하다.


무언가는 변했기에 그 관계를 지킬 수 있었던 이 결말이 마음에 든다. 아마 엘사는 영화에서의 변화를 맞이하지 않았다면 혼란에 빠졌을 것이고, 또다시 안나의 손을 놓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관계는 자신부터 지킬 때 순항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엘사도 직감적으로 알지 않았을까? 평생 안나와 함께하는 순간을 얼릴 수는 없고** 정령의 소리이자 엘사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자신의 소리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엘사가 불러온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관계를 지켜낼 수 있던 건 안나 덕분이다. 안나가 뿌리 뽑히지 않고 굳세게 해야 할 일을 했기에 맞이한 결말이기 때문이다. 초능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일반인 안나는 언니를 위해, 언니와 함께 하기 위해 두려움을 이기고 맨 몸으로 시련에 맞선다. 어쩌면 안나의 초능력은 사랑일 수도 있겠다. 겨울왕국이 영웅 이야기라면 당연히 영웅은 엘사, 안나 두 명이다. 


생각해 보면 겨울왕국 1도 비슷하다. 2개의 시리즈에서 엘사는 자신을 찾아가는 것에 초점을 두지만, 안나는 엘사와 함께하고 더 나아가 아렌델을 구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그래서 엘사는 변화를 불러오고, 안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얼어버린 언니를 구한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물리적으로 헤어졌기에 겨울왕국 2가 더 내 취향일 뿐이다. 너무 좋다. 다양한 관계가 물리적으로 헤어짐으로써 각 개인의 인생도, 여전히 사랑하기에 서로를 아끼는 마음도 순수하게 지켜낼 수 있는 이런 결말들이. 취향 참 확고하고 독특하지만 찾을 때마다 재밌다. 



*somthings never changs like how i'm holding tight to you -somthings never change 중

**I can't freeze this moment - somethings never change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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