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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Apr 04. 2024

[쓰밤발오9] 부상

축구를 하다가 무릎을 다쳤습니다.

그래도 이 루틴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서 브런치를 켰습니다.


사실 지금은 글쓰기고 내가 세상에 내놓고 싶은 가치고 어쩌고 다 아무 생각이 안 들어요.

그저 크게 다친 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걷기 무섭다는 생각뿐이네요.

넘어지면서 똑 뿌러지는 소리가 낫는데, 부디 십자 인대 파열만 아니길 계속 빌고 있습니다.


내가 세상에 어떤 가치를 내놓고 싶든,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쓰면서도 이렇게 투정만 부릴거면, 제대로 된 글을 내놓지 않을 거면 그저 '루틴'이라는 이유로 글을 작성하는 것이 과연 맞는가? 허울뿐이진 않은가? 여러 고민이 드네요.


그래도 써봅니다.


저는 겁이 진짜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편입니다.

그래서 다치자마자는 처음 느끼는 통증에 어? 망했다.. 하는 생각이 먼저였고, 그 뒤부터는 내내 미래를 걱정했습니다. 여러가지 상상을 했죠. 내가 빌린 책들은 어떡하지. 혹시 수술이라도 해야 되면? 나 돈도 없는데. 부모님께 너무 민폐만 끼치는 거 아닐까. 속상하다. 무리했으면 안 됐는데. 그러게 나오기 전에 무릎 보호대 2개 챙길걸 생각해놓고 안전 앞에서 왜 허세를 부렸지? 나 나이먹고 세계여행하는 멋진 할머니가 되어야 하는데 무릎 아파서 못하면 어쩌지? 아니 당징 나 취직해야 될 것 같은데 무섭다. 등등.


90세까지 인생 여행하다가 왔네요.

쓰면서 뭐 그렇게까지 걱정했나 싶어서 민망함에 웃음이 조금 나요.

내일 이 글은 병원 갔다와서 오전에 결과를 바로 밑에 적어서 올려야겠습니다.

이 글을 비웃고 싶어요. 별 일도 아닌데 뭐 그리 걱정했냐면서. 역시 상상력 하나는 풍부하다면서.



무릎 mri 촬영을 기다리고 있어요. 건강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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