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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Apr 05. 2024

[쓰밤발오10] 이런 상황에서 왜 웃음이 나냐

무릎 내측인대 파열이랍니다. 돈도 꽤 깨졌네요. 허참... 6주간 보조기 생활을 하라고 하십니다. 


기분이 묘해요. 제가 2년 동안 쉬면서 했던 걱정의 상상 중에 하나가 이렇게 쉬다가 갑자기 크게 다쳐서 구직활동도 못 하게 되고, 큰돈만 깨지는 장면이었거든요? 지금 그 장면 속에 제가 있습니다. 장기 백수라서 한 푼이 소중한데, 결국 이런 날이 오네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일단 지금은 통증이 심해서 누워서 유튜브를 보는 중이에요. 보면서 웃고 있는데 갑자기 불안이 올라오곤 합니다. 이제 막 취업 준비에 재미도 붙이고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던 참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요. 이미 서류 제출한 곳에서 면접이라도 보러 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생각도 들어요.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뜁니다.


이상한 건 뭔지 아세요? 그러다가 갑자기 웃음이 나요. 왜냐면 제가 상상한 장면 중에 하나가 이렇게 아프고 난 뒤에 갑자기 인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거였거든요? 그냥 그때도 그랬어요. 무슨 논리인지, 어떤 증거가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그 뒤로 다 술술 잘 풀리고 갑자기 돈도 생기는 상상으로 이어졌어요. 아마 최악의 상황까지 갔으니 해피엔딩을 너무 원했나 봅니다. 그래서 그때도 상상하다가 웃겨서 웃었는데, 지금도 그러네요. 그래서 그렇게 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혼자 웃다가 이 정신승리 뭐냐? 하면서 비웃기도 했어요. 마음껏 비웃었는데 신기하게 비가 그치네요? 또 그냥 웃었습니다. 정신실패를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럼 승리한 제가 잘한 거잖아요. 지금은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가고 감사함만 남았습니다. 일하는 도중에 다쳤다면 골 아팠을 텐데, 마음껏 쉴 수 있을 때 아픈 거라서, 전방십자나 외측인대까지 파열된 건 아니라서, 병원에 차로 데려다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그리고 저 사실 제가 너무 골칫덩어리 같았거든요? 취직도 안 하고, 축구하다가 이렇게 다치기나 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볼까 봐 무서웠는데, 그건 그냥 제 내면의 소리였더라고요. 걱정해 주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다는 것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웃으면서 그래 이 액땜으로 더 행복하게 살아주마 하면서 감사해하고 있지만,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그때는 이곳에 글을 남기려고요. 밤에 안 쓸 수도 있겠네요. 이 루틴은 잊지 않고 이어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맞이한 아침 지금의 기분은 조금 불안하지만 생각보다 별 감정이 안 듭니다. 원래 하던 루틴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운동 빼고.. 내 작고 귀여운 근육들아... 떠나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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