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시'를 보고.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침대에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다. 자타공인 집순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바깥공기가 그립다. 풍경이 어땠더라.. 혼자 드라마 쓰면서 마지막 잎새를 기다리는 비련의 여주인공인 콘셉트 잡아보다가 이 또한 물렸다. 또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며 가벼운 집중력으로 볼 영화를 골랐다. 디즈니 100주년 기념의 영화, 위시. 디즈니덕까지는 아니지만 애정 어린 시선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 선택했다.
어? 너무 재미없는데?
재미가 없다. 이해도 잘 안 된다. 왜 국민의 소원을 왕한테 맡겼는지 시작부터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진짜 마법의 힘이 필요한 소원도 아니다. 기타를 치고 노래하며 사람들에게 영감주기, 재단사 되기 등의 소원을 왜 왕한테 맡기는 거지? 이런 설정이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건가? 요즘 유행하는 밈인 아 노력 없이 영어 잘하고 싶다. 이런 거? 그러면 혁명을 일으키는 개연성이 부족하지 않은가? 내 소원이 뽑히길 기다려야지 그걸로 혁명을 일으키면 개연성이 어디에 있는 거지? 소원을 한 개씩 받아서 왕이 그걸로 권력을 잡고 정치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사람의 소원이 하나라는 말인가? 모르겠다. 아무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주인공도 매력이 없다. 영화 주인공이라면, 특히 이런 히어로(이긴 하니까 혁명의 주동자) 역이라면 왜 이 사람이어야 하는지 개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서사도 부족하다. 차라리 인턴 지원했다가 최저임금도 안 지켜주는데 근무시간 보장도 안돼 기타 등등의 문제로 혁명을 일으키는 게 더 개연성이 있지 않을까?
심지어 중요한 별캐릭터도 그림체가 너무 튄다. 엑스포나 지자체, 올림픽이나 월드컵 조연 캐릭터 같은 느낌이다. 자체로는 귀여운데 이 영화의 전반적인 그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가 디즈니랜드에 가면 볼 수 있는 불꽃놀이의 디즈니성에 쏘는 영상 같다. 그 영상은 20-30분짜리에, 디즈니의 하이라이트만 모아놓은 모자이크식 구성에, 대충 우리의 소원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답니다! 빌런들이 우리를 괴롭혀도 이겨내면 돼요!라는 메시지를 전달만 하면 되는 것이 목표인 영상이다. 문제는 이 영화는 1시간 30분짜리 '영화'라는 점이다.
나도 모르게 기대했는지 어이없어서 웃음이 난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회사의 100주년 기념인데, 그래서 더 아쉬운가 보다. 아쉽다. 그래픽도 전반적으로 예쁘지가 않다. 어디선가 2D 시절의 디즈니를 3D로 재현한 거라는 걸 본 것 같은데, 특이하긴 한데 예쁘진 않다. 빨리 인사이드아웃 2, 모아나 2를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