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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Apr 24. 2024

[쓰밤발오29] 햇빛이 나를 째려본다

백수

              심슷

정오 즈음

한가롭게

침대에 누워있다

햇빛이 나를 째려본다

따갑다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내가 쓴 시다. 오늘따라 유난히 공감되어 브런치에도 옮기고 싶어졌다.


원래 잘 때 움직임이 많다. 엄마 말로는 어렸을 때부터 아크로바틱을 하면서 잤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보조기때문에 자유롭지 않다. 새벽에 발이 저려서 깨고, 악몽을 꾸다가 깨고, 자리를 바꾸다가 아파서 깬다. 수면 효율성이 바닥을 친다.


누워서 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점심시간까지 잠깐 누워있었다. 햇빛으로 밝아오는 내 방. 오늘은 쨍한 햇빛도 아니었는데 따가웠다.


어렸을 때부터 신체에 통증이 느껴지면 가장 먼저, 자동으로 드는 의문은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는데 하기 싫어서 핑계대려고 아프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다. 왜 이렇게 아픈 걸 인정하는 게 힘든지 모르겠다. 내가 정신력으로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기 싫어서 시도해보지 않은 건 아닌지, 그렇게 나약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건지 답답해진다. 햇빛이 나를 노려보는 것만 같다.


웃긴 점은 차라리 "내가 정신력으로 이겨내 주지!!!" 하지도 못한다는 거다. 무리하다가 심해질까 봐 겁먹고 결국 뭘 더 하진 않는다. 그러면서 점점 더 마음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이렇게 악순환으로 빨려 들어간다.


내일이면 다친 지 3주. 빨리 목요일에 병원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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