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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Apr 25. 2024

[쓰밤발오30] 내가 기특하고 대견해  

30일 소감

솔직히 작심삼일 하고 깜빡 잊고, 자괴감 들어서 한 일주일 또 쉬고 난 후에  다시 작심삼일 해보겠다면서 나타날 줄 알았다. 하루도 안 쉬고 30일을 썼다. 이제 내일이면 듀오링고는 100일 연속 달성이다. 돈을 내고 다니는 운동이 아닌 이상 루틴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데 대견하고 기특하다. 심지어 글쓰기 루틴을.. 매일.. 30일... 진짜 기적 같다.


무릎을 다치고 단조로워진 일상에 글감이 걱정되는 날도 많았다. 여러 감정들에 휩쓸려서 준비하던 브런치북은 조금 늦어지고 있다. 그래도 쓰밤발오는 놓지 않았다. 오전에 업로드를 하고, 밤에 글을 쓰기 전 누군가 내 허접한 글에 하트를 눌러주신 걸 보면 신났다. 그냥 일기일 뿐인데 잘 읽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분들 덕에 내가 30일을 썼다. 내 글에 누군가 긍정적인 표현을? 정말 감사했다.


고등학교 3학년, 정시로 가기로 다짐해 놓고 수시에 마음이 흔들렸다. 불안이 흔들어대니 굳건하게 버티지 못하고 논술도 함께 준비하게 됐다. 책 읽기를 너무 싫어했던 내가 공부하고 싶던 전공은 사회과학이었다. 어떤 인문학적 지식도 없고, 논리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차라리 일기를 쓰라고 하면 길게라도 쓸 텐데 논술은 무리였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건 내가 처음 논술 시험을 보러 가기 전 날이었다. 내가 못 쓰는 걸 알면서도, 하루아침에 논술실력이 올라가는 것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전 날에는 논술에 집중했다. 기출문제를 풀고, 당시 논술을 담당하시던 선생님께 가져갔다. 선생님께서는 다 읽으시더니, "뭐 어떻게 하라고?"라고 하셨다. 내일이 시험인데 이런 글을 가져와서 뭐 어쩌라는 것이었다. “이런 걸 가지고 와서 뭘 첨삭하라는 거야? 어이가 없네” 민망하고 뻘쭘해서 차라리 웃어야 할 것 같다. 아직도 나는 그때 생각하면 그 교무실 안에 서있다. 여전히 민망하고 뻘쭘한 채로.


그 마음이 치유가 안 됐는지 글은 늘 무서웠다. 전에 말한 것처럼 대학생 때 쓴 글을 전부 삭제했다. 그래도 잘 쓰고 싶었다. 글 잘 쓰는 사람이 멋있으니까. 그리고 이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서 내 한몫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능력 중 하나니까. 매번 도전하면서도 이렇게 꾸준히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관심을 받으니까 계속 쓰게 됐다. 당근과 채찍 두 가지 역할을 다 해주셨다. 상처받은 마음도 이미 다 치유되었다. 정말 감사하다.


여전히 논리를 갖춘 글을 쓰는 건 어렵지만, 그래도 이제 글쓰기가 무섭진 않다. 마음에 안 드는 글을 쓰는 날도 있고, 무엇을 주제로 써야 할지 모르겠는 날도 있지만, 그래도 재밌다. 쓰다 보면 점점 더 늘지 않을까?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지 않을까? 내 의견과 감정을 다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재밌고 설렌다.


30일 동안 지켜봐 주시고 마음 눌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정말 정말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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