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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Apr 26. 2024

[쓰밤발오31] 3주의 변화

"이제 보조기 차지 마세요"


어찌나 기분이 좋은 말인지. 들어가자마자 진료 침대에 누워서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일 때는 너무 아파서 덜컥 겁을 먹었다. 2-3주면 인터넷에서 통증이 없다고 했는데 왜 나는 통증이 있지? 그 찰나 보조기를 차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더 차면 관절 굳으니까 이제 움직이는 연습을 하라고 하셨다. 운동 뺀 일상생활로 복귀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드디어.


진찰을 받고 나오는데 어? 어떻게 걸었더라? 보조기가 없는데도 절뚝이며, 다친 다리를 굽히지 않고 걸었다. 오른쪽 다리로 걷는 것이 훨씬 편했고,. 심지어 속도도 더 빨랐다. 아니 무엇보다 진짜 어떻게 걸었더라? 그 자세가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 나한테 자연스러운 건 왼쪽 다리는 굽히지 않은 채로 오른쪽에 최대한 힘을 실어 걷는 것이 되었다. 고작 3주 만의 일이었다.


진료실에 나오기 바로 전 인대는 그냥 자연스럽게 붙냐는 질문에 의사 선생님은 "네 다 알아서 붙어요~"라고 쿨하게 말하셨다. 인대는 자연스럽게 붙으면서 고작 3주 근육과 관절을 안 썼다고 걸음걸이는 ‘알아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니 이런 억울한 경우가 다 있나. 숙제도 내주셨다. 서서 무릎 펴서 다리 일자로 서있기, 무릎을 접어서 가슴까지 들어 올리기. 아득하다. 걸음도 마음대로 안 되는데.


평생을 무릎을 굽히고, 근육을 써왔어도 3주 다르게 썼다고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해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이 기가 막힌다. 하지만 동시에 3주의 시간이면 습관을 바꾸거나 새롭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도 배웠다. 24시간 보조기를 착용했으니 시간으로 환산하면 훨씬 길겠지만 말이다. 왠지 희망차졌다. 앞으로 3주면 뭐든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인가?


아마 글쓰기 루틴도 집에만 있던 3주가 아니었다면 중간에 많이 쉬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관절과 근육은 살짝 굳었지만 대신 이 루틴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감사하다.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나든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이 맞았다. 내일은 (발행하는 시점으로 오늘은) 브런치북 연재 시작하리라. 걸음마 연습과 함께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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