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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Apr 28. 2024

[쓰밤발오33] 내가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지금 시각 새벽 1시 49분. 밤에 쓰기로 했는데 자정을 넘긴 새벽에 쓰기 시작한다. 친구와 간단히 맥주 마시고 들어온 이 시간. 내일 오전에 이 글을 보면서 와 술 취하고 글 쓰지 말아야지 하면서 쉬게 될지, 다 갈아엎을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나만의 루틴을 지켜본다. (여기까진 술 먹은 티 안 나겠지?)


오늘 술 먹으면서 한창 내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내가 생각보다 더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에 자주 놀란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무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싫어하는 것 없이 두루두루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해보면서 알게 됐다. 나 정말 싫어하는 거 많구나.


요즘은 싫은 감정의 원인을 찾기 위해 그 시작과 내 성향에 대해서 역추적하면서 살고 있다. 뿌리를 알게 된다고 해서 싫었던 것이 좋아지진 않지만 그래도 마냥 불쾌하지만은 않다. 상대방을 향해 감정을 쏟는 일도 줄어든다. 나의 어떤 경험이나 성향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는 것이지, 상대가 잘못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늘 재밌다.


인간은 하나의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고 모순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그래서 나를 한 번에 이해하기 위한 마스터 키도 없다. 그냥 매 순간 감정에 집중하며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방법밖에 없다. 어렸을 때 기억과 관련되어 있을 때도 있고, 원래 내가 가지고 있는 성향이 크고 작게 발현될 때도 있다. 그 둘의 조화일 때도 있고. 그러다가 공통점을 발견할 때는 얼마나 큰 쾌감이 있는지 모른다. 나에 대해 알기 위해서라도 여러 경험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에 대한 이해가 깊고 넓어질수록 타인에 대한 이해도 깊고 넓어지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내가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이렇게 싫어하는 것이 많아서 어떻게 살지 걱정도 되지만 상관없다. 좋은 것도 그만큼 많으니까 퉁치기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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