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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Apr 29. 2024

[쓰밤발오34] 사랑으로

어제 술 먹고 뻗기 전, 유튜브 너진똑의 영상을 보고 멍해진 채로 잠들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사랑'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영상이었다. 에로스적인 사랑이 아니라 전인류애적인 사랑말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어쩌면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부담이 더 클 수도 있겠지만, 아니 필연적으로 우리는 상처받고 상처를 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조건 없는 사랑만이 한계 없이 나를, 그리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몇 년간 사회과학 책을 읽으면, 대부분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공동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공동체야 말로 사랑이 필요하기에 늘 동의하면서 책을 닫지만 늘 마음이 찝찝하다. 동의는 하는데 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공동체 중심의 사회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내 안에 약하게라도 뿌리 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공동체가 부담스럽다. 어제 쓰밤발오에 썼던 것처럼 나는 싫어하는 것이 많다. 예민하다. 1대 1로 편한 사람들을 만나는 건 너무나 좋지만 모임은 간헐적으로 갖는 것이 적당하다. 이런 성향의 나에게 공동체 사회? 상상만으로도 피곤하다.


나처럼 예민한 성향의 사람들은 사람들 속에서 상처를 많이 받고 또 많이 줄 수밖에 없다. 또 서로의 마음을 할퀴는 것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에서의 잡음, 자연스럽게 생기는 권력 다툼과 정치질을 지켜보며 무인도 속에서 살고 싶다고 외치는 내가 뻔히 보인다. 하지만 이런 위험부담이 당연한 과정임을 알고 뛰어드는 것이 사랑이라고 한다. 동의하고 싶지 않지만, 자연스러운 과정이기에 동의하게 된다. 오히려 갈등 없는 사회가 훨씬 무섭고 소름 끼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의 이상과 성향 사이에서 선택과 실천이 늘 어렵다. 나를 지키면서 갈등을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고 사랑을 하며 사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여전히 노력 중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내가 감안할 수 있는지, 또는 무뎌질 수 있는지 실험 중이다. 상처는 당연하니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를 바라며, 언제까지나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살아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피플⌟ 속 구절과 너진똑 링크를 남긴다.


 내가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https://youtu.be/PI8BXatcTyE?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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