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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미 May 23. 2021

수정의 연속인 인생이라지만..

되돌아오는 수정고에 대해서

  내 나름의 한창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가려서 할 수 있을 때였던 것 같다.

일이 잘되면 인생 좀 살만하다~ 행복하기까지 했고 반대의 경우는 세상 끝난 패배자마냥 깊이깊이 자책의 무덤을 파고 움츠러들었다.


“왜 행복을 일에서만 찾으려고 해”

대학교 친구가 나의 안부를 물으며 했던 말.

무병장수가 꿈이라는 친구는 나와 성이 같아

내 바로 뒷번호인 탓에 미우나 고우나 과제 수업도 순번으로 하는 행사에도 자주 마주했다.

졸업 후에도 연락이 끊기지 않은 이유는

가끔 불쑥 오는 안부전화였다.


막내작가로 들어가

3개월 만에 조기종영된 첫 프로그램 때도

내가 기획한 방송이 다른 프로덕션에 강제 입양

됐을 때도 뜬금없이 전화가 와서

요즘은 어때? 하고 물었다.

내가 일 때문에, 일만 하고 울고 웃는 동안

직업을 서너 번 바꾸고 결혼까지 한

용자인 그 친구는

“행복을 좀 쪼개서 찾아봐. 일 말고도 재밌는 것도

해보고.”


그래 일이 잘못된 거지 내가 산 인생까지

잘못산 건 아니듯이.

일이 전부는 아니고

나를 증명해주는 것이 꼭 일만 있는 건 아닐 거다.


그런데 왜 요즘

특히나 일을 쉬다시피 하고 있는데도

작은 수정 요청 하나에도

일희일비하는지

수정에 수정. 버전이 늘어나기라도 하면

쭈굴 쭈꿀 쪼그라든다.


언제쯤 수정에도 초연하게 대화하고

당당하게 수정 고를 쓸 수 있을까


언젠가 as항의 메일을 쓰는데

잔뜩 열이 올라 글을 쓰고는 마지막에

** 부탁드립니다.

하고 뼛속까지 을, 병, 정 인 자신의 태도에

자괴했다던 디자이너 언니처럼..


타고난 병, 정 마인드는 그렇다 치고

마음만이라도 나한테는 좀 관대해주자

(요즘 많이 힘들잖아? 응?)

수정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자신도 무얼 찍고 싶은지 아직 계획이

덜 선 사람의 말에

너무 많은 자책도 비난도 하지 말자.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빨리 흐름을 탈 수 있게 공부하고

유연하게 쓰자.

다짐해본다.







오타루의 저녁풍경을 생각하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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