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휴무는 내게 추가 근무 같아서...
이웃을 오롯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어떻게 지내요?" 하고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몬 베유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 Quel est ton tourmennt?
- 시그리드 누네즈, <어떻게 지내요> 중에서
"어떻게 지내니?"라고 물어오면 잠시 고민이 된다.
마음이 괜찮은 날도 있지만 '나 어떻게 지내고 있나?' 되묻게 된다.
정말 고민되는 것 얘기하자니 오랜만에 안부를 물은 친구를 우울하게 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마냥 맑음은 아닌지라 대체로 잘 지낸다고 해야 할까?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응 잘 지내려고 해~ 너는?" 하고 공을 넘겨준다.
정신없이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제 사람들에게 영향력 있는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아 부럽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뭘까?
만나서 진로상담이라도 하고 싶지만 바쁜 친구들에게 선뜻 시간을 내어달라기엔 좀 부담스럽다.
대체휴일 덕에 월요일까지 연휴가 있었던 오월 첫 주.
사람들은 연휴가 있음에 안도하고 잘 쉬었을까? 더 바빴을까?
난 어떻게 지내야 했을까?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100년 하고도 일 년이나 더 먼저 잡지 <어린이>에서는
'어린이 해방 선언문'을 발표했다. 방정환 선생님이 나를 보면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다.
'왜 어린이날에 아이에게 짜증을 내시오!'
'왜 남편에 대한 못마땅한 마음을 아이에게 전가하시는 거요?"
때때로 그럭저럭, 다정한 엄마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못한 날도 많지만 대게 호르몬이나
체력 저하 때문일 거라고 위안하면서. 연휴의 마지막날, 쫓아내듯 아이와 아빠를 집에서 몰아내자
평화가 찾아왔다. 이내 후회가 밀려온다.
- 왜 나는 아침잠을 더 잘 수 없는 거지?
- 왜 나는 내가 먹지 않은 야식 정리를 아침부터 해야 하는 거지?
- 왜 나는.... 왜 나는... 왜 나만... 왜 내가... 내가 이러려고...
'왜 나는'으로 시작한 화가 '지팔지꼰'의 화신이 되어 '내가 이러려고 공부를 했나, 치열하게 일했나.' 생각까지 다다르니 세상 불행한 여자가 되었다. 모든 짜증과 피해의식이 범벅이 되어 가출을 감행했다. 그래봤자
집 앞 무인카페 정도이지만. 아이의 아침을 챙겨주고
"엄마 쓰레기 버리고 올게."
모자를 눌러쓰고 비가 그친 집 주변을 돌고 카페에 갔다.
"흑흑흑.... 엄마 어디 갔어? 흐아앙~"
남편의 전화에서 숨 넘어갈 듯 우는 아이 목소리에 철렁했다.
시계를 보니 겨우 30분 지났나?
"아빠가 엄마 쉬라고 전화하지 말랬어!"
전화를 못해 불안했던 아이가 못내 서럽게 울었다. 덕분에 '우리 헤어지지 말자'는 다짐을 받아내고
몇 시간 단둘이 놀아야 하는 내 발등을 찍는 가출이 되었다.
출퇴근이 먼 남편에게는 꿀 같은 휴가였을 것이다. 너르게 품어주었으면 한잠 푹 자고 웃으며 아이와 놀았을 텐데... 비가 와서 답답했던 아이와 함께 나갔더라면 흙탕물 튀기며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또 반성을 한다.
어떻게 지냈나요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