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의 은행 창구

by 봄날의 옥토

매월 말일이면 은행 창구는 유난히 붐빈다.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많아졌지만, 스마트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고객들은 여전히 직접 은행을 찾는다.

어제는 10월의 말일이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화장실 갈 틈조차 없었다.
‘고객 한 분만 더 도와드리고 화장실을 가야겠다.’

딩동—
“안녕하세요, 고객님.”
“정기예금이 만기가 되었는데, 모두 입출금 계좌로 입금해 주세요.”

간단한 업무였다. 금세 끝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고객은 70대 중반의 여성.
“만기 된 예금 두 건 중 하나는 남편 계좌로, 하나는 제 계좌로 입금해 주세요. 한 달 정도만 입출금 통장에 두었다가 다시 예금할 거예요.”
말이 빠르고, 목소리는 작고, 발음은 흐릿했다.
한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번 되물어야 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는데, 세 번 모두 틀렸다.
“고객님,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으시죠? 본인 확인 후 새 번호를 등록해 드릴게요.”
“아니에요. 우리 남편이 알고 있어요. 잠깐만요, 전화해 볼게요.”

고객은 남편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화장실은 점점 급해지고, 대기 번호는 늘어가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한참 뒤에야 통화가 되었지만, 남편이 알려준 번호도 틀렸다.
“남편이 새로 등록하라고 하네요.”
‘헙…’ 결국 제자리였다.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 고객은 계속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들리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
“고객님, 죄송하지만 대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일단 업무부터 처리해 드릴게요.”
“네, 하세요.”
하지만 몇 초 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나는 “네, 네…” 하며 대답을 이어갔다.
겨우 업무를 마치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고령의 고객들을 매일 대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끊임없이 생긴다.
그렇지만 어떡하겠는가.
이해하고, 기다리고, 웃어야 한다.

“고객님, 다 처리되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들을게요. 대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활짝 웃어 보였다.
고객님은 감사 인사를 남기고 천천히 돌아가셨다.
나는 그제야 화장실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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