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하루

by 봄날의 옥토

영업시간이 끝나갈 무렵,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남자분이 은행 입구를 들어섰다. 번호표를 뽑아 들고 몇 걸음 옮기더니 앞에 보이는 긴 의자에 털썩 몸을 던지듯 앉았다.

손에는 두툼한 1호 봉투가 쥐어져 있다.

'딩동'

"안녕하세요. 고객님."

"안녕하세요. 계좌 거래내역 좀 뽑아주이소."

신분증을 받아보니, 70대 초반.

얼굴은 까무잡잡했고 주름이 많았으며, 지나온 세월의 고단함이 잔잔하게 묻어나는 분위기였다.


"제가 파산 신청을 해서, 법원에 서류들을 제출해야 하는데. 보험도 있는 모양입니더. 환급금 확인서도 떼주이소."

"네. 고객님."

대화가 끝나고,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 고객님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묻고 눈을 감으셨다.

많이 피곤하셨던 모양이다.

"고객님, 패드에 성함, 사인 부탁드립니다."

"아, 네. 내가 오늘 하루 종일 은행 돌아다이면서 많이 써봐서 이런 건 잘합니다. 하하"


짧은 농담을 건네며 웃었지만, 그 웃음 너머로 지친 하루가 얼핏 보였다. 해야 할 업무가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도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 주셨다.

어떤 사연으로 파산까지 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다행히 밝은 마음을 갖고 계신 듯했다.


"고객님, 다 처리됐습니다."

"......"

아무 말씀이 없어 다시 쳐다보니, 그 짧은 사이에 잠이 들어 계셨다.

'얼마나 고단하셨으면...'

건네드린 서류를 받아 들고는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조용히 나가셨다.

그 뒷모습에서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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