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맡겨진 사랑

by 봄날의 옥토

12월의 마지막 날.
연말의 은행 창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끊이지 않는 업무를 정신없이 처리하고 있는데
“앙앙~~”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자, 한 남자분이 아기를 업은 채 달래고 있었다.
아이 아빠라기엔 나이가 많아 보이고, 할아버지라 하기엔 젊어 보이는 애매한 연배였다.
곁에는 그분과 일행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호출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호번이 불렸고, 그분들은 내 앞으로 오셨다.
“안녕하세요. 정기예금이 만기가 되었어요. 여기 이백만 원 드릴 테니, 합해서 재예치해 주세요.”
여자분이 거래를 하는 동안, 아이를 업은 남자분은 아기를 살짝살짝 흔들며 달래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고객님, 주민등록증이 너무 낡았어요. 발급하신 지 26년이나 되셨네요. 재발급하셔야겠습니다.”
“네, 그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할 일이 많은데 아이들 키우느라 시간이 없네요. 다음엔 꼭 재발급해서 오겠습니다.”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보여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이가 정말 귀엽네요. 자녀분이세요?”
“아, 아니에요. 저희는 아이들을 임시 보호하는 위탁 부모랍니다.”
미소 지으며 덧붙이셨다.
“입양 가기 전이거나, 친부모와 일정 기간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이들을 맡아 키워요.”
내가 아기에게 관심을 보이자, 남자분은 마치 손주를 자랑하듯 몸을 살짝 돌려 아이의 얼굴을 내게 보여주며 웃으셨다.
그분들은 텔레비전에서나 들어보던 위탁부모였다.
“아,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네요.”
자신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들에게 쏟아붓는 부부.
그들은 왜 이런 일을 선택했을까.
“아이들이 좋아서요. 잠시라도 사랑을 듬뿍 주고 싶어서요. 이 아이는 벌써 예정일이 많이 지났어요. 입양이 잘 안되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렇다.
타인에 대한 지극한 사랑.
그것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잠시지만, 정이 많이 들겠어요.”
위탁 부모가 되는 절차는 굉장히 까다롭다고 하셨다.
자격 기준도 엄격하고, 정기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도 많다고 했다.
짧은 시간이었기에 긴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거래 내내 아이에게 시선을 두고 있던 부부의 모습은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았다.
거래를 마친 뒤 대기 의자로 돌아간 부부는,
추운 날씨에 감기라도 들까 아이에게 모자를 씌우고 옷깃을 여며주었다.
나도 은퇴하고 나면,
타인을 위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일을 할 기회가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보게 된 하루였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