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107번 고객님.”
모자를 눌러쓴 남녀 두 분이 창구 앞에 앉으셨다.
“아들 통장 하나 만들려고요.”
여자가 말했다.
내민 신분증을 보니, 아들의 나이는 서른여섯이었다.
“어떤 통장 개설해 드릴까요?”
“입출금 통장으로요. 여기 1,200만 원인데, 적힌 금액대로 네 번 나눠서 입금해 주세요. 그다음엔 1,000만 원 출금해서 정기예금으로 돌려주시고요.”
메모지를 건네며 그녀가 덧붙였다.
정작 통장이 필요한 아들은 옆으로 비켜 서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예금주이신 아드님과 잠시 말씀을 나눌 수 있을까요?”
“얘는 제가 시키는 대로 해요. 저랑 얘기하시면 돼요.”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다.
성인이 되어도 부모님이 모든 일을 대신 처리하는 가족들.
자녀가 의지하는 것일까, 아니면 부모가 놓지 못하는 걸까.
그 경계는 늘 애매하다.
나는 다시 한번 아들에게 확인했다.
“입출금 계좌와 정기예금 계좌 개설, 맞으신가요?”
“네.”
짧은 대답 뒤에, 무기력한 표정이 따라왔다.
그의 입에서 나온 ‘네’가 정말 ‘나의 선택’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비밀번호를 입력할 차례가 되자, 어머니가 말했다.
“비밀번호는 네가 눌러.”
그러고는 바로 숫자를 불러주었다.
그녀는 아들의 손끝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이며 확인했다.
아들은 순순히 그 숫자들을 눌렀다.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텐데.
어머니의 눈에는 아직 아이로만 보이는 걸까.
나는 괜히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창구 유리 너머에서, 두 사람의 손끝이 닮아 보였다.
붙잡고 있는 쪽도, 붙잡힌 쪽도
사실은 다 같은 외로움에서 비롯된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부모는, 자식을 믿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인지도 모른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손을
그렇게 꼭 쥐고 놓지 못할까 두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