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음악 산책

by 봄날의 옥토

요즘 날이 좋아서, 아침마다 산책을 한다.

생각에 잠겨서 발이 가는 대로 걷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걷기도 한다.


오늘은 '클래식 fm'을 들으면서 봄날 아침의 싱그러운 기운을 콧속으로 들이마시고 있었다.


구름 없는 하늘엔 찬란한 태양이 기분 좋게 내리쬔다.


새들은 아침식사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아파트 화단 속 고양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경계의 눈빛으로 돌변한다.

그 눈망울이 신기해서 나는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우리는 마치 눈싸움을 하듯 한 번의 깜빡임도 없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길고양이가 겁을 먹을까 봐 미소 한 번 보내주고 시선을 거두었다.


삼삼오오 모여 학교 가는 아이들, 출근하는 차량들 로 분주한 아침 속에 나처럼 산책하는 사람들도 드문드문 섞여있다.


상점 문을 열고 청소하며 손님 맞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활기가 넘친다.


카페들은 이미 영업을 시작했고 활짝 열어둔 출입문을 통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커피향이 아침 공기와 섞여 기분좋은 향기를 만들어낸다.


저마다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나는 계속 걸었다.


임윤찬이 연주하는 리스트의 연습곡을 들으며 머릿속에 연주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의 표정, 눈빛, 손의 터치, 날리는 머리칼...

놀라운 기교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나는 인간이 백지상태로 태어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마다의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물론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재능으로부터의 강한 이끌림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뒤이어 나오는 음악,

드보르작의 '신세계로부터'.

너무나 좋아하는 곡이라 이어폰의 볼륨을 높인다.


이 곡을 들으면 몇 년 전 봄날 아침이 생각난다.

아이들이 어리고 직장 생활에 힘겨웠던 어느 날, 회사에 휴가를 하루 낸 적이 있다.

아무 일 없이 휴가를 쓴 것은 처음인데, 나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집에서는 출근하듯 나갔고, 나는 차를 몰아 집 근처에 있는 수목원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로를 걸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없어 고요하고 화창한 아침이었다.

그때 들었던 음악이 '신세계로부터'이다.

특히 2악장을 좋아하는데, 부드러운 주제 멜로디가 여러 가지 악기로 반복된다.


내 귀를 꽉 채운 오케스트라의 조심스럽고 웅장한 연주가 그날 아침은 정말 내가 신세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고요한 아침, 수목원에서 경험한 신세계였다.


그날 이후, '신세계로부터'를 들을 때면 그날의 아침이, 환상 속에서 체험한 듯한 느낌으로 오묘하면서도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추억이 있는 음악은 더욱 풍성하게 기억 속에 머문다.

그래서 음악을 들으면 시간 여행을 하기도 한다.

오늘 아침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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