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차량 정기 점검 때문에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아무 생각 없이 예약한 시간이 하필 출근 정체 시간이라는 것을 도로에 나오고 나서야 깨달았다.
2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인데, 20분이 훌쩍 지나도 나는 여전히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출근길 정체다.
휴직 전, 운전하며 출근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지각할까 봐 초조하게 운전하던 나, 무리해서 끼어들기도 하고 경적을 울리던 예민했던 내가 보인다.
그때의 나는 늘 바쁘고 초조했다.
감성이 풍부한 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기보다 다소 예민했던 나는 결혼하고 워킹맘이 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매사에 전전긍긍하고 걱정이 많았으며 평온한 마음을 가졌던 적이 거의 없었다.
불면증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고, 늘 피곤에 찌들어 있었다.
그런데,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나는 그때와 완전히 다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직장을 나가지 않고 집안일을 한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보낸다.
아이들과 같은 이부자리에서 잠을 자지 않으니 수면의 질이 확실히 좋아졌다.
술과 커피를 끊었으며 나쁜 음식은 피하려고 노력한다.
휴직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나는 이제 마치 원래부터 집에 있는 사람 같다는 기분이 든다.
20년이 넘게 직장 생활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것이 아득히 먼 옛날의 기억처럼 느껴진다.
아마 지난 1년 동안의 많은 변화들 덕분이 아닐까 싶다.
차를 정비기사님께 맡기고 간단한 절차를 마친 뒤 건물 2층 대기실로 올라왔다.
적당한 자리를 잡고 가방을 내려두고는 간식 코너로 향했다.
디카페인 커피를 내려 자리로 돌아오니 두 벽면의 통창으로 아침 햇살이 가득 쏟아지는 대기실이 눈에 들어왔다.
정갈하게 배치된 테이블과 의자들이 고급스러워 보였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지난 1년 동안 나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단연코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글을 써야지...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번 휴직 기간 동안 매일 써보기로 마음먹었던 것이었다.
블로그를 활용해서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처음엔 두세 줄 쓰는 데에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릴 때가 많았다.
머리를 쥐어뜯는 고뇌 끝에 나온 글이 정말 보잘것없어 보이기도 했다.
글쓰기에 대해 고민도 많았고 욕심도 부려보았지만, 결국 매일 쓰는 것이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는 하는 만큼 느는 것이다.
글쓰기는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이 글쓰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매일 꾸준히 쓴다면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
그 생각 하나로 매일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글쓰기엔 치유의 힘이 있다.
글쓰기는 사고를 확장시킨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예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다.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변화를 겪었으니, 1년 뒤, 5년 뒤, 10년 뒤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기대가 된다.
복직을 해서도 읽고 쓰는 삶을 꾸준히 이어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남은 휴직 기간 동안 더욱 훈련하고 다져야겠다.
앞으로는 평생 읽지 않고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새긴다.
예전에는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렸지만, 이젠 중심을 잡고 당당히 내 삶을 살아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