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다.
블라인드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달빛에
방안은 차츰 창백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옆자리에 누워 있는 딸아이의 숨소리를
느끼며 잠을 청해보지만,
쉬이 잠이 들지 않는다.
눈을 감았다.
광활한 검은 세상.
깊은 어둠이다.
희미한 생각 한줄기 떠오르자,
아무것도 없던 검디검은 시야에
이윽고 그림 하나 나타난다.
어슴푸레한 그림의 기억 속으로
더욱 빠져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또렷하게 붙잡고 싶어서,
눈을 꼭 감고 망막을 응시한다.
나른한 봄날, 그곳에 어린 내가 있었다.
그리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성필름 같은 기억.
아쉬움은 꿈으로 이어지는 걸까.
점점 아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