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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Feb 20. 2019

교사들의 어투와 어조에 관한 고찰

잘못된 언어 사용은 학생뿐 아니라 동료 교사에게도 스크라치를 남긴다

'가는 말은 고운데 오는 말은 거칠다'

이는 본인이 지난 월요일 낮 학교에서 점심을 먹기 직전에 겪은 일이다.


"부장님, 교과시수표 제출하러 왔다가 여쭈어 볼 게 있어서요." (나)

"뭔데?"(부장교사)

"앞장엔 제 창체시수가 12로 표시되어 있는데, 뒤에 실제시수 반영은 10으로 되어있어서요"(나)

"아, 원래는 12인데 다른 교과 하고 쪼개다 보니 실질적으로 10으로 되네요." (부장교사)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부탁이 있어서요. 1학기 시간표가 아직 다 짜인 건 아니죠?" (나)

"아니.. 지금 이걸 제출했는데 짜긴 뭘 짜, 이제 시작이지.(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갑자기 나를 쳐다보기 시작)"

"저.. 부탁이 있는데...."

"또... 무슨 이의제기를 하시려고 뭔데?"

"매주 수요일 아침, 아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육아시간을 아침에 1시간 써야 할 듯한데요... 시간계에 반영을 해주십사..."(나)

"개인적인 것들이 일일이 반영될 꺼란 생각을 하지 말아요(정색)"


이 대화를 맺고 본 교무실을 나오면서 내 마음은 뻥 뚫려 있었다.

'아니, 내가 무슨 이의제기를 했단 말인가..?! 도대체 저 사람은 이의제기라는 단어가 언제, 어느 때에 사용되어야 하는지 알긴 아는 건가?'나는 굉장히 공손한 자세를 취하며 이야기를 했는데, 오는 대답과 말투로 인해 무방비 상태였던 나의 심기에 스크라치가 생겨버린 것이다.(물론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겠지만 말이다) 나는 보통 만나는 모든 이들을 부드럽고 친절하게 대한다. 이는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따스한 정이 오가는 말투가 모든 사람과의 관계를 싹 틔우는 법이라 생각하다 보니, 나와 친분 있는 동료 교사들의 나이도 숫자를 불문한다. (최근 제일 친해진 교사는 나보다 15살 위이다) 나도 원래부터 상냥한 편은 아니었다. 콧대 높고 자존심도 세고, 자기주장에 고집 강한 사람 중 하나였던 내가 변할 수 있던 가장 큰 계기는 바로 교원능력 평가에 있는 학생들의 답변 덕분이다. (2010년부터 실행되어옴)


2018년 교원능력평가,  학생들 서술식 답변

 교사와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은 상당히 중요하다. 교사의 말투와 어조에 따라 학생들은 희망을 품거나 상처를 품을 수 있다. 이는 동료 교사와의 상호작용에서도 적용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심지어 36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한테도 '잘한다 잘한다' 하면 스스로 양치질도 할 수 있는 마력을 가진 것이 언어의 칭찬인 것이다. (단 무조건적인 칭찬이 아닌 특정한 행동을 잘했을 때 칭찬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부드러운 말투와, 어조는 우리가 살아온 얼굴의 흔적에 그대로 남는다. (100% 완벽하게 일치되진 않지만) 웃음기 없이 냉랭한 눈빛으로 경직되어있는 사람들의 말투는 말 그대로 냉랭하고 차가운 말이 나온다. 온화한 표정과 살짝 올라간 입꼬리에선 부드럽고 따스한 말이 나온다. 약 9년 가까이 나도 내 말투와 어조를 고치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내 얼굴이 많이 '부드러워 보인다, 온화해 보인다, 편안해 보인다'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들었었다.


 이제 교사들도 자신의 어조와 어투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수업시간 중 1분 장기자랑으로 자기 수업에 들어오는 모든 교과 선생님의 말투를 꿰뚫고 따라 하는 학생들을 보면 정말 웃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하기까지 하다. 교사의 모든 행동과 말투는 무의식적으로 학생들에게 스며든다. 이는 동료 주변 교사에게도 해당된다.

내가 세상을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변하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나는 불과 몇 년 전에 깨달았다. 이 말투와 어조의 변화 훈련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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