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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베르 May 13. 2019

브람스 ‘내 사랑은 초록빛’

펠릭스 슈만과 브람스


1854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는 슈만과 클라라의 8번째 아이가 태어났다. 죽음과 생명이, 비극과 기쁨이 삶의 여러 곳에서 끊임없이 교차하고 이어지듯 슈만 가정에는 슈만이 요양병원(sanatorium of endenich)에서 자살 시도를 하는 고통이 도사릴 때 새 생명이 눈을 뜨고 탄생의 기쁨을 알렸다. 펠릭스 멘델스존은 생을 다해 이 땅을 떠났으나 6년 뒤 그를 추억하는 슈만 가정의 막내 아이에게 그의 이름이 붙여지며 또 다른 펠릭스가 역사에 기록된다.

 
이 아이는 음악과 문학에 소질을 보였지만 원래 허약한 체질이라 잦은 병에 시달렸고 제대로 청춘의 꽃을 피워보지 못한 채 25살의 짧은 생을 마쳤다. 그러나 인생은 짧든, 길든 그 안에 오롯이 그만의 삶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남겨놓는다.


14살부터 자주 아팠던 그는 19살이던 1973년 9월 폐 질환으로 거의 죽을뻔하다가 12월 호전된다. 집에서 요양하며 쓴 글들은 그의 갓파더이자 친구였던 브람스를 통해 음악이 된다. 브람스는 그의 회복을 축하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팰릭스의 시를 사용해 가곡을 작곡한다.


늘 모이면 피아노 앞에 앉고 악기를 잡고 연주하는 것이 일상인 팰릭스 가정에서는 브람스가 팰릭스의 글로 만든 가곡 '내 사랑은 초록빛(Meine liebe ist grun)'이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킴과 그의 어머니 클라라의 연주로 그의 집에서 흘러나온다. 그들의 음악 소리에 이끌려 거실에 나온 팰릭스가 호기심을 갖고 이 곡의 텍스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요아킴과 클라라는 웃으며 ‘팰릭스, 바로 너의 글이야’라고 알려준다. 어쩔 바를 모르는 부끄러움이 그의 창백한 얼굴을  상기시키고 그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Meine Liebe ist grün wie der Fliederbusch,
내 사랑은 라일락 잎처럼 초록빛
Und mein Lieb ist schön wie die Sonne;
그리고 나의 사랑은 태양처럼 아름답다;
Die glänzt wohl herab auf den Fliederbusch

라일락 잎 위로 태양이 쏟아진다
Und füllt ihn mit Duft und mit Wonne.
그리고 향기와 희열로. 라일락을 채운다

Meine Seele hat Schwingen der Nachtigall
나의 영혼은 밤꾀꼬리의 날개를 갖고 있다
Und wiegt sich in blühendem Flieder,
그리고 꽃핀 라일락 속에서 날갯짓한다
Und jauchzet und singet vom Duft berauscht
그리고 환성을 올리고 향기 속에 노래한다
Viel liebestrunkene Lieder.
많은 사랑에 취한 노래들을.


라일락 꽃이 태양을 머금으며 반짝이 빛난다. 라일락의 그윽하고 은은한 향기를 타고 푸르름이 만개한 자연은 나이팅게일도 젊은 청년들도 사랑의 꿈을 꾸게 만든다.

병약함 때문에 바깥출입도 잘할 수 없었을 한 젊은 청년이 한 글자 한 글자 글자에 기대어 자연의 푸르름과 사랑에 대한 갈망의 마음을 펼친다. 브람스는 그의 가곡의 어떤 곡보다도 빠른 템포와 달려가는 리듬과 풍부한 화성을 사용하여 벅찬 사랑의 환희를 표현했다. 깊고 진한 삶의 응원을 팰릭스에게 음악으로 건넨다.


팰릭스가 갈망하며 적어 내려간 글자, 브람스가 갈망하며 그려나간 음표들이 푸르른 5월을 어김없이 맞이한 우리의 일상 속에 찾아와 마음의 여행으로 연결된다. 푸르른 나이팅게일의 날개가 달려 어디든 갈 수 있는 신기한 여행을 안내한다. 어디선가 은은한 향기가 스쳐온다면. 이 여행 중 당신만의 라일락 꽃을 발견하는 환희와 희열의 순간이 곧 다다를지도 모른다.


당신에게는 오늘 이 날개가 필요하진 않은지,

이미 날개를 달고 있는 당신이라면 지금쯤 과연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지... 기쁨과 슬픔, 생명과 죽음이 끊임없이 교차되는 삶의 여정 속에서


독일에서는 5월을 ‘라일락 타임’이라고 부른다.
푸르른 5월에 독일의 젊은이들은 라일락꽃을 찾아다닌다.
라일락 꽃잎은 주로 네 개로 갈라져 있는데 간혹 다섯 갈래로 이루어진 꽃잎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네 잎 클로버의 행운처럼 이때 다섯 갈래로 이루어진 라일락 꽃을 따서 삼키면 변치 않는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https://youtu.be/lBOfyDJ_T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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