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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베르 Jul 22. 2017

평범한 일상에 찾아온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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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환희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 때에 환희를 느꼈는지 궁금하다. 늘 서로 바빠 집에서 얼굴 보기도 힘들던 가족이 당신의 발표회에 환한 얼굴을 내밀고 손을 흔들어 줄 때일 수도 있고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또한 당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일 수도 있겠다. 환희의 사전적 뜻은 큰 기쁨이다. 음식 앞에서 입을 벌리고 있을 때를 형상화한 한자 기쁠 환과 북 또는 악기를 치며 노래를 부를 때를 표현한 기쁠 희로 이루어져있다. 기쁘다는 뜻이 두 배로 담긴 글자여서 그런지 단순히 기분 좋은 상태를 넘어서 맛보는 단계의 감정이 환희가 아닐까 싶다.
오늘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1악장부터 3악장까지 쭉 쳐보다가 3악장 맨 마지막 코드에서 환희의 순간을 맞았다. 여행에서 최고의 절경을 만났을 때의 감탄과 경이로움 같은 그런 미묘하고도 확실한 감정이었다. 핀란드를 경유하면서 몇 시간동안 잠시 헬싱키를 여행한 적은 있지만 아직 북유럽은 머나먼 낯선 땅이라는 이국적인 생각이 들어 마치 요정이 나올 것만 같은 신비의 나라 같기만 하다. 아직 눈으로 보지 못한 낯선 땅, 그렇지만 음악을 통해 노르웨이의 숲속을 거닐고 오로라의 신비한 빛깔을 만나며 마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끌벅적한 춤사위에 동참하기도 한다.
서양음악 역사에서 19세기 말기에 해당하는 후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독일의 바그너를 중심으로 음악의 표현 영역이 극대화를 이룬 때이기도 하지만 스메타나, 드보르작과 같은 체코 작곡가부터 시벨리우스, 그리그와 같은 북유럽 작곡가, 무소르그스키, 림스키코르사코프와 같은 러시아 작곡가들이 자기 나라만의 민족적인 색채를 강하게 표현하며 민족주의 음악을 발달시킨 시기이기도하다. 노르웨이의 국민 작곡가로 꼽히는 그리그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하여 북구의 쇼팽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가 1867년에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 2번 G 장조는 그가 평생동안 사랑한 한 여자, 소프라노 니나 하게루브와 결혼하여 신혼여행을 하는 행복한 때에 작곡되었다.

슈만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한 시기이지만 이전보다 자신만의 민족주의 색채가 짙게 나타나기 시작한 때로 그리그 자신이 나중에 이 곡에 대해 회고하기를 자기 나름대로의 민족주의 어법이 강하게 표현된 곡이라고 말했다. 그리그 특유의 리듬으로 아버지의 고향인 스코트랜드와 노르웨이의 민속적 춤을 연상하게 하고 피아노의 길게 늘여진 아르페지오는 드넓은 북유럽의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서정성을 드리워준다.

그리그가 이 곡을 작곡할 때 그의 마음에도 초록빛, 보라빛의 환희가 가히 있었을 터, 그의 환희를 악보를 통해 다른 시대 속 나의 삶에 전해 받는다. 마치 악보에서 빛나는 스노우볼이 툭 튀어나와 평범한 일상의 발 아래 멈춰서는 듯하다. 신비하고 비밀스런, 묘한 빛깔을 뿜어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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