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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Nov 08. 2024

만남

29년 만의 조우

다시 만난 소중한 친구에게..



눈만 마주쳐도 굴러다니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나던 우리의 학창 시절에 감사하는 요즘이야. 유난히도 잘 웃고 밝은 성격이었던 너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지만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나 봐. 문과 이과로 분리되어 치열하게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했던 고등학교 2, 3학년 시절을 지나 대학, 입사, 결혼, 출산과 육아까지 그 긴 세월 서로에 대한 존재에 대해 생각도 못했던 시간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왔던 우리잖아. 그런데 이렇게 뒤늦게 우연히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있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고 서로를 알아보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꿈속을 거니는 기분이 들곤 해.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그렇겠지만 항상 순항하기보다 예기치 못한 폭풍우를 수도 없이 만나게 되듯 청소년기의 방황은 끝을 몰랐고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인생을 통째로 휘저어 놓았어. 매 순간이 힘들었지만 학창 시절은 특히 힘든 일들이 도처에 많이 있었던 것 같아.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 동안 다양한 사건 사고들로 힘겨웠어도 가끔은 소소하게 남은 즐겁던 순간도 있었지. 하지만 시간을 지나가며 남은 기억이라곤 힘듦과 고통들만 남겨졌고 학창 시절은 내 머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말기를 기도하는 심정이었기에 마음의 문도 닫고 스스로 주변과의 소통도 끊었던 것 같아.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육아로 단절되었던 세상에 다시 나가고 싶은 용기가 생기더라. 조금씩 한발한발을 내딛고 싶었던 그때, 닫혀버린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그때, 기적처럼 너를 만나게 된 거야. 이런 환상적인 우연이 또 있을까? 그저 숫자가 좋아서 기계 만지는 게 좋아서 공학도의 길을 가느라 독서나 글쓰기와 동떨어진 삶을 살았어.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며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 발버둥을 치면서 혼자인 시간에 책을 읽고 공부하는 시간으로 채웠었고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기약 없는 무의미가 되어갈 즈음이었을 거야. 주변의 응원과 권유에 힘을 받아 스스로 큰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에 무모하게 도전한 거지. 혼자 끄적이던 사람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브런치 작가’에 도전을 하고 작가라고 불리며 서로 써내는 글에 응원을 아끼지 않는 ‘슬초 브런치 2기’로의 발걸음! 그런데 그 많은 동기들 중에 네가 있다는 걸 감히 상상할 수나 있었겠니?





<우리가 서로 알아보지 못했을 때 - 우리가 서로를 막 알아봤을 때 -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고 난 후>





난 아직도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던 순간이 마치 꿈만 같고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출한 기분이 들어. 다시 생각해도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라니까. 이런 드라마틱한 행운이 나에겐 폭격기처럼 갑자기 다가오는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나갈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어. 한창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수다를 떨다 시간이 맞으면 브런치 작가동기들끼리 만나곤 했었는데 그날의 만남은 평소와는 다르게 정말 이상했었어. 서로가 친구인지 알아보지 못한 채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는데도 대화에 집중도 잘 안되더라고. 그냥 구름 위를 떠다니듯 하고 마치 뿌연 안개가 내 주위를 가득 뒤덮은 것 같았고 대화를 나누는 내내 몽롱한 기분이 들었었어. 그전에 다른 동기 작가님들과 여러 번의 만남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에 그날도 그런 날이려니 생각했는데 유독 서로가 알아봤던 그날따라 어찌나 이상하던지. 계속 ‘나 오늘 이상해요’를 연발했었지. ‘전날 숙취가 아직 남아있는 건가’ 했지만 즐겁게 수다를 떠는 중에도 계속되는 몽롱한 기분은 평소에는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더라고.




자리를 옮겨 점심을 먹으려던 그때서야 옆에 앉아 있던 우리가 서로를 마주 보고 앉은 순간, 먼저 알아봐 준 건 너였지. 난 그때까지도 왠지 익숙한 목소리, 말투와 웃음소리 그리고 초승달처럼 웃을 때 가늘어지는 너의 눈매를 보며 기억 깊은 곳에 숨겨졌던 너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고 큰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한 충격을 받았었어. “우리 분명 아는 사이야!!” 너의 외침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그 순간은 평생 마치 화면에서 나오는 감동적인 한 장면처럼 기억될 것 같아.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들을 정확하게 전부 기억하지는 못해도 뇌리에 남겨진 너는 밝고 잘 웃고 대화가 잘 통하던 귀엽고 사랑스럽던 여고생이었지.




한동안은 반가움과 어색함이 동시에 흘렀지만 만남이 더해질수록 더욱 가까워지면서 여고생 때로 돌아간 듯 깔깔 거리며 웃으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런 모든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기만 해. 우리만 기억하는 우리가 함께 다녔던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 고등학교 시절 함께했던 풍경들과 우리가 살던 대단지 아파트까지. 오랜 친구와 추억을 공유하는 일이 이토록 유쾌한 일인지 새삼스레 기쁨이 계속 계속 부풀어 오르더라고. 다시 너를 만날 수 있어 고맙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요즘이야. 싸늘하게 깊어가는 가을이지만 네가 있어 요즘의 나는 쓸쓸하거나 괴롭지 않고 너와 만날 수 있어 따뜻하고 포근해. 항상 건강하게 오래오래 만나는 친구가 되자! 29년 만에 만난 소중한 친구야~ 이제 떨어져 있는 공백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 글은 친구 벨라Lee 작가님과
매주 서로에게 쓰는 편지형식의
공동 브런치북 입니다.
친구의 편지도 함께 읽어 보시면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어요♡



친구 벨라Lee가 Lou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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