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하나가 된 우리
오늘 하루는 어떻게 시작했니 친구야?
펑펑 쏟아지는 눈과 꽁꽁 얼어버린 도로를 바라보며 안부를 전해. 올해 첫눈이라고 난리인데 나는 그다지 즐겁지 않네. 질퍽이는 길과 운전하기 힘든 상황이 너무 싫은 방랑자라 그런가 봐. 하얗게 쏟아지는 눈을 보며 기쁘지 않은 스스로를 바라보니 나이가 들어 정서가 메말라 버렸나 싶다가도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것이라 스스로와 타협하는 중이야. 이런 날 너와 함께 따뜻한 커피와 수다를 떨어보는 달콤한 상상을 하며 편지를 써.
나의 일상에 항상 배경이 되어주는 시이지만 어느 순간 난 그 평범한 일상을 잊고 살았나 봐. 요즘 들어 다시 빠져든 시의 세계 속 황홀경을 경험하고 있는 순간 너와의 만남 속에서 시집 한 권을 선물했었어.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걸 나누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주변은 모두 책이나 시와는 담을 쌓은 사람들뿐이거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같은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너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너에게 권했는데 흔쾌히 좋아하며 받아들여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내가 읽고 느끼는 기쁨을 함께하고 팠는데 네가 같이 해주니 기쁨이 배가 된 거지
시를 읽을 때는 고통을 느끼기도 환희를 느끼기도 하고 같은 시의 감정에 동조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노래를 듣는 것 같기도 해서 다양한 느낌을 짧은 시간에 많이 받을 수 있어 좋더라고. 감정기복이 심한 성격이라 롤러코스터에 앉아 시의 흐름을 타고 있노라면 혼자서 느끼는 희로애락이 울고 웃는 기분은 다른 장르의 문학작품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을 전해주었어. 같이 시집을 공유하다 보니 시집을 필사하며 즐거워하는 네가 너무 귀엽고 뿌듯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시를 하나씩 읽어 가는 기쁨도 있지만 손으로 꾹꾹 눌러 필사하는 기쁨도 큰 것 같아. 함께 같은 시를 읽고 필사하는 시간들이 켜켜이 쌓이면 이 또한 우리에게 또 다른 추억이 될 수 있겠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우리의 이야기도 풍성해지는 것 같고 시가 그 안에 깊이 폭 들어와서 우리 사이를 더 빛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 들곤 해. 같이 시집 팝업에 간 일도 서점에서 시집을 같이 뒤적이며 보냈던 시간들도 포함해서 말이야.
깊어가던 가을이 갑자기 겨울로 뒤 바뀌어버린 당황스러움마저 시로 가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너에게 시를 한 편 보내!
우정의 서
(written by Lou)
불꽃이 되지 못해도
서로를 밝혀줄 수 있는 빛이 될 수 있길
숨이 되지 못해도
서로의 방황이 쉬어 갈 여백이 될 수 있길
어지러운 혼란이 오면
현현되는 불빛이 되어 줄
격류를 막을 순 없어도
서로의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 줄
서로가 서로에게 암묵적 약속인 듯
우리의 마음을 하나 둘 포개어
안온한 앞날을 위한 발걸음이
함께 경쾌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