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추워진 날씨에 너의 건강을 염려하며 안부를 전해.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니 친구야.
12월이 덜컥 다가오니 마음이 급해지는 일들이 많아지네. 유효기간이 지난 여권을 신청하고 미루고 미루던 기간만료를 앞둔 운전면허 갱신까지 연말 전에 끝냈어. 코로나 이후로 건강검진을 따로 받지 않아 잠시 노안이 왔다고만 생각했는데 면허신청을 위한 신체검사에서 왼쪽 눈이 흐리게 보여서 깜짝 놀랐지 뭐야. 그동안 노안이 심하게 왔다고만 생각했는데 왼쪽시력이 많이 떨어졌더라고. 힘들게 했던 라섹도 나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네. 매일 읽고 써야 하는 사람이라 다른 무엇보다 시력에 대해 걱정하게 되는 하루였어.
지난주는 무섭게 눈이 오더니 이번 주는 유난히 몸이 시리도록 춥네. 기온이 그리 낮지도 않은데 어찌나 추운지 자꾸 움츠러들고 위축되는 건 기분 탓은 아니겠지? 너의 요즘 건강은 괜찮은 거지? 매섭게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니 혹시라도 네가 차디차게 식어버린 날씨에 몸이 상하지나 않을까 항상 걱정이야. 날씨가 추워지면 여기저기 콜록대는 기침소리, 코를 훌쩍이는 소리 등 건강이 걱정되는 소리들을 쉽게 들을 수 있으니 나도 모르게 더 몸을 사리게 되더라고.
몇 달 전 자꾸 작년 수술부위가 콕콕 아파올 때가 있어서 마음 졸인 시간이 있었어. 주변에 수술 경험이 있으셨던 분들이 이야기해 주길 수술이 잘되고 별일이 없어도 가끔씩 그렇게 아파온다고 하는데 가끔이라도 그런 통증은 덜컥 무서운 생각이 들게 해. 아직은 엄마를 필요로 하고 수시로 품을 파고드는 아이들 때문이 가장 큰 이유겠지? 너와 내가 떨어져 있던 긴 시간 동안 네가 아팠던 일이 있었단 걸 듣고 너무 마음이 아려왔어. 힘든 시간을 잘 버텨와서 이렇게 나와 만날 수 있게 된 시간들에 감사도 했지. 너와 나 이렇게 건강해진 모습으로 만날 수 있고 같이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지 않을까?
다양하게 일어나는 몸의 노화와 변화들, 그렇게 갑작스럽게 예고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각종 영양제와 약의 힘을 빌려야 하는 현실들이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렵더라. 혼자 상상 속 신파를 찍으며 ‘다른 사람들은 다 건강해 보이는데 왜 나만’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해서 이런 고통이’ 같은 말을 되뇌며 슬픈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된 듯 우울해한 적이 많았어. 너는 몸이 많이 아프고 힘들 때 어떤 마음으로 이겨냈는지 궁금했어. 나처럼 이렇게 혼자 오만가지 상상을 하고 있지는 않았겠지?
눈만큼 중요한 게 나에게는 손인 것 같아. 글을 써야 하고 바느질을 해야 하고 아이들을 위해 음식을 하고 다양한 집안일을 다 소화해 내려면 하루종일 손을 움직여도 모자라거든. 근데 가끔 손이 저릿하고 아프거나 통증이 오기도 해서 답답할 때가 있어. 이렇게 빨리 쉽게 고장나버리는 건가 속상하면서도 가만히 쉬지도 못하기에 더 그런가 봐.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로 손이 계속 키보드 위를 춤추고 있어. 너는 어떤 부분이 가장 중요한지 건강한지 궁금하네~
우리 몸에 이미 다가온 노화의 바람을 우리 힘으로는 막아낼 순 없겠지만 앞으로 닥쳐올 미래에 대한 대비는 지금부터라도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가능할 거라 생각해. 근데 생각보다 아이를 챙겨야 하고 내 할 일을 하다 보면 건강까지 매 시간마다 챙기는 일이 쉽지 많은 않더라. 그래도 건강을 있을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이 요즘처럼 뼈저리게 느껴진 적이 없어. 평생 건강하시고 절대 아프시지 않을 것 같은 시어머니가 한순간에 알 수 없는 병으로 힘들어하시는 걸 봐서 더 그럴 수도 있고 그저 건강할 줄 알았던 지인들이 사실은 한 두 가지 수술을 했거나 병이 진행 중에 있다는 걸 차차 알아가게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거야.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만났으니 앞으로 같이 할 즐거운 우리의 시간들을 위해 비록 육체는 노화가 진행되지만 큰 병에 걸리지 않게 운동하고 관리하면서 같이 잘 노력해 보자! 길어질 겨울에 건강에 더 유의하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