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인가 통닭인가
2019년 수많은 관객들을 즐겁게 해 준 영화 ‘극한직업’. 많은 사람들에게 큰 웃음과 인기를 주어 유명해졌다. 혹시라도 모르는 분을 위해 살짝 설명하자면 마약 밀반입을 수사하기 위해 형사들이 위장 방법으로 택한 치킨집! 인수만 하고 범인을 잡아야 하는데 너무 맛있는 양념을 개발한 덕분에 치킨이 날개 달린 듯 팔리고 유명해진 치킨집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치킨집을 대박집으로 만들어 준 그 치킨이 바로 ’왕갈비통닭‘이다. 낮에는 치킨을 팔고 밤에는 범인들을 잡기 위해 잠복수사를 하는 형사들. 배우들 모두 연기를 너무 잘해 즐겁게 보다 끝이 나면 먹고 싶던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을 ‘수원통닭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수원에는 유명한 재래시장이 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지동시장‘과 ’영동시장‘. 영동 시장 뒤쪽으로 펼쳐진 수원통닭거리에는 여러 통닭집이 위치해 있어 원하는 어떤 매장에 들어가도 왕갈비통닭을 만날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고 더 유명해져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있지만 사실 통닭거리는 꼭 영화만으로 유명해진 것은 아니라 생각된다. 가까이에 위치한 ‘UNESCO 세계문화유산’인 ‘화성행궁’이 위치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관광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행궁동 주변은 드라마나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통닭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알려진 곳은 ’진미 통닭‘, ’용성 통닭‘, ’남문 통닭‘이다. 매장마다 메뉴마다 개인의 취향이 다 다르기에 수원에 사는 이들도 통닭집을 다니는 이들도 같은 메뉴의 통닭이라도 당연히 조금씩 다른 맛을 지녔기에 본인의 취향에 맞는 통닭집이 있기 마련. 우리 가족이 좋아하고 즐겨 찾는 매장에는 어떤 메뉴가 있고 어떻게 나오는지 소개한다.(주변 지인들도 찾는 매장이 다르기에 개인 취향임을 양해 바랍니다!)
자 이제 들어가서 메뉴를 주문해 보자. 아마 다른 가게들도 메뉴와 가격들이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 가족의 선택은 항상 후반/왕반 (후라이드반/ 왕갈비앙념반)이다. 이렇게 보면 메뉴가 반반인 한 마리라 양이 적을 거라 예상할 수 있는데 일반 치킨 한 마리 사 먹는 양보다는 많은 양을 마주한다. 네 식구가 먹기에도 무난한 양이었다.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과자와 치킨무가 제공되고 설명에 쓰여있는 대로 원하는 만큼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먹다 남은 치킨 또한 개인이 포장해 갈 수 있는 포장용품이 구비되어 있어 편하게 주문해서 먹으면 된다. 우리 가족은 남겨서 싸 온 적이 없다.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배속으로 사라지기에. 포장해서 다른 곳에 가져가서 먹기도 했고 매장을 방문해 먹기도 했지만 그래도 매장에서 바로 구워 나온 따뜻하고 바삭한 치킨을 그 자리에서 먹는 맛이 좀 맛있었다.
치킨이 튀겨지고 있는 동안 먼저 나온 과자를 먹다 보면 서비스가 메뉴가 나온다. 그건 바로 ‘닭발 튀김’과 ’닭똥집 튀김‘이다. 어찌나 고소하고 쫄깃쫄깃한지 아이들 손이 분주해진다. 엄마 아빠도 한입씩 먹으면서 아이들 입으로 쏙쏙 들어가는 걸 보면 잘 먹는 게 신기하고 술 한잔이 생각나는 안주라 술과 음료 중에 무얼 주문해야 할지 갈등의 소지를 만들어 준다. 고민도 잠시 이미 모두의 뱃속에 쏙쏙 들어가고 나면 음료를 시켜두고 과자를 먹으며 치킨을 기다려 본다.
치킨이 나오기 무섭게 닭다리를 찾는 녀석들. 닭다리에 양보가 없는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하나씩 주고 엄마는 제일 좋아하는 가슴살부터 찾는다. 다행히 좋아하는 부위가 다 달라서 취향껏 골라먹을 수 있어 좋다. 우연히 집어든 닭 목을 본 아이가 “이거 먹으면 노래를 진짜 잘해?” 묻는다. 그렇다고 해주니 야무지게 뜯어먹는다. 아들아 미안해 사실 증명된 게 아니라 뜬소문이란다.
두 가지 소스는 원하는 만큼 취향껏 먹으면 되는데 그래도 우리 입맛에는 왕갈비양념이 너무 맛있다. 후라이드 치킨도 좀 먹어보다 좀 떼어서 남아있는 양념을 쓰윽 묻혀 먹어보면 버무려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맛으로 느껴진다. 치킨과 같이 치킨무도 하나 입에 넣고 음료도 한 모금 마시면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 즐거운 이야기 꽃을 피우며 정신없이 먹다 보면 어느새 그릇이 비어 간다. 비어버린 그릇만큼 아쉬운 게 또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