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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Jan 26. 2024

씹고 뜯고 맛본 토론토 version 1

거꾸로 해도 토론토 똑바로 해도 토론토


겨울에 만난 토론토는 도로가에 부지런히 치우고 쌓아 올린 듯한 눈의 높이가 시선을 압도했다. 아이들과 촌스러움을 가득 담아 “우와 대체 눈이 얼마나 쌓인 거야?”를 연신 외쳐대며 난생처음 보는 광경을 마주하고 흥분하고 있었다. 부지런히 다니는 제설차에도 불구하고 워낙 많이 내린 눈 탓인지 한쪽에 치워진 눈의 높이가 웬만한 아이 키보다 커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낯선 도시지만 전반적으로 하얗고 온화하게 우리를 반겨주는 느낌이 들었던 토론토. 그 해 한국에서는 혹한 없이 눈이 내리지 않았는데 토론토는 눈이 항상 쌓여있는 광경만 보게 되니 이 또한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신기해 보였다. 우리나라는 눈이 오기 시작하면 염화칼슘을 뿌리고 눈을 치우느라 분주하고 큰 도로는 웬만해서 눈이 쌓이지 않도록 제설 속도가 빠르다. 아이들을 데리고 운전을 해서 전국 팔도를 요리조리 돌아다니는 게 일상인 우리 집은 눈이 오는 날이 부담스럽다. 이동이 힘들고 운전하기 어려워지는 도로사정이 올까 눈 예보가 나오면 지레 겁부터 먹곤 했다. 13시간이나 걸려 날아온 토론토에서 만난 엄청난 눈의 양, 쌓여있는 눈 위로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차량들, 춥지만 포근하게 느껴지던 토론토의 풍경 속으로 한 걸음씩 아이들과 신나게 걸어 들어가 보자.


CN Tower에 내려다 본 토론토의 겨울 전경




토론토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다 공항에서 바로 숙소로 이동했고 숙박하는 집 근처에 식료품점이 보이지 않아 따로 먹을거리들을 구입하지 못했다. 출발 전 한국에서 혹시 모를 이런 상황을 대비해 챙겨 온 햇반과 김 그리고 몇 가지 밑반찬을 꺼내며 소소히 챙겨 온 나를 스스로 칭찬했다. ‘역시 아이들과 먹을 것들을 챙겨 오길 잘했어!’ 시차적응으로 밤낮이 바뀐 아이들이 배고파할 때마다 햇반과 조미김, 밑반찬 등을 꺼내 숙소 부엌에서 아이들을 먹일 수 있었다. 가장 걱정이었던 아이들 컨디션이 매우 좋았고 주는 음식들도 잘 먹어주고 기분도 좋아 조잘조잘 떠들며 엄마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주는 덕에 아빠 없는 여행이었지만 즐겁게 다닐 수 있었다. 아이들과 배를 든든히 채우고 우버를 타고 아이들이 제일가고 싶어 하는 아쿠아리움에서 우리의 첫 관광을 시작했다.


토론토에는 세계 기네스북에 오른 랜드마크가 있다. 바로 ’CN Tower‘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Ripley's Aquarium‘, 450여 종의 16,000 마리의 해양 동식물이 존재한다고 소개되는 이곳이 토론토 첫 여행의 시작점이었다. 한창 ‘옥토넛’이란 만화에 심취해 있던 터라 아쿠아리움 가는 걸 너무 좋아했던 아이들. 온갖 해양생물 이름도 줄줄 알고 설명도 할 정도로 좋아했던 형제. 누가 더 잘 아나 목소리 높여 아는 척하기가 취미인데 토론토에도 크고 멋진 아쿠아리움이 있다고 하니 아이들은 일단 흥분하기 시작한다. ”엄마 아쿠라리움 가자. 물고기 보러 가자아아. “ 아쿠아리움 발음도 안되면서 계속 졸라대는 막둥이. 눈으로 애원하고 있는 큰 녀석 “토론토도 왔는데 아쿠아리움 가는 게 뭐가 대수야! 당장 가보자!”


규모도 크고 각종 해양 동식물이 너무 예쁘고 멋지게 전시되어 있는 리플리 아쿠아리움. 아이들은 입구부터 우와 감탄하며 양방향으로 산만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입구에 들어가면서부터 흥분을 시작해서 목소리가 커지고 손가락을 치켜들며 저마다의 해양 동물에 대한 설명을 스테레오로 하기 시작했다. “목소리 좀 작게” “그래 많이 알고 있구나” “그건 어떻게 알았어?” ”뛰지 말고 천천히 가“ 역시나 혼자 랩을 하고 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고 본인들 가고 싶은 데로 이동 중이다. 아이들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며 혼자 두 녀석을 쫓아다니려니 혼이 쏙 빠져나가고 있었다. 다행히 “얘들아 여기 너무 이쁘다” 하고 이야기하면 순식간에 다가와 포즈부터 잡는다. 어릴 때부터 여행도 많이 다니고 사진도 많이 찍어준 탓일까? 엄마가 부르지 않아도 맘에 드는 곳이 보이면 뛰어가서 엄마를 부르며 소리친다 “엄마! 나 사진 찍어줘!”


리플리 아쿠아리움에서 신이난 아이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수족관에서 넋을 놓고 보다 또 설명을 시작한다. 할 말이 끊이지 않는 게 신기할 뿐. 전기뱀장어가 전기를 발생시키는 순간 그 전기양을 측정에 표시해 주는 숫자에 놀라 감탄하기도 하고 바다의 느낌이 가득한 수조를 넋 놓고 보기도 하고 목을 꺾고 입을 벌리며 구경하는 무빙워크 위 해저터널까지 아이들의 취향저격으로 가득했던 곳! 수조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해양 동식물과 조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넋을 놓아버리는 아이들 보니 잘 데려온 것 같아 뿌듯한 엄마. 생각보다 볼 것이 많아 시간이 조금 길어지나 싶더니 관람이 끝나갈 무렵 나타난 놀이공간. 그곳에는 놀이기구와 아이들이 물속에 손을 넣어 체험할 수 있는 작은 물놀이 기구들과 아이들을 위한 간식을 파는 소규모 매장까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와~ 엄마 여기 천국이야?” 하며 손을 내미는 아들. 간식 사 먹을 돈을 달라는 뜻이다. 먹고 싶은 과자 가격을 알아 오라고 한 뒤 우리나라처럼 정확한 가격의 동전을 쥐어 주었더니 그대로 다시 돌아왔다. “엄마 돈 모자라다는데? 조금 더 줘야 해!” 잊고 있었다 캐나다는 붙어있는 가격에 tax를 붙여서 받는다는 것을. 새로운 경험치 추가!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곳은 역시나 체험 아닐까. 아쿠아리움이 끝날 무렵 기념품샵 전에 만날 수 있는 체험이 있었다. 바로 가오리 손으로 만져보기! 많은 아이들이 가오리가 자유롭게 물속을 헤엄치고 다니는 수조에 손을 넣고 있으면 지나가던 실제 가오리를 만져볼 수 있다. 막내는 “엄마 무셔워”를 시전 하면 달라붙어서 안 떨어지는데 신이 난 큰 아이는 “엄마 너무 신기해. 가오리까 엄청 미끌미끌 부드러워” 흥분해서 소리친다. 한참을 손으로 만지고 느끼며 즐거워하는 큰아이를 보니 흐뭇해서 막내도 느끼게 해주고 싶은데 거부하며 막내가 소리친다. “엄마 나 저기 갈래” 예상했다 기념품 고르러 가야 한다는 걸.





아쿠아리움을 나와 아이들이 직진 한 곳은 바로 옆에 위치한 CN Tower. 세상에서 에지워크가 가장 높다고. 전망대를 올라가기 위해 건물 안으로 호기롭게 들어갔으나 갈림길에서 길을 잃었다. 왼쪽이야 오른쪽이야 아이들이 설전을 막 벌이려던 그때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토론토는 유독 당황하는 순간 들리는 천사의 목소리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아르바이트 중이던 한국 유학생! 친절히 미소를 띠고 ”한국에서 오셨어요? “ 묻는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신이 나서 목소리가 커진 아이들 “네! 한국에서 왔어요.” “와~ 형은 한국 사람인데 여기서 뭐해요?” 아이고 민망스러워라.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방향을 알려준다 ”이 쪽으로 가시면 돼요! 얘들아 즐겁게 놀다가~“ 별일 아닐 수 있지만 외국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한국인을 만나면 이유불문 반갑고 감사하다. 친절하게 안내해 준 청년덕에 엄마는 감동받으려는 찰나 아이들이 또 각자 움직이려 한다. 멘탈잡고 외친다. ”걸어 다녀! 엄마랑 같이 가야지! “


<CN Toewer 입구부터 즐거운 아이들>, <타워에서 내려다 본 토론토 시내의 모습이 신기한 아이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나게 올라갔더니 타워를 빙 돌며 토론토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도록 전면 유리로 되어있는 게 아닌가. 커다란 유리밖으로 뻥 뚫린 풍경에 압도당해 말이 안 나오는데 역시나 아이들은 엄마를 외쳐 부르며 감탄사와 소감 말하기 시간이 시작되었다. ”엄마, 여기 너무 높아 “ ”엄마 너무 신기해 밖에 봐 “ ”엄마 여기 창문이 너무 커서 무서워 “ ”엄마 저기 봐 건물들이 엄청 많아 “ ”엄마 저기 바다가 보여 “ 제발 한 마디씩 천천히 한 명씩 하면 좋겠구만 이건 엄마 생각일 뿐. 자기 말하기 바쁜 아이들. 다행이라 느껴진 건 추워서 인지 주말이 아니어서인지 관광객이 거의 없어서 한가하게 즐기며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잠시 아는 척!
캐나다에서 ‘온타리오주’는 동부에 위치한 토론토부터 수도 ‘오타와’와 함께 속해 있는 주입니다.
온타리오주는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주이고 ‘4개의 커다란 호수’가 접해 있습니다.



큰 호수가 접하고 있어 타워에서 보이는 거대한 호수는 얼어있는 모습도 얼지 않은 먼 뒤편의 모습도 끝없이 펼쳐져 마치 바다 같았다. 말없이 바라만 봐도 넓고 탁 트인 뻥뚤려 환해 보이는 전경들. 어느 도시에나 이렇게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있는 전망대가 있는 것 같고 생각하며 시티뷰를 감상 좀 해보려는 찰나 “엄마 올라가자” “엄마 위에 전망대가 하나 더 있대” 혼자만의 감상 시간은 내겐 사치다. 근데 이렇게 멋진 전망대 말고 뭐가 또 있다고? 셋이서 기대를 하며 올라간 그곳에서 당황스러운 사건이 발생할 줄이야!


특이한 유리창을 가진 스카이팟에서 신이난 막내




한 층 더 올라가 만난 스카이팟은 사람이 없어 썰렁하기만 하고 아래 통유리로 넓게 이루어진 것과 달리 꺾여 있는 유리창의 모습이 신기했다. 창문이 두 각도로 나뉘어 있는데 원래 이곳은 에지워크라 전망대 밖으로 나가 매달려서 도는 액티비티가 있다는데 스카이팟에서 하는 거 같지만 너무 추워서 중단한 느낌이었다, 사람이 너무 없어 그런지 먼가 으스스한 느낌도 들어 아이들과 얼른 한 바퀴를 돌다 보니 우리뿐이라 내려가려는데. 어라? 엘리베이터가 반응이 없다! 놀라고 당황스러워 아이들과 다시 빙 둘러 한 바퀴를 더 돌았지만 우리 외에 다른 사람도 보이지 않고 비상구 같은 계단도 찾을 수 없었다. 당황해서 그런지 엘리베이터 옆에 설명도 잘 안 읽히고 비상벨도 안 보인다. 핸드폰 와이파이는 되다 안되다 하는데 구조요청 전화를 하고 싶어도 어디에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있나! 아이들과 계속 엘리베이터 버튼만 하염없이 눌러보다 다시 한 바퀴 돌아보다를 반복할 수밖에. 수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반응하는 엘리베이터!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몇 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몇 명의 관광객이 내린다. 우린 신속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을 닫으며 속삭였다. ”저 사람들 이따 어떻게 내려가려고 올라왔을까? “ 남의 걱정도 잠시 엘리베이터로 도착한 그곳에 또 있었다 기념품 가게. 아이들은 다 잊고 신이 나서 기념품을 고르고 있었다. 기념품이 끝일까? 그럴 리가 “엄마 배고파”를 외치는 아이들. 그래 가자 실컷 놀았으니 배를 채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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