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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Feb 02. 2024

씹고 뜯고 맛본 토론토 version 2

시차적응이 이렇게 어려운가요


토론토에 도착한 지 하루가 지났다. 여전히 시차 적응이 안 된 우리 셋은 새벽에 깨도 저녁시간이 되면 일단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힘들어하거나 징징대지 않고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는 아이들 보면 왠지 모르게 힘도 나고 아이들과 많은 도전을 하고 싶은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친다. 겨우 하루가 지났지만 나름대로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우리. 일찍 눈이 떠져 먹었던 아침밥 때문일까 박물관으로 이동하는 우버 안에서 다시 배가 고픈 아이들 “엄마 또 배고파” “엄마 박물관 가기 전에 먼저 뭐 먹으면 안 돼?” 우리 아기 새들 조잘조잘 떠들어 댄다. 그래 일단 배부터 채워보자. 아이들과 가기로 한 박물관 근처에서 우버를 내렸는데 아이들과 무엇을 먹을지 주변을 돌아보다 찾아낸 맥도날드. 치즈버거와 해피밀로 고픈 배를 채워주고 원래 목적지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으로 출발! 박물관 외벽에 다양한 동물들 사진이 걸려 있는 걸보고 참견쟁이가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엄마 이건 블롭피시라는 건데..” "그래그래 그렇구나" 칭찬해 주며 분주히 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 물고기에 대해 지식을 뽐내주는 큰 아들 >                                         <곳곳의 간판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동 표기 해두었다>



건물 크기부터 웅장해서 탄성을 지르며 입장. 우리는 캐나다에서 계속 놀라며 감탄사를 내뱉고 물개박수를 치며 다녔다. 다른 사람들 보기 얼마나 웃기는 광경일지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지만 그땐 정말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캐나다에 와서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가 어딜 가나 영어와 프랑스어가 같이 적혀 있는 것이었다. 설명도 간판도 두 언어가 병기되어 있어 읽어보는 즐거움을 느꼈고 서점에도 프랑스어 책이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어 다양하게 접해볼 수 있어 좋았다. 한국에서는 프랑스어 책들을 쉽게 만날 수 없었는데 동화책부터 학습서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구경했다. 캐나다 동부에 프랑스어를 쓰는 퀘벡이란 도시도 꼭 가봐야지 혼자 다짐도 해봤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면 외부의 규모만큼이나 크고 널찍한 로비를 만날 수 있는데 그곳에 전시된 어마어마한 공룡의 뼈를 보자 당시에는 공룡마니아였던 둘째가 신이 나서 소리친다 “우와 엄마 진짜 큰 공룡이다 이 공룡이 머냐면~“ 설명이 길어지니 살짝 피곤해지려 한다. 긴 설명이 끝나고 다시 엄마를 외쳐 부르는 막둥이 ”엄마 이 공룡 너무 멋지지! 얼른 사진 찍어줘! “


<너무 커서 한 화면에 담기 힘들 정도의 공룡 뼈>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은 외관 크기도 크지만 내부의 전시 규모도 엄청났다. 박물관을 세심하게 뜯어본 건 아니지만 박물관 전반을 다 둘러보았는데 자연사 박물관 부분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전시들이 많아 볼거리가 풍부해서 좋았다. 아이들이 해주는 설명을 들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며 관람하다 보니 박물관 이곳저곳을 종일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는데도 힘이 들거나 지루할 틈을 느끼지 못했다. 19세기에 지어진 자연사 박물관을 증축해서 2007년 새 외관을 지었다고 하는데 전체적인 건물 분위기는 디자이너의 손길 덕분인지 감각적이면서 현대적인 느낌이었고 실내는 넓은 공간과 다양한 여러 전시물들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더 분주해진 아이들. 설명도해야 되지 엄마도 불러야 되지 바쁘다 바빠! 전시관 한쪽에 마련된 체험 코너에서 여러 동물의 털들을 내어놓고 아이들이 만지는 체험이 보였다. 도우미 선생님들이 친절히 설명해 주며 체험을 도와주었는데 호기심 많은 큰 아이는 덥석 달려들어 신이 나게 만져보고 감탄사를 내뱉는 동안 겁 많은 둘째는 멀찍이 서서 형이 만지는 모습만 유심히 바라보고 신기한지 빙그레 웃는다.


<체험하는 첫째와 바라보는 둘째>    <서로서로 자기의 지식을 끝없이 떠드는 중>


< 다양한 체험을 스스로 즐기며 신이 난 아이들 >


한편에 해양 동물로 가득 채워진 전시장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단순히 만화만 본 게 아니라 옥토넛을 보며 차곡차곡 쌓인 정보들이 상당해 해양 동식물 전시를 보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만화에서 본 지식이 아이들의 입을 통해 설명으로 쏟아지는데 나도 전혀 모르던 내용들도 알 수 있어 놀라웠다.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할 텐데 가는 곳마다 서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띠어 주는 외국인들 키즈 친화적 따스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신나게 관람하느라 정신없는 아이들을 보며 어릴 때부터 힘은 들어도 이곳저곳 많은 곳을 여행하고 다양한 박물관을 체험하러 다닌 보람이 느껴졌다. 전시장 한편에 자리 잡은 체험실이 나타나자 역시나 신나고 흥분해서 달려드는 아이들. 열심히 각자 하고 싶은 체험을 하니 엄마는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야지 사랑스러운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각종 체험들을 한 번씩 다 해보는 아이들>



박물관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자유분방하게 볼 수 있던 분위기였다. 호기심과 흥분이 공존했던 박물관에서 아이들은 제일가고 싶어 했던 아쿠아리움보다 박물관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던 건 알고 있던 다양한 동식물들의 전시를 관람할 수 있어 더 즐거웠다고 했다. 엄마 눈에는 아쿠아리움이 좀 더 아이들 친화적인 공간으로 보였는데 아이들은 자연사 박물관과 역시 박물관이 혼합된 Royal Ontario Museum을 더 흥미롭게 즐겼다니 여행이나 체험을 하더라도 엄마의 관점 보다 아이들에 맞춰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자기가 아는 지식을 설명하기도 하고 형제끼리 서로 알고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며 박물관을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장소에서 낯설어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관찰하며 즐기는 아이들로 자라주길.



어느덧 저녁으로 가까워지는 시간. 너무 즐겁게 박물관 여행을 떠난 탓일까 시간도 많이 지나면서 점점 기운이 없어지는 막내. 시차적응이 덜되고 저녁잠이 많은 우리 막내는 시들시들해져가고 있는데 신이 난 엄마와 큰아들은 숙소로 돌아가기 아쉬워 마지막 코스로 온타리오 미술관 ‘Art Gallery of Ontario/ Musée des Beaux-Arts de L'ontario‘ 으로 발길을 돌렸다.


대부분 5시 정도면 문을 닫는데 우버를 타고 미술관에 도착하니 close까지 1시간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 큰 아이는 미술관에 와서 신났는데 둘째는 신은 나지만 눈꺼풀이 계속 내려오고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힘들어해서 잠시 앉혀두니 기절상태로 변신. 다행히 끝날 시간이 다되어가는 바람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우리만 보게 되는 전시실이 대부분이었다. 자꾸 쳐지는 둘째를 안고 있다 직원에게 경고를 받았다. 아이를 안고 작품을 보다 작품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아이를 소파에 눕혀두고 관람하라는 것. 직원말은 잘 들어야지! 아무도 없는 빈 공간 한쪽 의자를 찾아 둘째를 내려두니 편하게 큰 아이와 전시를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 좋았다. 미술 작품을 관람할 때 느끼는 이야기들을 엄마와 나누는 걸 좋아하는 아들은 엄마와 단 둘이 하는 관람에 신이 났다. 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아이와 내가 느끼는 부분이 달라서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우리 막내는 아이들 놀 수 있는 체험관도 이용해 보지 못하고 그렇게 한동안 꿈나라를 헤맸다. 숙소로 돌아가야 하니 억지로 눈을 떠 우버를 탔는데 이동하는 동안 잠이 깨기 시작하더니 숙소에 도착하자 잠이 다 깨서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밖은 이미 깜깜해지고 캐나다는 밤이 되고 있는데 숙소 오는 길은 눈도 가득 쌓여있는 데다 상점은 역사나 찾을 수 없어 전 날 쇼핑몰에서 사 온 빵과 초코바를 찾아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국서 가져온 밥을 먹자니 한사코 거부했다. 뭐든 먹으면 되는 거지 엄마도 잠시 쉬어보자. TV를 보다 폰을 들여다보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이지만 다음 날 우리는 토론토를 떠나야 했기에 모두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새벽까지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서 겨우 재우고 잠시 쉬려는데 위에서 어마어마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자는 방 위에도 손님들이 이용하는 다락방이 또 있었던 거다. 나무 바닥이라 엄청 난 소음이 새벽 내내 지속되었다. 쿵쿵 걷고 떨어뜨리고 이야기를 하고 지속되는 큰 소음들. 끔찍한 층간소음을 한국서 겪다 와서 거의 미쳐버릴 것 같아 고민고민하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 집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여러 번의 메시지를 집주인이 보냈음에도 위 층은 계속 큰 소음을 내며 난리였고 결국 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행히 곤히 잠들어있는 아이들을 보며 화를 식히며 고스란히 새벽을 버텨야만 했다. 결국 그다음 날 아침에야 위층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소음이 심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20대 젊은 남녀 6명이 밤늦게 여행을 마치고 들어와 씻고 움직이고 이야기하느라 새벽에 그렇게 시끄러웠던 건가 보다.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층간소음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떠나온 여행이었던지라 피폐한 머릿속을 또 한 번 휘저어버린 토론토의 마지막밤이 그렇게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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