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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Feb 09. 2024

런던인데 캐나다 입니다.

유럽 아니고 아메리카!


캐나다에서 한 달 살기를 고민할 때 지인이 추천한 도시가 런던이었다. 런던은 영국의 수도라는 건 아이들도 아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영국이 아니란다 캐나다에 있는 지역명이라니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당장 검색에 들어가 보니 수도 오타와가 속해있는 온타리오 주에는 진짜 런던이라는 지역명을 가진 도시가 있었다. 이 도시에 흐르는 강 이름도 영국 런던과 같은 템즈 강이라고 한다. 영국인들이 이곳이 영국 런던과 비슷하다고 붙인 지명이라는데 그냥 ‘런던’이라고 하면 다들 영국의 수도를 떠올릴 만큼 헷갈린다. 게다가 영문명도 London. 궁금증을 안고 도착한 캐나다에 위치한 런던은 도시가 적당히 큰 규모, 다양한 편의 시설이 곳곳에 위치해 있었고 대형 종합병원까지 있어 중소도시에 속한다고 한다. 토론토에서 한참을 달려 도착한 런던의 첫인상은 조용하고 살기 좋은 주택가의 모습으로 우리를 편하게 반겨주었다.


< 토론토에서 서남쪽에 위치한 런던 by GoogleMap>


<런던에서 우리가 지냈던 숙소의 위치(노란색마크)와 센트럴 거리의 눈오는 풍경 >


한 달 살기 숙소를 구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했다. 아이들도 나도 층간소음에 노예가 되지 않고 편안하게 쉬고 생활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에어비앤비로 알아보는 숙소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검색해서 찾았다. 처음 가격과 장소의 사진이 너무 맘에 들었던 곳은 2층 집의 1층 전체를 빌리는 조건이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사진으로 보는 숙소 모습도 마음에 쏙 들었지만 한 달 내내 위층에서 누가 사는지 무슨 소리를 낼지 두려웠다. 주인은 메시지를 통해 조용하고 편안할 거라고 강조했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져 있어 소리에 날카롭게 반응했기에 도저히 예약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며 다른 숙소를 찾던 중 너무 마음에 드는 2층 집을 발견했다. 단독 집 한 채를 빌리는 거라 예상보다 금액이 컸다. 예약 앱을 수백 번 들락거리며 찾아봤지만 이미 2층집에 마음을 줘버려서 다른 곳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캐나다에도 아파트를 에어비앤비로 숙소예약을 받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주의사항이 많다 보니 생각하지도 않았다. 혼자 고민을 하다 결론을 낼 수가 없어 숙소 예약도 못하고 떠나야 할 것 같아 남편에게 s.o.s를 보냈다. 남편은 쿨하게 “금액보다 애들하고 편한 게 중요하지! 가격보다 셋이 편하고 즐겁게 지내다 올 수 있는 곳으로 예약해.” 이 한마디가 오랜 고민을 한방에 날려 보낼 용기를 주었다. 더불어 편안히 아이들과 단독 주택에서의 한 달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한달내내 편하게 지낸 우리 숙소 >



런던을 닮은 런던이라더니. 내 눈이 그들과 다른가 영국에서 만난 런던을 잘 알지 못해서 인 건지 내 기억 속의 런던과는 사뭇 다른 느낌. 런던에서 묵었던 가정집들은 폭이 좁아서 한 층이 부엌만 자리 잡을 만큼 조금 작은 듯했었고 우리나라에서 불리는 땅콩 주택들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느낌이었는데 캐나다의 런던은 미국의 일상적인 집들처럼 집들 간격이 조금씩 벌어져 있고 서로 다른 개성이 보이는 집들이 길을 따라 펼쳐져 있었다.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의 도로와 집들을 지나다 보니 드디어 우리가 한 달 동안 먹고 자고 즐겁게 지낼 한 달 동안의 우리 집에 도착했다. 집의 외부부터 내부모습까지 사진으로 본 것과 똑같이 너무 예쁜 집이었다. 우리끼리만 있는 단독 집이라니 나도 아이들도 마음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가득 쌓인 눈이 그저 좋고 신나는 아이들>



겨울 왕국이자 눈의 나라답게 눈이 자주 많이 내렸고 블랙아이스가 내린다는 경고 메시지가 뜨는 일도 종종 있었다. 자려고 누우면 조용한 거리에 소음을 내는 차는 밤새 열심히 제설을 하는 제설차였다. 밤새 돌아다니며 눈을 치우는데도 눈이 아침마다 한가득 쌓여있던 풍경이라니. 캐나다에서 만난 제설차의 종류는 두 가지였다. 차가 다니는 큰 도로의 눈을 치워주는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커다란 제설차 그리고 캐나다에서 처음 만난 소규모 제설차. 우리나라와 달리 해가진 저녁에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지 않아서인지 집 앞과 큰 도로 사이에 위치한 인도를 따라 지나가며 눈을 치워준다. 작아서 사뭇 귀여워 보이는 제설차가 인도를 지나며 눈을 치우다니 처음 보는 광경이라 그저 신기했는데 아침에 나가보면 역시나 눈이 가득 쌓여 인도를 덮고 있었다.


숙소의 주인이 매일 낮에 들러 눈을 치우고 염화칼슘을 뿌려주지만 아침에 눈을 떠서 잔뜩 쌓인 눈을 보면 아이들은 흥분을 시작한다. 소리를 지르며 앞마당으로 뛰어나가 눈싸움을 하고 눈을 만지다 장갑에 붙은 눈을 보며 까르르 신이 났다. 그러다 한 놈이 먼저 눈 치우는 삽을 잡으면 전쟁의 시작. 서로 삽을 가지고 눈을 치우겠다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서로 자기 말만 하니 언성이 높아진다. 이때 자연스럽게 엄마의 중재가 개입된다. “자 둘이 싸우지 말고 공평하게 한 번씩!” 씩씩거리며 자기주장을 더 펼치다가도 “둘 다 못한다!”는 엄마의 엄포에 억지로라도 타협을 해본다. 그나저나 삽질이 그리 좋니?


<숙소 근처 거리를 아이들과 종종 걸어 다녔다>


대도시가 아닌 이상 자차가 필수인 나라인데 한국에서는 열심히 운전을 하고 다녔지만 캐나다에서는 남편이 불안하다며 렌트를 반대했고 나도 남편 없이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걱정에 자동차 렌트는 하지 았았다. 도서관이나 마트를 갈 때는 우버를 타고 다녔고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뚜벅이가 즐거운 엄마덕에 걷는 게 익숙한 아이들. 집에 있다 보면 답답해하는 아이들 가끔 박에 나가 집 근처 street 따라 쭉 걸어가다 큰 road까지 걸어보곤 했다. 어쩌다 보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 걸어 다니는 건 우리뿐이었지만 한적한 주택가라 위험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토론토에서는 며칠 안 되는 시간을 우버로만 다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런던에 와서 찬찬히 다녀보니 도로명이 다양하게 세분화되어있었다. 처음 보는 약어가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기도 했다. Ave. St. Rd. blvd. Lane은 주소명에 들어봤다지만 Crescent, pl. 은 뭐지? 궁금하면 역시 검색이 최고! Crescent는 지도의 그림처럼 약간 둥근 모양이 초승달 같아 보였는지 초승달을 표현하는 단어를 도로명에 썼는데 Drive나 Road, Street 등에서 돌아 나오는 도로명을 나타낸다고 한다. pl. 은 place의 약어로 시내에서 볼 수 있는 막다른 길을 말한다고 한다. 길이 난 방향과 크기 들로 다양하게 구분 짓는 캐나다의 도로명. 우리나라에는 없는 도로 표지판과 사인의 적응이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도로와 다른 특이한 점! 아무대서나 좌회전을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랬다간 어디선가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와 벌금을 내야 한다. 또 우회전 신호등이 따로 있다는 점! 우회전 신호등이 들어와야 우회전을 할 수 있다고 하니 방향을 바꾸는 일이 캐나다에서는 쉽지 않구나 싶었다. ’STOP‘ 사인은 주로 작은 골목 교차로등에서 많이 보였는데 보이는 그 도로에서는 무조건 잠시라도 섰다가 움직여야 한다. 이 사인은 미국에서도 봤기에 낯설지 않았다.




주택가를 아이들과 종종 걸어 다니면서 주변의 집들과 마당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너무 독특한 집을 발견! 집 앞에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 처음에는 좀 큰 새집이 마당 중간에 있나 보다 했는데 아이들과 신기해 가까이 가보니 'A LITTLE LIBRARY'라고 적혀있는 게 아닌가. 다양하고 여러 종류에 책이 잔뜩 들어가 있었는데 자유롭게 책을 두고 가고 가져가는 용도로 사용하라고 추정되는 글씨들. 우리나라에 작고 예쁜 이런 도서관은 유지되기 힘들지 않을까 씁쓸하면서도 귀엽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마주한 기분이어서 지나가며 볼 때마다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을 몸에 붙이고 하루종일 복작대다 보면 어느샌가 해가지고 하루가 끝나간다. 아이들을 깨끗이 씻기고 빨아놓은 잠옷으로 갈아입혀 토닥토닥 재우고 나면 잠시라도 한숨 돌리며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 맥주 한 캔 손에 들고 창밖으로 보이는 집 앞 풍경이 어찌나 하얗고 반짝이는지. 현관마다 켜놓은 불빛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는 혼자만의 시간도 참 소중하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생활, 새롭게 경험하는 모든 일들이 자라면서 큰 자양분이 되어주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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