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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Feb 07. 2024

미스리~ 햄버거 주문!

추억의 한국식 햄버거


“여기 이거 봐, 진짜 맛있게 생겼지? 너무 먹어보고 싶은데 한 번 가볼까?” 어릴 때부터 음식을 가려먹거나 음식맛에 민감하지 않은 나와 달리 입도 짧고 먹는 양도 적은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 남의 편. 기다기는 걸 너무 싫어해서 오랜 연애기간 동안 맛집을 다녀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전국팔도로 여행을 다녀서 변한 건지 이곳저곳 검색도 하고 줄 서서 기다리다 사 먹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니 오래 살고 볼일이고 사람일은 모른다는 말이 딱이다.


방학에는 집처럼 상주하고 학기 중에는 주말에 큰 아이 공부시킬 겸 종종 이용하는 도서관. 주말 오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있으면 점심시간이 가까워 올 때쯤 몇 개의 링크가 날아온다. 주말 점심 메뉴 추천은 매번 혼자 아이들을 도맡아 돌보고 가르치는데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는 신호. 지난여름 유난히도 무더웠던 방학 도서관에서 아이들 챙기랴 끼니마다 챙겨 먹이느라 고생한다며 맛있는 걸 먹자기에 고민 없이 오케이를 외치며 출발.


< 공군 오산 기지 맞은편 송탄 관광 특구 거리 >




내비게이션에 찍힌 거리와 시간을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을 가는 거 같은데 어디를 가는지 안 가르쳐 준다. 목적지가 뭐가 중요한가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다. 아이들도 차를 타고 외식을 간다니 흥이 나서 종알종알.  창밖으로 보이는 독특한 풍경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주로 영어로 된 간판이 가득하고 간간이 보이는 한글 간판.


“아빠 여긴 어디야?” “우리 햄버거 먹으러 간다며” 궁금한 게 많은 수다쟁이들에게 친절히 대답하는 남편 “여기는 미군 부대 앞이야 저기 한번 봐” 길 건너에 보이는 전투기 모형. “갑자기 미군 부대 앞을 왜 온 거야? 햄버거 사준다는 거 아니야?” 입이 쉬지 않고 닦달을 하지만 언제나 여유 있는 대답 “여기에 아까 말한 햄버거 맛집들이 있어. 건너가 보자.”


햄버거라면 동네에도 널리고 널린 게 프랜차이즈고 곳곳에 수제버거 매장도 있는데 이곳의 햄버거라고 특별하게 뭐가 다를까? 가게의 첫인상만 봐도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전통적인 한국식 햄버거를 파는 곳으로 유명한 매장이라는데 한국식 햄버거가 뭐란 말인가?



< 미스진햄버거 건물 전경>



길을 건너자마자 큰길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펼쳐진 쇼핑거리. 그 시작점에 보이는 건물 하나. 커다랗게 쓰여진 “미스진햄버거” 

초록건물빨간 간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게 앞에 적혀있는 메뉴만 쓱 흝어봐도 종류가 꽤 많아 보이는데 배고프다 성화인 아이들은 벌써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다. 내부에 들어서니 이미 먼저 온 손님들로 가득하다. 포장주문을 기다리는 손님과 배달 기사까지 홀이 가득 찬 보이는 느낌. 다행히 우리를 위한 건지 한 테이블이 비어있어 아이들이 착석 완료.


남편은 미리 검색해 둔 스페셜 세트를 주문한다고 하니 장남도 아빠와는 다른 스페셜 버거를 먹어본단다. 양이 적은 둘째는 작은 새우버거 주문! 각자 다 다른 메뉴의 햄버거를 시키고 나는 최애 감자튀김을 주문하고 대기! 음료는 가격을 지불하면 냉장고에 있는 여러 음료수 중 하나를 골라서 꺼내 먹으면 된단다. 마음이 급한 아이들은 ”엄마 언제나와 “ ”엄마 배가 너무 고파 “ 종알대며 연신 음료를 들이킨다. 말을 덜 하면 배가 덜 고플 텐데 얘들아.




< 미스진햄버거 내부 메뉴판, 햄버거와 감자튀김, 감자튀김 포장박스>



주문한 메뉴가 나오자 본능처럼 폰을 들어 사진 찍기를 시작했고 남자 셋이 일제히 뒤로 물러난다. 뭐든 사진부터 찍고 보는 엄마 탓에 아이들도 “엄마! 사진부터 찍어야지”가 먼저다. 배고픈 가족들을 위해 후딱 찍고 먹으라고 손짓하니 순식간에 햄버거로 돌진하는 손들. 눈앞에 있는 음식은 쿠킹포일에 쌓인 햄버거와 종이박스에 담긴 감자튀김. 기존의 프랜차이즈에서와는 사뭇 다른 비주얼에 한번 놀라고 햄버거를 먹기 위해 포일을 벗기는 순간 빵 사이에 가득한 소스와 패티사이로 보이는 계란 프라이! “우와 아빠! 햄버거에 계란이 있어~ 이거 봐!” 전혀 정보 없이 따라온 거라 햄버거 내용물을 보니 내가 알 던 그들이 아니었다. 한 번 살펴볼까?


평소 우리가 흔히 접한 햄버거는 빵과 고기패티 양상추와 토마토 양파가 들어간 그야말로 미국식 햄버거다. 하지만 이곳 송탄의 소위 한국식 햄버거는 계란 프라이와 잘게 썰린 양상추, 소시지와 피클이 들어가 있는 게 큰 특징. 한 입 베어 물면 이전에 맛보던 햄버거 맛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무슨 맛일까 분명 어디서 먹어 본 것 같기도 하고 처음 먹어보는 맛 같기도 한데...


아이가 생기기 전 강남역 근처의 회사에 다니던 나는 새벽부터 광역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 새벽에 일어나 광역버스를 타고 강남에 있는 중국어학원 가서 수업을 듣고 출근을 하느라  항상 아침을 못 먹고 다녔다. 회사 출근 전 강남역 인근 노점상에서 아침으로 사 먹었던 토스트! 버터를 빵에 발라 구우며 옆에서는 같이 구워지던 햄과 계란. 샌드위치로 합체될 때, 다진 양배추 위로 케첩과 머스터드가 뿌려지며 설탕으로 화룡정점 마무리! 단짠의 극치였던 그 토스트가 생각났다.


프랜차이즈 감자튀김은 너무 마르고 상태가 안 좋은 녀석들이 가끔 보여서 감자튀김덕후는 항상 아쉬웠는데 이곳 감자튀김은 통통하고 따끈해서 더 맛있게 느껴진다.  가족들 손의 움직임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맛있다를 연발하는 아이들에게 더 먹으라며 밀어주다가도 맛있는 감자튀김이 줄어드는 게 어찌나 아쉬운지. 예상보다 햄버거가 맛있었다는 남편과 처음 먹는 햄버거 맛이 너무 좋다며 또 먹으러 오자는 아이들. 알고 보니 근처에 유명한 다른 햄버거집이 더 있다고 하는데 이미 부른 배와 다음 일정으로 인해 촉박한 시간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정확히 5개월 뒤, 겨울 방학이라 한 달 내내 삼시세끼 돌밥에 도시락까지 싸다 보니 주말 아침 갑자기 떠오른 햄버거. 주말 아침 혼자 앉아 “아 그 햄버거 다시 먹고 싶다 “ 기가 막히게 들은 남편이 외친다 ”가자! 오늘 점심은 햄버거다! “ 어디든 나간다는 이야기에 신이 난 아이들은 이미 옷을 입고 준비를 마치고 현관에서 소리친다 ”엄마 아빠 빨리 가자!! “



< 미스리버거가 위치판 건물, 미스리버거 전경 >


지난번과 다른 길로 간 탓에 정 반대 끝쪽으로 도착해서 주차장을 찾다 발견한 ‘미스리버거‘ 간판. ‘오늘은 너로 정했다!’


전체적인 건물 분위기는 세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지만 ‘미스리버거’ 가게는 생각보다 세월의 흔적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내부에 들어가 매장에 걸린 사진을 보고서야 매장이 이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있는 키오스크. 직접 주인분께 주문하고 계산하던 ‘미스진햄버거’와는 주문 방식이 달랐다. 뒤에 있는 메뉴를 보며 원하는 버거를 골라 키오스크로 주문했다. 감자튀김도 추가하고 있으니 남편의 한마디 “나 야끼만두도 먹을래!” 뭐라고? 햄버거집에서 웬 야끼만두야 하는데 진짜 있는 메뉴다. 다른 메뉴들을 일반 햄버거집 메뉴인데 야끼만두가 있는 게 신기하고 궁금한 마음에 추가추가!




< 미스리버거 가게 입구부터 내부 모습 >



음식을 기다리며 남편과 매장을 둘러본다 벽에 붙어있는 다양한 사진들을 구경하니 매장 이전 사진부터 다양한 연예인들의 사진과 싸인까지 벽을 가득 차지하고 있다. 남편과 구경하며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나와있는 음식들! 역시나 가장 큰 걸 시킨 장남의 햄버거는 크기부터 다르다. 일반 버거의 두 배는 되는 듯하다. 넷 다 입맛이 달라 각자 원하는 메뉴를 시키다 보니 다 다른 버거를 시켰네. 스페셜 버거, 스테이크 버거, 치킨 버거까지 그래도 오리지널 버거는 먹어봐야지!




<미스리버거의 햄버거, 감자튀김과 야끼만두 >


 역시나 햄버거는 쿠킹 포일에 포장되어 나왔는데 포장지 위해 메뉴 이름을 알 수 있는 이니셜을 써주셔서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감자튀김과 야끼만두는 종이봉투에 담겨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야키만두가 맛의 정점을 찍었다. 햄버거 맛이야 패티와 양배추 계란 햄 소시지 피클이 다 있는데 두말하면 잔소리.


야끼만두는 어릴 적 떡볶이를 먹으러 가서 떡볶이 국물이 찍어 먹던 속은 좀 비어도 바싹하고 만두 속을 채우던 당면의 쫄깃함이 일품이었는데 ‘미스리버거’의 야끼만두는 속이 꽉 차있는 데다 약간의 매콤함이 가미되어 느끼한 맛을 싹 잡아주니 생각 없이 한입 먹다 오~하고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감자튀김에 숨어있던 너겟은 보너스일까? 감자튀김을 시켰는데 너겟이 툭 튀어나오다니! 특히 막내가 반가워하며 순식간에 입속으로 쏙 자취를 감췄다.



< 오리지널 버거, 치킨 버거, 스테이크 버거>



각자 자기가 시킨 햄버거를 들고 열심히 먹다 보니 입의 양옆에 소스가 묻어간다. 남편은 햄버거를 먹는 큰 아이를 보며 “햄버거 먹는 모습이 꼭 야생의 느낌이다” 라며 웃어댄다. 먼 소린가 아이를 보니 햄버거 안에 너무 푸짐하게 가득 들어있는 양배추들이 아우성을 치며 소스들과 함께 밖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사장님이 주셨다며 큰 아이만 손에 비닐장갑을 낀 채  햄버거를 먹고 있는 게 아닌가. 햄버거를 먹는데 포장도 되어있건만 비닐장갑을 끼냐고 핀잔을 주려는데 아이가 먹는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스페셜버거는 크기도 두 배지만 버거를 꽉 채운 재료들이 너무 많아 아무리 신경 써서 먹어도 옆으로 아래로 빠져나오는 내용물을 다 입속으로 넣을 수 없었다. 순식간에 비닐장갑과 아이의 입은 소스범벅이 되어있었지만 비닐장갑의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되니 미리 챙겨주신 사장님의 센스에 감사할 수밖에.


한국식 햄버거라 불리는 이유가 아마도 한국식 토스트와 비슷하게 계란 프라이와 양배추가 들어가고 포일에 쌓여있어 그렇게 불린 게 아닐까 혼자만의 추측을 하며 미군 부대 앞에 미국식 햄버거 집보다 더 인기 있고 유명해진 이유를 찾아봤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기 전 먼 타지에서 고향의 음식을 그리웠던 군인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고 하니 고향을 그리워하며 고국의 맛을 잠시라도 느껴볼 수 있던 음식이라 많이들 찾지 않았을까? 처음 가게 오픈이 80년대라니 역사 깊은 햄버거였다.


< 여러군데 위치한 공영 주차장, 어여쁜 가게 외관, 한쪽 골목을 뒤덮은 그래피티 >


자차를 이용해 맛집을 다니다 보면 종종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 쉽지만 이곳의 장점은 뭐니 해도 주차를 꼽을 수 있다. 송탄관광특구 주변에는 여러 개의 공영주차장이 있고 기본 한 시간 반은 무료주차! 문구만 봐도 공짜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메인 거리를 따라 또 골목을 따라 있는 다양한 상점들을 구경하다 보면 부른 배를 잠시 쉬게 할 수 있는 가벼운 산책로로 안성맞춤이다. 여러 상점들과 물건들 곳곳에서 풍기는 이국적인 모습과 여기저기서 들리는 다양한 영어발음, 새로운 스타일의 햄버거도 먹어봤으니 짧은 시간에 다양한 경험을 해본 느낌이었다. 다음 방문에 가보고 싶은 음식점들을 눈 속에 콕콕 담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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