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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Mar 15. 2024

나이아 가라~ 단풍국으로!

캐나다에서 만난 나이아가라 폭포 (feat. 파머스 마켓)


눈앞에 펼쳐진 장관이 너무 웅장해서 뭐라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멍하니 그저 응시할 뿐이었다. 내가 알던 그곳,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과연 그곳이 맞는 걸까? 마치 꿈을 꾸는 듯하다. 차마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었던 그곳에서 입은 오로지 감탄사만 내뱉고 눈은 사방을 둘러보느라 초점을 잃어간다.


때마침 들려오는 익숙한 음성

”우와 엄마 이게 머야? 강이야? 폭포야? 별로 안 깊어 보이는데? 여기부터 저기까지 있어! 엄청 크다!”





캐나다 한 달 살이동안 도서관과 마트만 주로 오가며 지내던 우리에게 신나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구정 연휴를 같이 지내고 싶어  잠시지만 일주일정도 우리를 만나러 남편이 캐나다에 온다는 거다!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는 시간을 빼면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이었기에 남편은 시차적응이 될만할 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래도 잠시라도 캐나다에 와서 함께 있다는 게 어딘가! 토론토에서 비행기를 내려 렌터카를 운전해 우리가 묵고 있던 런던 집까지 남편이 도착했다. 마치 이산가족 상봉하듯 너무 반가웠으나 금세 적응되어 평소대로 돌아간 아이들. 남편이 렌터카를 빌려온 덕분에 기동성이 생겼고 남편도 캐나다까지 온 김에 가보지 못한 곳을 같이 여행해 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남편이 시차적응 하느라 낮에는 잠이 쏟아지고 밤에는 눈이 초롱초롱 해지는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기에 매일매일 장거리 여행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완전체 가족이 되어 며칠 되지 않는 캐나다 라이프를 즐겨보려 낮에는 커피를 마시며 잠을 이겨보고 밤엔 잠이 들려 무던히도 노력하며 짧은 방문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캐나다와 미국이 마주한 국경에 위치하고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에서 보는 모습과 캐나다에서 보는 모습이 다르다고 한다. 우리는 캐나다에서 볼 수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모습을 마주하고 있었다. 폭포에서 보이는 반대쪽이 미국 땅이라고 했다. 멀리 보이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미국이라고 하니 그마저도 신기했다. 한 겨울에 방문하다 보니 많은 부분이 얼어있었고 빙하처럼 두꺼운 얼음들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다 얼어버린 게 아니어서 흐르는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위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 모여든 엄청난 양의 물들이 흘러가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파도를 바로 눈앞에 마주한 기분이었다. 살아있는 듯한 물의 흐름을 하염없이 바라보면 물에서 무언가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 정도의 흡입력이 느껴진다. 키가 작았던 막내는 식구들이 감탄하는 사이에 끼어 폭포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 낑낑대고 있었다. “나는 안 보여~ 나도 궁금해!” 막내의 소리를 들은 남편이 얼른 아이를 휙 안아 높이 들어주며 다정히 이야기도 해준다. 한참 아이를 안고 보여주며 서로 깔깔대는 걸 보니 아빠가 오니 이런 게 다르구나 확연히 느껴졌다.


폭포를 마주하고 서서 왼쪽을 보면 멀리까지 이어진 폭포가 한없이 아득했고 오른쪽을 보면 폭포라고는 가늠할 수 없게 거대하고 엄청난 물줄기의 이동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겨울이다 보니 어느새 몸이 꽁꽁 얼어가고 있었나 보다 아이들이 춥다고 난리다. 감동은 마음에 간직한 채 실내로 다시 들어가야 했다. 날이 따뜻하면 폭포의 아래쪽으로 내려가 배를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둘러볼 수 있다고 했다. 우비를 입고 타도 폭포 근처만 지다가면 속옷까지 홀딱 다 젖어 배를 타려면 여분의 옷은 미리 챙겨 오는 게 좋다고 하는 설명을 듣고 있자니 겨울에는 운행하지 않아 체험할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그저 설명과 사진으로 그 즐거운 현장을 상상만 해야 했다. 다시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을 기회가 생기면 꼭  따뜻한 날씨에 방문해 보트 체험을 해보고 싶었다.



신나게 구경하다 보니 너무 추워져 오들오들 떨며 들어온 실내에 역시나 자리 잡고 있는 팀홀튼! 나이아가라에 대한 설명 책자를 보며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여본다. 겨울에 방문해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그저 눈과 사진으로만 이 거대한 풍경을 담아가자니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던 장면보다 더욱더 크고 어마어마한 규모라 열심히 잘 찍어보려 해도 담아낼 수가 없었다. 실제로 보는 경험으로의 느낌이 이렇게나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 사진 찍는 건 오롯이 내 몫이었지만 감탄사를 내뱉으며 사진과 영상을 찍는 남편을 보니 강렬한 느낌을 주는 곳이 분명하다.





남편과 근처 관광에 대해 알아보다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St. Jacobs farmers' market(세인트 제이콥스 파머스 마켓)에 놀러 가기로 했다. 토론토 근교라 런던에서는 거리가 있기에 차를 타고 highway를 한참 달려 도착했다. 오랜만에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가족들이 모여 캐나다의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도 너무 즐거웠다.



파머스마켓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전통 시장처럼 크게 하나의 건물일 줄 알았는데 여러 건물이 모여 있어서 천천히 하나씩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식재료와 음식들을 많이 팔다 보니 여기저기 앉아서 먹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은 배고픈 것과 상관없이 먹는 것만 보이면 “이거 먹고 싶어” “이거 사줘” 계속해서 졸라댄다. “일단 좀 다 둘러보고 먹고 싶은 거 사줄게” 이야기해도 들은 척도 안 한다. 어딜 가는 걸 좋아하는 건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 조르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거나 말거나 날씨도 좋고 남편이 와서 여행을 다니고 있으니 기분이 너무 좋아 신나게 구경부터 해본다.


여행하면서 전통시장 가는 것을 즐기는 나와 남편은. 파머스 마켓을 구경하는 하러 온 것이 마음에 들었고 보는 즐거움을 실컷 누릴 수 있었다. 치즈를 좋아하는 막내는 여전히 치즈 매장에 가면 정신을 못 차리고 다 먹고 싶다고 사달라 조르기 시작한다. 이름도 모양도 종류도 너무 다양해 뭐가 먼지도 다 알아볼 수가 없는데 커다란 덩어리 치즈를 사달라니. 다 먹지 못하고 버릴 것 같다고 좀 더 작은 걸 사준다며 설득했다. 장남은 수제 유기농 소시지 가게에 멈춰 정지상태로 머물러 있다. 뭐가 그리 재미있나 봤더니 항상 가공되어 포장되어 있는 똑같은 모양의 소시지만 먹었는데 알고 있던 모양과는 조금씩 다른 햄과 베이컨도 볼 수 있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소시지를 정리하고 있는 직원의 모습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이 곁에서 한참을 바라보다 나도 소시지를 한번 만들어서 먹어볼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해본다.




곳곳에서 팔던 야채 과일은 한국에서도 사서 먹던 것과 같은 종류도 있었고, 캐나다에서만 볼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대형마트에서 사던 것과 가격이 많은 차이를 느끼지 못했고 특별히 저렴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아서 따로 구입하지는 않았다. 직접 재배하고 만든 친환경 과일, 야채, 메이플 시럽, 치즈, 계란 소시지 등의 식재료들과 농산품과 음식들, 핸드메이드 소품들까지 엄청난 규모로 다양한 제품들을 파는 걸 나중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가격이 저렴한 물건이 많다는데 미리 알아보지 않고 가서 정신없이 구경만 하다 돌아온 무지가 그렇게나 원망스러웠다. 유난히 닭고기와 계란을 좋아하는 나는 큰 계란을 파나 싶어 궁금해 가봤더니 계란 크기는 그다지 큰 느낌을 못 받았는데 옆에 판매가 되는 오리알이 보여 신기했다. 하지만 사지 못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감춰진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이랄까?




나에게 제일 흥미로웠던 곳은 소품가게들이 모인 마켓. 잘잘한 문구부터 소품을 좋아해서 구경만으로도 즐거웠고 일반적인 기념품 가게의 모습도 프리마켓 느낌의 상점도 있었다. 두꺼운 고서를 파는 상점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가격도 비쌌고 한국에 들고 돌아갈 자신이 없어 한참을 고민하다 구경만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중에서도 나를 놀라게 했던 건 바로 한국에서도 한참 재밌게 보던 스코틀랜드 시대극 드라마 ‘아웃랜더 outlander’의  남자 주인공 제이미 프레이저의 입간판! 책으로 먼저 읽다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고 해서 재미있게 봤었다. 잘생기고 멋있어서 좋아했던 남자주인공의 입간판이라니 신나고 놀라서 ”와 제이미“ 외쳤다. 주변에 드라마와 관련된 물건들을 판매하느라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어 정신을 팔고 구경하니 가게 주인이 웃으면서 엄지를 들어 보였다. 뜻밖의 엄마의 흥분에 놀란 세 남자는 무슨 일이냐며 이유를 물었고 상황을 설명하자 김 빠진 콜라 같은 표정들을 짓고 각자 구경을 위해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물어본 거야!





실컷 구경을 했으니 다리가 아프고 배가 고프다를 달고 사는 아이들의 입을 막기 위해 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씩 사서 먹기로 했다. 마치 우리나라의 푸드코트처럼 여기저기 다양한 매장에서 원하는 음식을 구입하면 빈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먹을 수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인지 사람이 너무 많아 앉을자리가 없어 한참을 헤매다 다 먹고 일어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게임 시작.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넷이서 눈을 크게 뜨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었다. 한참을 방황하다 겨우 찾아낸 비좁고 작았던 자리지만 가족이 둘러앉을 수 있어 좋았다. 유명하다는 음식을 미리 검색해 가지 않아 구경하며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구입했다. 아무래도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기보다 익숙한 음식을 선택하다 보니 특별한 맛을 느낀 건 아니었지만 가족이 모두 모여 즐겁게 구경하고 충분히 맛있게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경험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 마르셀 프루스트 -


우리 가족에게 여행은 단순히 짐을 싸서 집을 떠나 익숙한 곳이 아닌 새로운 장소로의 이동만이 아니다. 낯선 경험 속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가는 것, 일상생활에서 접하지 못했던 상황들을 경험해 보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상황에 든든한 여행메이트 가족이 있기에 모두에게 오래도록 행복한 추억으로만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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