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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Mar 22. 2024

벽난로가 있는 단독주택에서 한 달 살기

한국 아니고 캐나다에서요.


너무 ‘간절’ 했다. 잠시라도 소음으로 걱정하고 괴로워하는 생활을 벗어나고 싶었다.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 언제나 편안히 들어가 우리 가족들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한 달 동안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집은 외관부터 빨간 벽돌로 특이해서 처음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Airbnb에서 예약할 때 보던 사진 그대로였던 아담한 2층 집. 왕복 2차선 작은 도로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집들이 쭉 서 있는데 비슷한 듯 다른 집들을 보고 있으면 미드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한 달 가까이 살았다고 우리가 지내던 집 제일 예뻐 보인다. 대부분의 집들의 특징이 외벽은 벽돌로 내부는 나무로 되어 있었다. 집 앞에 쌓인 눈도 나무 한그루도 우리에게는 그저 즐거운 추억의 한 부분이 되어 주었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집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였다. 신발을 밖에서 벗고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애들을 보고 근처 마트를 갔을 때 신발을 벗을 수 있는 발판 매트도 하나 구입해 깔아놓고 사용했었다. 깔끔한 집이었지만 물티슈로 집안을 한번 닦아내고 아이들을 편하게 놀렸는데 우리가 지내는 중간에 주방 수도가 고장 나 주인이 고쳐주러 기술자와 함께 왔을 때 보니 캐나다인들도 집 밖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걸 보고 놀랐다. 사실 집을 구할 때 이용규칙을 볼 때 캐나다 집들도 모두 신발을 벗고 들어가라고 규정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신발 신고 집을 돌아다니는 문화로 알고 있었는데 바뀌어 간다는 사실이 재밌었다.





집 안 깔끔하면서도 한국에서 쓰던 주방의 느낌과는 조금 달랐다. 큰 오븐에 있는 수건과 밖으로 나와있지 않은 식기들도 가구처럼 달려있는 오븐과 전자레인지도 써본 적 없는 종류여서 걱정을 잠시 했지만 생각보다 작동법이 어렵지 않아 잘 사용할 수 있었다. 들어가자 말자 보인 건 보드게임이 들어있던 서랍장 선반에 놓여있는 웰컴 과일들, 냉장고를 열어보자 아이들이 먹을 음료와 간식까지 들어있었다. 아이들과 엄마가 오래 지내다 간다고 했더니 딸아이를 하나를 키우는 엄마라는 집주인은 우리를 위해 뜻밖의 선물을 여기저기 놓아둔 거다. 따뜻한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 차올라 울컥했다.



햇살이 따뜻하게 들어오던 창문 앞의 큰 테이블은 아이들과 맛있게 식사를 하거나 아이들이 가져온 문제집을 풀기도 했다. 가끔은 밥을 먹다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1층은 잠을 자는 방은 없었지만 작고 아담한 거실이 있었다. 긴 소파는 침대로 펴지는 소파였는데 접는 법을 몰라 혼자 폈다가 접느라고 한참을 낑낑하고 고생을 했더랬다. 다른 데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다리를 쭉 펴고 누울 수 있는 소파 두 개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번갈아 가며 올라가서 의자를 접었다 폈다 하면 앉았다 누웠다 너무 즐거워했다.


아이들과 내가 제일 신기했던 게 집안에 있던 벽난로였다. 평소에는 꺼져있었기에 ‘이거 안 되는 거겠지?’, ‘ 장난감 같다’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불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사용법이 어려워 버벅거렸는데 주인이 메시지로 친절히 알려줘서 손쉽게 켜고 끌 수 있었다. 벽난로를 집안에서 켜고 끈다는 게 나도 신기 한데 아이들은 오죽 신기할까? 켜고 지나면 점점 뜨거워져와서 아이들과 셋이 모여 앉아 손을 모아 불을 쬐보곤 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왼쪽에 큰 침대가 있는 침실이 하나 있고 오른쪽에는 화장실과 그 옆에 2층 침대가 놓여있는 방이 있었다. 2층 방들은 모두 한쪽 천장이 비스듬히 내려와 있어 조금만 주위를 기울이지 않으면 부딪히기 일쑤였다. 항상 위 아래가 뻥 뚫린 아파트 생활만 해서 인지 다락방 느낌의 천장은 항상 나에게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아이들은 키가 작아 머리를 부딪힐 일이 없기에..



화장실 앞에는 가지런히 놓인 수건들이 있었다. 커다란 타월은 아이들 온몸을 덮고도 남는 크기라 샤워할 때 사용하고 작은 타월은 손 씻고 나서 핸드타월로 사용했다. 근처에 있는 바구니에 넣어두면 세탁을 해준다고 했지만 집 지하실에 있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이용해서 빨래해서 사용해도 되는지 주인에게 물어봤다. 주인은 오히려 고맙다며 세제 등을 충분히 가져다줘서 아이들이 입는 옷과 수건들을 언제든 편하게 세탁해서 입을 수 있어 편리했다. 건조기는 오히려 한국에서 쓰는 것보다 성능이 좋아 옷의 구김도 없고 빨리 건조되어 사용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눈이 많이 와서 즐거운 아이들은 수시로 옷을 입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문만 열면 집 앞마당에 눈이 쌓여 있으니 추운 줄도 모르고 놀았다. 엄마를 불러대도 창문으로 슬쩍 내다보는 것만으로도 깔깔대며 장난을 친다. 눈사람도 눈싸움도 눈을 치우는 것까지 아이들은 즐거운 놀이였다. 집 문을 열고 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여러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 아닌 문만 열면 엄마가 보이는 집 앞에서 즐겁게 눈 놀이를 할 수 있으니 엄마도 아이도 편하고 안전한 느낌이었다.


어느덧 한 달이 끝나가고 떠나야 하는 마지막 저녁 아이들과 집안 곳곳을 돌아보았다. 날이 따뜻하면 산책도 하고 놀이도 할 수 있는 뒷마당은 눈이 많이 와 안전상 잠가두어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다. 처음에 왔던 설렘은 사라지고 편안히 적응할 무렵 다시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고 여러 마음이 오갔다. 아이들도 아쉬워하며 “여기 계속 살면 안 돼?”, “엄마 우리 여기로 이사오자” 졸라대는 소리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아이들이 좀 더 어릴 때 이렇게 편안한고 안전한 환경에서 키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운 마음이 컸다. 돌아가는 우리 집에서는 또다시 ‘뛰지 마’ ‘조용히 해’  얌전히 좀 있어 ‘ ’ 뒤꿈치 들고 다녀 ‘ 윗집 소음에 민감해져 내 아이들을 더 주의를 줘야 할 텐데.. 우리만 있는 집이라 여기서는 웬만한 소리나 행동에도 나도 스트레스가 없고 아이들도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학교와 학원이 가까운 아파트가 좋지만 뛰놀기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에게는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집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던 단독 2층집에서의 추억을 간직한 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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