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시간에 쫓기며 사는 사람이라 편히 앉아 TV나 유튜브를 볼 시간 적 여유가 없다. 가끔 집안일을 하며 인스타그램 짧은 영상들을 보다 필요한 정보를 얻는데 매일 줄을 서서 먹는 식당이 있다며 다들 극찬을 하는 곳이 있다. 심지어 매일 바뀌는 반찬의 식단을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려주시는 센스까지! 사진만 봐도 배가 고파올 정도로 맛있게 찍어둔 사진을 보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남편에게 “여기 가보고 싶어” 바로 날아온 대답 “그래 가자!‘ 이렇게 간단하게 갈 수 있는 거였어.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 반까지만 운영하는 데다 일요일은 문을 닫는 식당.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들 일과 내 일이 다 겹치면서 도저히 갈 시간이 나지 않는다. 이러다 못 가는 거 아닌가 싶고 언제 가보나 했는데 눈에 들어온 선거날! 사전투표를 이미 마쳤기에 마음 편히 양지식당으로 점심 먹으러 다녀오기로 했다. 평일이라 그런 건지 놀 생각이 신이 난 건지 아이들이 학교를 가는 것도 아닌데 새벽부터 일어나서 분주하다. 아침 일찍부터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아침을 간단히 먹고 일찍 서울로 출발.
유난히 대중교통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지하철을 타자, 버스를 타자 출발 전부터 이동수단 결정으로 혼란스럽다. 정신사나울 때 정리는 아빠 몫!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결정되었다.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광화문 교보에 도착해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읽는 동안 남편과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리고 있었다. 매번 사고 싶은 책이 너무 많은 아이들에게 다 들고 다닐 수 없으니 한 권씩만 구입하기로. 큰 아이가 갑자기 청계천을 따라 걷고 싶다고 한다. 언제 안 걸었나 수십 번을 같이 걸었던 청계천을 따라 동대문 근처에 있는 식당까지 걸어갔다. 긴 거리지만 즐겁게 가는 아이들이 다소 시끄럽고 번잡스러워 보였다. 엄마는 좀 조용히 얌전하게 걸어갔으면 좋겠는데 아빠는 아이들이 밝고 신나 보여 좋단다. 역시나 육아도 동상이몽.
드디어 도착한 식당 앞은 오픈 전부터 줄이 길다는 사전정보와 일치한다. 멀리서도 사람들이 서있는 모습이 놀랍지 않을 정도. 예상보다 대기 줄이 길지 않아 기다리기로 했다. 나중에 밥을 다 먹고 나왔더니 식당 옆에 줄도 모자라 줄이 휘어 반대쪽 길까지 줄을 서있어 깜짝 놀랐다는 건 안 비밀이다! 너무 줄이 길면 다른 식당으로 가볼까 했지만 이 정도는 줄을 서서 먹어보자! 무슨 맛인지 너무 궁금하잖아!
처음 가는 길이라 지도를 보며 종로의 뒷골목을 돌아 돌아 찾아갔다. 빠른 길이긴 하나 오래된 건물들과 식당들 사이 골목이라 그런지 좁고 담배 피우는 분들이 많아 아이들과 요리조리 피하며 걸었다. 식당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두 군데로 나뉘어있는데 위쪽 주방으로 들어가 안 쪽에 있던 식사공간과 바로 아래 식사공간만 있는 두 곳이 있었다. 아마 확장을 하려 해도 건물이 오래되다 보니 두 장소를 따로 사용하는 느낌이다. 식사하는 사람도 많았고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예상보다 대기 줄이 빨리 줄어들었다. 걸어오느라 조금은 힘들고 기다리기도 지루한 아이들은 옆 건물 계단에도 앉아있다가 새로 산 책을 읽으면서 기다렸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직원분의 걱정스러운 한 마디 “자리가 났는데 문 앞이에요. 아이들이 있는데 불편하지 않겠어요?”너무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인사해 주시고 다정하게 말 걸어주시는 직원 분들 덕에 기분이 좋아졌다.“괜찮아요! 안불편해요!”
줄을 서서 기다리다 보면 주방 안이 훤히 보인다. 계속 밥만 떠서 그릇에 담는 분, 계속 설거지만 하시는 분, 계속 식사나 다 먹은 그릇을 분주히 나르는 분들까지 좁은 공간은 질서와 혼란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도 모든 상황이 일사천리 척척 이루어지기에 대기도 빨리 줄고 회전율도 좋은가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생선을 튀겨내시는 분이 계속 음식을 만드시면서도 서빙을 나가는 직원들과 반찬들을 체크하는 카리스마로 보아 사장님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창문에 붙어있는 인스타는 매일매일 식당의 반찬을 올려줘서 그날의 반찬 확인이 가능하다고 되어있다.다 먹고 집으로 돌아오며 인스타에 들어가 먹었던 반찬들을 확인하자 덥석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에 쌓여있는 엄청난 식재료를 보니 이 식당의 판매량이 어마어마할 것인가 짐작이 될 정도였다. 대부분의 재료에 ‘국산’ 표기를 보고 음식에 대한 믿음도 생겼다. 예전 건물이라 그런지 일반 테이블 좌석도 있었고 벽 쪽에 살짝을 올라서 앉을 수 있는 테이블들도 있어 신기했다. 여기에서는 물은 셀프!! 테이블에 있는 컵이나 물병에다 정수기 물을 직접 받아서 마시라고 알려주신다. 특별한 메뉴를 주문할 필요가 없다! 인원수만큼 밥과 국 반찬이 나오기 때문이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생선부터 각종 반찬들 양이 엄청나다. 보통 한식집에서 주는 작은 양이 아니고 엄마처럼 푹푹 떠서 잔뜩 반찬을 얹어주는 느낌이다. 접시에 가득 담긴 반찬을 보고 역시나 환호성을 뱉어낸다. 옆 테이블에서 반찬 리필 요청이 오자 처음에 주신만큼 가져다주신다 이렇게 후할 수가. 이걸 다 먹을 수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일단 생선을 보고 흥분한 아이들이 하나씩 들도 뜯어먹기 시작한다. 국도 바로바로 끓이는 장면을 봤는데 황태와 콩나물이 어우러진 게 해장되는 느낌이랄까
다양하고 많은 반찬을 매일 다르게 준비하는 식당이 새삼 대단하고 가까이 있음 자주 먹으러 올텐에 아쉽다. 가격도 인당 7000원! 심지어 아이들이 밥 먹는 모습을 보던 사장님 포스를 풍기시던 할머니가 “여기 애기들 있네! 큰 아기도 있고, 여기 김 안 갖다 주고 머 해 애들 어떻게 먹으라고! 빨리 애들 먹을 김 좀 갖다 줘!” 하고 사라지신다. 우리 가족은 동공지진 순식간에 직원분이 “애기들 많이 먹어” 하며 두고 가신 김 가득 쌓인 접시에 아이들도 우리도 감동했다. 가격 저렴하고 맛있고 양도 많은데 친절하기까지! 인기 있는 식당의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고 돌아섰다.
부른 배를 진정시켜야 하는 데 식당을 나서자 길 끝으로 보이는 건물들 아래 동대문이 보이네? 분명히 종로 뒷골목이었는데 어느새 동대문 근처까지 왔구나. 날이 좋아지면 걸어보자 했던 성광길 아래 한양도성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못 지나치는 지라 들어갔더니 직원분이 친절히 스탬프 투어를 설명해 주신다. 물욕에 눈이 멀어 힘든 다리는 잊고 DDP까지 걸어가 스탬프 완성! 퍼즐과 파우치를 선물로 받았는데 스탬프도 금으로 럭셔리해 보이고 무료로 주는 선물도 퀄리티가 좋다.
점점 날이 따뜻해지고 좋아지는 봄이다. 집안에서 웅크리고 있기보다 가족과 맛있는 밥도 먹고 성곽길 산책하면서 스탬프 투어도 해보면 어떨까? 배도 채우고 운동도 하면서 공짜 선물까지! 일거양득 이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