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튀로 대동단결
세상에 맛있는 게 너무 많은데 유독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다들 어떤 음식이 떠오를까? 식욕은 왕성하지만 특별한 음식이 항상 먹고 싶은 게 떠오르지도 않고 메뉴를 정하는 것도 매번 어려운 사람이지만 감자튀김은 언제나 망설임이 없다. 모든 음식의 칼로리를 따져서 먹어야 하는 유지어터를 힘들게 이어가는 생활이라 매일 매끼 칼로리와 양을 정해놓고 계산하면서 먹는데 왜 감자튀김은 절제가 안되는지 모르겠다. 먹고 나서 배가 불러도 죄책감이 많이 들지 않는 것도 몸과 마음에 만족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혼자 나름의 정의를 내려본다.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양도 듬뿍 먹기를 좋아하는 사람인데도 튀김 요리를 즐겨 먹거나 찾아먹어지지 않았다. 기름에 튀기면 뭐든지 맛있다고 하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에게 튀김은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일부러 튀김을 만들거나 사 먹을 정도로 다른 음식에 비해 찾는 빈도가 극히 적다는 뜻이다. 그게 이유인지 아이들도 튀김을 사주거나 해주는 일이 없어서 큰 아이는 7살까지 튀김종류를 먹어본 일이 없다. 나는 떡볶이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분식을 먹을 일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큰 아이가 7살이 되고 조금 건강이 나아졌을 때, 매주 수요일마다 아파트에서 열리는 알뜰 장에 직접 튀겨주시는 돈가스가 맛있다는 동네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구입한 게 아이에게 먹인 첫 튀김요리였다. 남편이 그렇게 좋아하는 돈가스였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남편은 너무 바빴고 아이는 많이 아파서 아이 위주로 먹이느라 더 그랬었다. 햄버거를 입에도 못 대던 아이가 이제는 큰 햄버거 세트하나는 라지세트로 시켜 순식간에 뚝딱 먹어치우는 마법을 부리기 때문이다.
처음 감자튀김에 매료된 건 패스트푸드점이 아니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 연구소에 입사한 나는 업무를 위해 유럽 출장을 다닌 적이 있었는데 프랑스 파리에서의 회의 기간 동안 맛본 음식 덕에 감자튀김에 매료되었다. 아침은 호텔 조식, 저녁은 같이 간 한국 대표들과 함께 먹었는데 점심은 같이 회의를 하는 유럽대표들과 같이 식사를 해서 현지인이 소개해주는 식당에서 다양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었다. 물론 유명한 푸아그라도 맛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커다랗고 두툼한 스테이크 곁에 사이드로 나오는 감자튀김이 너무 맛있었다.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굵직하고 바삭한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패스트푸드에서 주문하면 가늘고 물렁이며 흐물거리기도 하는 감자튀김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그 당시에는 그런 감자튀김을 먹을 수 없어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맛있는 음식은 혼자 먹어도 맛있지만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고 즐겁지 아니할까? 일부러 시간을 내서 친구들과 삼삼오오 만나 먹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 햄버거를 주문하면서도 꼭 넉넉하게 주문했던 감자튀김! 굳이 케첩에 찍어 먹지 않아도 바삭한 그 식감만으로도 너무 맛이 있는 나와 꼭 케첩을 찍어 먹어야 하는 남편과는 먹는 방법도 다르다.
나처럼 감자튀김을 너무 좋아하는 친구와 만나 더 맛있게 먹는 새로운 감자튀김 먹는 방법을 배웠다. 방금 튀긴 감자튀김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그냥도 한 입, 바닐라 쉐이크에 찍어서도 한 입.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맛에 손이 멈추질 않고 금방 바닥을 보이는 감자튀김 두 접시는 순식간에 뱃속으로 사라졌다. 기대를 하지 않아도 기대를 해도 언제나 맛이 있는 감지튀김이다.
어릴 때는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먼가 허기가 지는 순간이 오면 유독 매운 음식을 찾았다. 매운 찌개류나 볶음 같은 음식들이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고 먹고 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 들곤 했다. 어느 순간부터 인지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공복이 길어지면 갑자기 감자튀김이 떠오르곤 한다. 햄버거는 안 먹어도 감자튀김은 먹고 싶고, 튀김을 먹고 싶지 않아도 감자튀김은 먹고 싶은 나에게 감자튀김은 언제 어디서나 만족을 주는 나만의 소울푸드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