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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m Feb 07. 2022

딸랑딸랑

Where are you?


나에겐 20여 년을 함께 한 강아지 네 마리 써니, 하니, 두나, 세나가 있다.

아니, 있었다.


혼자 외국에서 사는 외로움에 하나, 둘 함께하기 시작한 가족이 네 마리가 되었고,

부모님보다 함께 더 오랜 시간을 보낸 나의 가족이다.


밥 맛있게 먹고 간식까지 훔쳐먹고 푹 잠든 채 늘 자던 자리에서 갑자기 무지개 나라로 간 써니,

다리가 아파서 같은 자리에 있겠지 홈캠을 보며 생각했지만 그 자리에서 무지개 꿈을 꾸러 간 하니,

갑자기 아프다는 눈빛을 보내 병원으로 갔다 오는 길에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 품에서 잠든 두나,

모두 비슷한 나이대였는데 15, 18살이 되던 해 마치 따라가듯 나의 품을 떠났다.


마지막 남았던 질투쟁이 우리 세나는 스무 살을 채우며 질투쟁이답게 내 사랑을 듬뿍 받고 오빠들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


갑자기 떠난 다른 아이들과 달리 세나의 가는 길은 감사하게도 더뎠지만 그만큼 지켜보는 아픔도 컸다.

자다가도 졸면서 화장실 앞에 따라 앉아 기다리던 세나는 이제 내가 들어와도 몰랐고,

내 어깨 위에서 얼굴을 베고 자다 생각나면 뽀뽀하고 다시 자던 세나가 언제부터인가 발 밑 조용한 곳에서 자기 시작했고,

앞이 안 보여도 냄새로 나를 반기던 진동 꼬리가 어느 순간 치매로 인해 같은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나를 애타게 찾았다.


워낙 소형견이라 문 사이에 끼진 않았을까, 화장실이 어딘지 길을 잃진 않았을까 목에 방울을 달았고, 

딸랑딸랑 소리가 날 때마다 난 가슴을 졸이며 일어나 세나를 찾았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되지 않았던 날,

세나는 오빠들을 만나러 그 이쁜 모습 그대로 무지개다리로 향했다.


너무 그립지만 한 번도 꿈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나 잊고 신나게 놀고 있을 거란 생각에 행복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그립고 서운해서 애들이 있는 곳에 벌컥 서러움을 토해냈다.

꿈에라도 나오라고. 언니가 너무 보고 싶어 한다고.


그날,

익숙한 딸랑거림 소리에 꿈이 시작되었다.

오빠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내 어깨 위에 자리 잡은 세나,

각자의 자리 (내 옆구리, 다리 사이, 발 밑)를 차지하고 애착 인형을 갖고 노는 아이들이

그 곳에서 잘 기다리고 있는데 귀찮게 왜 불렀냐는 듯이 일상처럼 돌아와 있었다.


각 아이들만의 체취와 따스함, 숨소리, 타박거리는 발톱, 취향별로 다른 물 먹는 소리가 생생히 느껴졌고

꿈속의 나는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었다.


써니 특유의 '왕!' 짖는 소리에 깨니 이미 출근시간이 임박해있었다.

어서 돈 벌어서 그동안 우리 병원비에 든 돈 벌어오라는 역시 시크남 똑똑이 우리 써니인 것 같아 

눈물이 나지만 웃으면서 아이들이 없는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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