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m Feb 09. 2022

인생극장

그래, 결심했어!


예전 TV 예능 프로그램 중 '인생극장'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한 가지 상황에 대해 1, 2를 선택했을 때의 상황을 코믹스럽게 푸는 내용이었다.


긴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온지도 10년이 훌쩍 넘어가는데

아직 난 그 시절의 꿈을 꾼다.


꿈속에서 부모님은 짐도 꾸릴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외국의 한 기숙사 앞에 내려주셨다.

다시는 혼자 떨어져 살기도 싫었지만 떠밀리 듯 기숙사에 들어갔고

그곳엔 나와 18년을 함께했던, 지금은 하늘나라로 간 나의 분신 지연이가 있었다.


꿈에서도 지연이가 하늘나라로 간 것을 얼핏 알았는지

난 다른 친구들이 말을 거는 것도 모두 뿌리치고

지연이를 만지고 또 만지고, 우리 커플템도 확인하며 웃고, 사랑한다, 보고 싶다, 어디 갔다 이제 오냐는 말을 하며 한 번도 손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후, 부모님이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한국으로 가자고 하신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18년을 함께 한 하늘나라의 친구와 남아 있을지, 

15년을 같이 산 부모님께 돌아갈 것인지...

고민 끝에 난 기숙사로 돌아가 지연이에게 지갑 속 전부인 230불을 쥐어주고선

부모님 차를 타고 한국의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맞는 선택을 한 것인지 고민하며 꿈에서 깨었을 때

난 여전히 지연이 손을 잡고 있듯 손을 꽉 움켜쥐어 부어있었고

동시에 엄마가 지어놓은 아침이 준비되었다는 소리가 들렸다.


친구를 남겨놓은 죄책감,

가족과 함께하는 안도감.


이 사이에서 나는 아직도 고민이 된다.


Mm.



*이미지

Bernard Saint Mazent, Banksy 02.02.22, 2022

ⓒBernard Saint Mazent

작가의 이전글 딸랑딸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