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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주의자 Mar 22. 2021

다크투어리즘 장소가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 ‘세상의 어둠으로 삶을 돌아보고 싶다면’ 글을 시작하기 전에


'세상의 어둠으로 삶을 돌아보고 싶다면'. 앞으로 소개하게 될 여섯 장소는 다크 투어리즘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란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던 재난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을 뜻합니다. 보통 그 의의를 ‘미래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모범 답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제가 다크투어리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세상의 진짜 모습과 어두운 이면을 함께 보고 싶었습니다. 유럽의 그림 같이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눈을 즐겁게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 비슷하게 보여 감흥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진짜 세상을 반영하는 것은 화려한 왕궁보다는 복잡한 시장 골목길이기 때문에, 꾸민 것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세상을 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한 현실 속에서 사람이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며,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단단한 맷집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한 나라 사람들의 숨은 정서를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일례로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를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조금 불친절하다고 느낀 적이 있는데, 옛 소련의 비밀경찰이 있던 ‘중앙정보국 KGB 박물관’에 가서 그 이유를 어렴풋이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총살로 무자비하게 스러져 간 그곳의 수감자들은 바로 ‘익명의 노트(Anonymous book)’를 근거로 소환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특히 노년 층에서는 서로를 불신하는 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처한 현실에 감사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특히 입사 후 욕심도 불만도 참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회사 내의 잘난 사람들을 보면서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제 모습에 종종 위축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며 더 많은 세상을 돌아보고 특히 다크투어리즘 장소 앞에 서고 난 뒤, 이제는 위가 아니라 아래를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 ‘지극히 평범한 하루’를 갈망하고 있는 더 많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 아래를 향해 말이죠.


물론 다크투어리즘에 비판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사건 당사자에게 상처가 되는 장소에서 관광객들이 값싼 감상에 젖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참상의 현장을 돌아본 관광객들은 피해자들의 아픔에 누구보다 더 가슴 아파했습니다. 당사자들 역시 시간이 흘러 조용히 잊히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위로하고 공감해 주는 편을 원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부터 전개될 여섯 편의 글은 특히 과거의 저처럼 남과 비교하며 불만을 가졌던 퇴근길에 하나씩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여전히 저보다 잘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서 노력을 적게 해도 혹은 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을 말이죠. 아직도 진짜 철이 들려면 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들은 무엇보다 스스로 반성하기 위한 메시지입니다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건강'과 '가족'인데, 저는 몸도 건강한 편이고 사랑하는 식구들 역시 건강하며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Count your blessing (당신이 가진 축복들을 세어보세요)' 이라는 말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이 본질적인 행복들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길, 누구보다 제 자신부터 글을 쓰고 읽는 순간만이라도 주어진 환경과 일상에 감사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해 볼게요. 20세기부터 사건 발생 시기가 오래된 순으로 아래와 같이 전개될 예정입니다.



1. 오슈비엥침 (폴란드 크라크푸)

2. 벙크 아트 (알바니아의 티라나)

3. 체르노빌 (우크라이나 키예프)

4. 도시 전체 (보스니아의 사라예보)

5. 9.11 세계무역센터 (미국의 뉴욕)

6. 파벨라 (브라질의 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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