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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May 14. 2018

내 삶을 더욱 생생하게 대면하는 방법

[좋아서하는 그림책연구회] 4월 모임 "존재"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깊은 봄날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글을 쓰느라 책상 앞에 코를 박고서 지내고 있답니다.
4월 모임 갈무리 포스팅이 너무 늦었지요? 5월이 되어서야 좋아서하는 그림책연구회 4월 나눔모임의 기록을 정리합니다. 
                                                                                                              

이 모임으로 인해 처음 얼굴 뵙게 된 분들 너무 반가웠습니다. 이번 모임엔 대학 동기를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기분이 좋기도 했어요. 지난번 모임 때 뵙고 또 참석해 주시는 분들 너무 애틋했고요. 한 분 한 분 어찌나 각별하던지요. 

열정과 애정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깊고 단단하게 마음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2월과 3월은 제가 발제했습니다. 3월 [틀과 자유] , 4월 [경계와 선택]이라는 주제로 연구했어요.
4월부터는 연구회 운영진 선생님들께서 한 분씩 오래도록 품었던 자기만의 주제로 발제를 합니다.


4월의 연구주제 [존재]를 품고 준비하신 분은 사랑선물님입니다.
<엄마표 영어, 놀이가 답이다>라는 책을 쓰신 저자이기도 하셔요.


선생님께서는 출산 이후, 존재에 대한 재인식을 경험하셨다고 합니다.
출산 이후에 자존감이 올라갔는데, 
한 아이가 나에게 오롯이 의지하고 연결되어있는 느낌, 
한 생명에게 내가 절대적인 존재가 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리고 이런 깨달음을 얻었지요.


내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딱 그 만큼,
거기서 1도 빼거나 더하지 않은 딱 그만큼,
나의 엄마도 내가 사랑스럽고 소중했겠구나


아이를 키우면서 이 깨달음을 얻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사랑하게 되셨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나'라는 존재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존중하기 시작하셨다고 해요.
내가 언제 행복한지, 언제 따뜻한지, 언제 아픈지... 본연의 '나'에게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어떻게 해야 내 삶을 생생히 대면할 수 있을까요?

고통은 존재를 경험하는 강한 매개가 됩니다. 우리는 평소에 손가락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칼로 손 끝을 베이면 거기에 손가락이 있음을 느끼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존재를 제대로 이해하고 인식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대면할 필요가 있습니다.

죽음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내가 함께 있을게> 
<나는 죽음이에요> 
<100만번 산 고양이>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이게 정말 천국일까> 
<고요한 나라를 찾아서>

저는 볼프 에를부루흐의 <내가 함께 있을게>라는 그림책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어느 날 문득, 해골로 형상화된 '죽음'이 내 곁에 와있음을 인식할 때, 우리는 그를 어떻게 맞이할까요?
 우리는 누구도 내일의 해가 자신에게 허락되어 있음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매일의 하루를 마지막인 것처럼 소중히 살아야 하겠지요.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딱 하나의 문장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난다면,
나는 어떤 문장을 남길 것인가?

동휘는 아쉬움을 이야기합니다. 
삶에 대한 애착과 강한 의지로 더 살고 싶고, 아쉽고, 가기 싫다고 말합니다. 

반면 아쉬움과 자족을 말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만하면 됐다" 
"적게 살다 가지만 잘 살았다"
라는 말로 본인의 삶을 담담하게 마감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하고싶은 것을 다 하지 못한 채 너무 빨리 죽었음을 아쉬워하고,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 것에 허무함을 느끼는 아이도 있습니다.

'멍하니 있는' 죽음 이후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아이들은 삶과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를 갖습니다. 
그 진솔함이 아이들이 쓰고 그린 것을 바라보는 어른들에게도 흘러갑니다.


그리고 이어진 풍성한 시간. 참석해주신 분들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의미를 재구성하는 시간입니다.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자기 철학이 뚜렷하시고 성찰에 깊이가 있는 분들이 모이셨는지요. 나누어주시는 말씀에 귀를 쫑긋 세우고 몰입했던 시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존재를 오롯이 느끼기 위해 내 생의 마지막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잘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 좋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제 때깔이 아주 좋습니다."
"고요한 영혼으로 우리의 영혼에 귀 기울여준 나의 아내, 우리 엄마, 여기 잠들다."
"아낌없이 사랑 주고 원없이 사랑받다"
내 생의 마지막이 향한 방향을 살펴보면, 내가 어떤 삶을 살고싶은지, 내 삶이 어느 쪽을 향해야 하는지 자각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샘스토리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에 대해 물으셨을 때, 다음과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기존의 독서모임과 차별되는 점은 일반적인 그림책 뿐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창작한 그림책을 함께 나눈다는 점, 그리고 직접 창작을 시도한다는 점 등이 있지만, 보다 본질적인 것은 ‘창작하는 삶을 살기 위해 고민 한다’는 점입니다. 
주어진 교육 콘텐츠를 적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라도 직접 내 손으로 만들어보고 표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모임에 오시는 분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발적이고 빠른 실행력이에요.
“(언젠가) 수업에 적용하기 좋겠네요.”가 아니라, “제가 직접 시도해 봤는데요”라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지요. 

저희는 책을 읽고 느끼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지금 여기, 내가 느낀 것을 오롯이 ‘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아이들에게는 ‘써보라, 그려보라, 표현해보라’고 요구하면서 우리 어른들은 입만 조잘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서 이 시간을 고안했습니다. 
많이 듣고 많이 읽기만 하면 머리는 비대해지고 가슴과 손가락은 빈약해지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책과 사람, 그림책과 삶, 그 사이에 있는 무언가를 나눕니다. 
모일 때마다 에너지를 가득 받지요.


여러분과 함께 책과 사람, 
그림책과 삶, 
그 사이에 있는 무언가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5월달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의 주제는 "감정과 공감"입니다.
정말 많은 토론이 오갔던 주제예요. 기대합니다.
신청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AmIURY6NOyr-ytyLu2DkwlBntZpWEryI2thdnvU1A7PJY3A/viewform?usp=pp_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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