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 출판 및 공유의 의미
서랍 속 개인적 이야기에서 공론화된 '담론'으로
1. 서랍 속 개인적 이야기에서 공론화된 '담론'으로
아이들과 독립출판으로 창작그림책을 만들면서 아이들이 쓴 글이 서랍 속 노트에 존재할 때와 학급문고나 도서관에 존재할 때의 차이를 확연히 경험한 바 있다.
창작그림책이 처음 원화의 더미북으로 존재했을 때와 그림동화창작과정을 통하여 하나의 어엿한 책의 형식을 갖춘 결과물로 존재했을 때, 아이들의 태도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완성된 자신의 책을 받아드는 가슴 뛰는 경험은 아이들로 하여금 작가로서의 묵직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게 하였다. 나아가 이 책이 작가의 손을 떠나 학급 문고에 존재했을 때, 이 책은 더 이상 서랍 속 노트에 쓰인 개인적인 글이 아닌 하나의 ‘공론화된 담론’이 되는 경험을 하였다.
독자가 된 친구들은 적극적인 태도로 친구 작가의 책을 읽고 이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교실이 하나의 커다란 토론장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책을 도서관에 기증도서로 드렸을 때, 다른 반 친구와 선후배 독자들이 도서관에 둘러앉아 우리학교 어린이작가가 쓴 책을 함께 읽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함께 책을 읽으면서 저마다의 의견을 덧붙이기도 하고, 새로운 발상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끌어내기도 하는 과정은 작가이자 독자로서 아이들을 성장하게 했다.
어린이작가는 이에 대해 ‘나의 이야기가 강물처럼 멀리멀리 흘러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고 말한다. 이 책을 온라인의 공간에 전자책(eBOOK)으로 존재하도록 하는 것은 이 강물이 학교에서 나와 세상으로 흘러가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2. 전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eBOOK과 홈페이지의 존재이유
겨울방학이 끝나고 1월말에 무모하게 시작했던 그림책 만들기, 마음의 꿈틀거림이 시작되었을 때 반응하자는 생각에 무작정 시도했으나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좀 더 책답게 해보자니 봄방학을 오롯이 들여 밤샘 작업이 이어졌다. 전근으로 다른 학교로 발령이나고 작별의 인사도 했건만 그림책을 애타게 기다리는 우리 반 아이들을 놓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방학동안 이 책을 완성하면 새학기에 국립중앙도서관과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온라인서점에 eBOOK의 형태로 업로드하여 아이들이 자유롭게 다운받아서 볼 수 있도록 하여 온라인의 공간에서 소통을 이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eBOOK과 함께,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했던 작품들을 한데 모아 차곡차곡 정리하고 전시할 하나의 미술관 같은 공간이 필요했다.
어린이 예술가들의 작품과 흔적이 담긴 작은 공간, 아이들이 언제든 들러 자신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홈페이지 작업은 이 지점에서 그렇게 시작되었다.
* 글을 쓴 이현아는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담백한 시, 두툼한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거친 나이프그림. 이 두가지를 사랑하며 살게 된 것을 이십대에 만난 행복 중 큰 것으로 여깁니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