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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Dec 26. 2017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덮으면서 다시 시작하는 그림책] 청춘의 성장통, 삶의 온전한 주인되기

독자님들, 따뜻한 성탄 보내셨나요?

오늘 독자님들께 4차 발송을 해드리고자 계획했던 날인데요,
연휴가 끝나고 정신없는 화요일 늦게 퇴근하는 바람에 우체국이 문을 닫아 버렸네요.. 아아. 숨가쁜 하루였어요!
내일은 꼭 책을 보내드릴게요. 우리 곧 만나요^^

오늘은 어린이작가 신현서의 작품을 소개해드립니다. 평생 펼쳐나갈 작품세계가 기대되는 아이, 다시한번 만나서 그 잠재력을 건드려주고 싶은 아이예요.                

                                  



청춘의 성장통, 삶의 온전한 주인되기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스스로 그려내는 청춘의 성장통
삶의 어떤 순간 아이들은 스스로를 자각하게 된다. 나는 왜 ‘여기에’ 태어났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나는 ‘누구’일까? 자기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이해, 우리가 ‘자의식’이라고 부르는 것에 문득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바깥 세계의 의식과 대립하여 스스로 내 안의 세계를 느끼는 것, 자아가 자기를 느끼고, 생각하고, 의지하며 스스로를 주체로 의식하는 것. 그것은 진정한 나와 만나는 과정이다. 스스로 그려내는 청춘은 성장 통을 동반한다.

어느 날 문득 스스로를 의식한 아이는 깨닫는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그 무엇도 내가 스스로 그려낸 적이 없으며, 스스로 선택한 것이 없다. 나를 있게 한 부모도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며 매일 아침 다니고 있는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쌍꺼풀이 없는 나의 눈과 굵다란 종아리까지 그 모든 것은 내 선택의 권한 밖에서 이루어 진 채 내게 주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다르다. 남들과 다르다.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스스로가 너무 ‘어둡고 칙칙해’ 보인다. 이런 나도 쓸모 있는 구석이 있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나의 존재 이유를 찾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나 자신을 스스로 그려나가고 싶다.

자신의 세계에서 어린이작가 신현서가 대면한 것은 거대한 어둠이다. 어둠을 이해받고 싶은 그녀는 길을 떠난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 이 세상 어딘가에 나와 같은 어둠이 존재할까?”





자신을 보아줄 또 다른 어둠을 찾아 그녀는 세상에 발을 내딛는다. 그러나 여린 발은 곧 상처투성이가 된다. 알록달록한 꽃과 울창한 숲, 그리고 단단한 바위산에 이르기까지 어디에도 그녀를 반겨주는 어둠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처로 얼룩진 그녀는 자신과 동떨어진 아름다움을 만나자 이제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나만 빼놓고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세상. 나는 남들과 다르다. 그래서 슬프다.

길의 끝에서 그녀는 도시를 만난다. 우울하고 생기 없는 이곳을 보니 가슴이 뛴다. “이곳이야말로 내가 있을 곳이지 않을까?” 열심히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나 이곳 역시 그 어디에도 자신과 같은 어둠은 존재하지 않았다. 좌절한 그녀는 절규한다. “나는 정말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인가? 이렇게 내가 살아 있는데, 어째서 나는 이리도 무능한가.”




그녀는 스스로의 존재를 느낀다. 어둡고 칙칙할 따름인 자신도 움직이고, 생각을 하고, 마음을 지녔다는 것을 느낀다. 살아 있는 것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고독, 웅덩이에 풍덩 빠진 것만 같은 이 감정, 내가 느끼는 이것은 분명슬픔이다. 밀려드는 슬픔에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슬며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자신의 어둠이 우주와 같은 색을 가졌음을 자각한다. 어둠은 빛에 가려진 것들을 보게 한다. 땅거미가 내려앉아 사방이 새까만 어둠에 휩싸일 때 비로소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 전등이 없는 한적한 동네에 가야 비로소 보이는 반딧불이, 그리고 하루 종일 그 자리에 떠 있었으나 어둠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제 빛을 내는 밤하늘의 별……. 내 안의 어둠이 품고 있는 광활한 우주를 발견한 순간,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별을 품을 수 있다. 수동태의 삶에서 능동태의 삶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맞이한 것이다.





어둠의 고백들
자신의 어둠을 성찰한 한 사람의 진심 어린 고백은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어린이작가 신현서의 진솔함에 독자들은 다음과 같은 고백으로 화답한다.


나는 그림자
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늘 친구들을 지켜보고 있다.
나는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이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을까?
(12세 독자의 감상)
나는 어둡다
나는 쓸모없는 것 같다
바깥에 나가 어울리고 싶은데
나갈 때마다 눈이 감긴다
세상이 조금만이라도 더
나를 알아봐준다면
용기 내어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13세 독자의 감상)
나는 달
달은 태양만큼 밝거나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어두운 밤 슬퍼하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의 빛을 내어줄 순 있다.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해줄 힘이 있는 사람,
나는 달과 같은 사람.
(13세 독자의 감상)
나는 나쁜 어린이
속이 새까맣다
그래서인지 나는
친구가 없다
나는 친구를 찾으러 간다
어둠 속에서 친구를 찾았으나
친구가 되진 못한다
나는 친구를 가지고 싶다
나도 사실 착한 어린이가 되고 싶다
(12세 독자의 감상)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누군가 자신의 빛을 알아보아주는 순간을 본능적으로 자각한다. 내가 가진 빛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순간, 누군가 내 빛을 눈여겨보아줄 때 아이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이 솟구친다. 그러나 누구도 나의 빛을 알아주지 않을 때, 그래서 스스로 소멸해가는 기분을 느낄 때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스스로를 무능하게 여기는 것이다.


무능한 어둠

어두우면 내가 싫어지고
밝으면 내가 좋아지고

반복된다

티비를 켜면 항상 넘쳐나는
빛나고 재능 있는 사람들

한없이 어둡고 칙칙한 나는
그저 무능한 어둠일 뿐

아무리 어두워져도
나 자신을 계속 좋아할 수 있는 방법

어디 없을까?
(13세 독자의 감상)
나는 2등

주목받지 못하는
2등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2등

1등을 비춰주는
배경과 같은 존재
내 역할은 오로지 그것

나는 어둠
그리고 친구는 빛
질투로 얼룩진 내 마음

속상하다
(12세 독자의 감상)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자족하며 ‘그것으로 되었다’고 여길 수 있는 용기이다.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너그럽게 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아이가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나약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모질어지기를 택한다. 아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대답을 낚아채고 밀어붙인다. 아이들의 내면에는 평가받고 비교하는 모진 목소리가 맴돈다. 그 목소리를 충족시켜 인정받으려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불안하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지지 못하는 아이의 가슴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 이상’을 원하지 않을 만큼 내가 나라는 존재에 만족하고 솔직할 때, 나 자신을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때, 그때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이루었을 때
더 이상을 원하지 않을 때
나라는 존재에 만족할 때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때

그럴 때 하는 말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13세 독자의 감상)


아이가 흔들릴 때 부모나 선생님, 친구의 한 마디는 그를 일으켜 세울 수도 있고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인정해주는 한 마디의 말, 일으켜 세워주는 한 마디의 말은 내면을 충만하게 한다. 아이가 와락 안길 수 있는 거대한 우주가 되는 것이다. 그런 말은 한 사람을 살린다.

그것으로 되었다

영어시험을 봤다
결과는
처참

열심히 공부했는데
못하는 걸 보면

머리가 나쁜가봐

선생님이 다가오시더니
“많이 늘었네.”

그것으로 되었다.
(13세 독자의 감상)







[덮으면서 다시 시작하는 그림책] 의 구입을 문의하셨던 분들, 독자가 되어주시길 원하는 분들께 안내드릴게요.
이 책을 구입하기 원하시는 분들께 '만원의 행복'으로 책을 보내드리려 합니다.
제가 이 책 한 권을 만드는데 (소량인쇄했기에) 1만원 이상의 금액이 들어갔으므로 사실상 인쇄비용보다 적은 금액이에요. 

제가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 독립출판사는 교사의 자비 부담으로 운영되며 수익을 추구하지 않아요.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의 창작그림책을 비매품으로 출판등록해오고 있는 것이 그 이유이고요.
이번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책으로 보다 의미있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다문화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만들어주는 일에 수익금을 전액 기부할 예정입니다.

총230권 한정판으로 출간한 책 중에서 현재까지 책을 구매해 주신분들께서 보내주신 금액이 벌써 70만원이 넘었어요.
독자들의 품으로 간 책들을 생각하면서 가슴을 콩닥거리고 있답니다.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 성함과 주소를 남겨주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sMbxbXrEGb6YKsZ6B2q3dNz-MQq5XvTuizlM42Gv6qo7llg/viewform?usp=sf_link






그럼 독자님들, 다음 글은 
[교실 속 그림책]Lost Dram(김도현 글 그림)과 함께
씨앗을 향한 고백,
“먼저 발아래 유리조각을 주워드는 것부터 시작하라.”

라는 화두를 가지고 만나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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