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생활 혁명>, 사쿠마 유미코
혁명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무언가를 어제와는 전혀 다르게 하는 것이다. 산업 혁명이라면 어제와는 다르게 일하는 것이고, 정보 혁명이라면 정보를 다루는 법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활 혁명은 무엇인가. 생활을 달리 하는 것이다. 생활은 사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한국말로 사는 것(living)은 사는 것(buying)과 발음이 같다. 재미있는 일이다. 우리 현대인들은 인생의 대부분을 돈 버는 데 쓴다. 돈을 버는 이유는 물론, 돈을 써야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돈 쓰는 것을 소비, 사는 것이라 하니 여러모로 사는 것은 사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니 생활 혁명은 '사는 것'을 바꾸는 것이다.
이 책은 사는 것을 바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동안 누구도 혁명가라 부를 생각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약간은 고까울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의 주인공은 그 이름도 힙한 ‘힙스터’이기 때문이다.
소비가 정말 경제를 살릴까?
소비 세계는 버블과 힙 -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버블 경제로 대표되는 ‘소비는 착한 것이다’ 파가 한 축이고, ‘올바르게 소비하는 법’을 고민하는 파가 다른 한 축이다. 지난 몇십 년간은 버블이 세상을 지배했다. 기업들과 정부는 소비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파했다. 소비가 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경제를 살리고, 결국 돈은 쓰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부동산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멀티플렉스, 아울렛들이 세상을 지배했다. 버블 시대 소비의 미덕은 오로지 한 가지였다. 비싸고 좋은 것을 더 많이 사는 것. 그러던 어느 날 그 거품이 펑 터져버렸다, 한방에. 세계적인 투자회사도, 주택담보대출도 모두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지긋지긋한 무력감만이 남았다. 소비는 무조건 착한 것이 아니었다. 자연히 '산다(buying)'는 것을 다시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힙한 생각의 시작이었다.
직업은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 아티스트 등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기표현의 목적으로 음악과 미술을 즐기고, 주류 고객과 집단을 상대로 물건을 팝니다. 결국, 주류에 영향을 받지 않은 자신의 가치관을 갖고 있지만, 펑크와 히피였던 카운터 컬처의 기수들과 다른 점은 주류와 공존하면서 자신의 상품과 표현을 통해서 가치관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펑크와 히피의 가치관 일부를 계승하면서 기술 혁명의 은혜는 확실히 받아들이고, 손으로 만드는 것을 높이 평가하는 그런 계층입니다.
- <힙한 생활 혁명> 중
힙은 원래 재즈씬에서 쓰이던 슬랭이었다. 멋지다, 쿨하다는 뜻. 그 말이 널리 쓰이면서 '힙한 사람들'을 부를 때 힙스터라 하기 시작했다. 힙스터에 대한 설명은 위와 같다. 그러나 이 설명만으론 구체적인 인물이 떠오르지 않을 거다. 연남동이나 문래동을 떠올려보자. 그곳의 프리랜서 디자이너 겸 카페 주인, 공장을 개조해 만든 스튜디오의 아티스트들도 떠올려보자. 독특한 문양의 타투를 했거나 수염을 기르고 혹은 뿔테 안경을 꼈으며 왁스보다는 어쩐지 포마드가 어울릴 것이다. 값비싼 자동차보다 픽시 자전거를 좋아하고 누구나 다 아는 메가 브랜드보다는 클래식한 아이템들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사람들. 비주류를 지향하지만 또한 대중에게 가장 어필하는 스타일. 이들이 바로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힙스터다.
작가의 말에 굵게 표시했듯, 힙스터는 비주류를 지향하지만 주류와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힙스터 문화에는 언제나 모순점이 존재한다. 힙스터들이 출몰하는 카페들을 둘러보자. 어딘가 다 비슷비슷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킨포크 스타일, 노출 콘크리트, 한옥을 개조한 빈티지, 7080 느낌의 레트로 스타일 - 개성과 비주류를 강조하는 사람들치고는 너무 전형적이다. 이것은 그들의 가치가 주류를 거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주류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금 다른'은 결국 콘텐츠의 힘이 만들어내는데, 대부분의 힙스터 꿈나무들은 콘텐츠를 만들 능력까지는 없다. 힙스터 문화를 소개한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힙스터가 어떤 사회적인 배경으로 등장했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힙스터 나름의 철학을 익히지 못한 채 겉모습을 흉내 내는 데 그쳐버렸다. 그 결과 '산다(buying)'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는 힙스터들은 현재 지구 상에서 가장 잘 소비되는 아이콘이 되었다. 이것이 힙스터가 풍자나 조롱의 대상이 쉽게 되는 이유이며, 앞서 내가 '고깝다'는 표현을 굳이 붙인 이유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최근 수십여 년의 세상을 힙스터들이 이끌어왔다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의 소비 세계가 나아갈 방향 역시 ‘힙’에 있다. 힙스터는 자신의 생각을 '상품'과 '소비 행위'를 통해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잘 알아야 잘 살 수 있고(buying), 또한 잘 살 수 있다(living). 우리는 사면서 살아가는 소비인이니까. 힙스터를 알든 모르든, 힙스터를 꿈꾸든 아니든, 힙스터이든 아니든, 힙스터를 제대로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힙스터들의 시작 - 포틀랜드, 브루클린
힙스터들의 고향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 특별한 두 도시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고는 힙스터들을 이해할 수 없다. 힙스터들의 성지는 두 군데다. 포틀랜드와 브루클린.
포틀랜드는 서부 개척시대에 성장한 도시다. 그때까지는 특별할 게 없는 소도시였다. 그러나 발전 과정에서 독특한 선택을 한다. 미국 중앙정부의 고속도로 건설을 거부하고, '도시성장 경계선'이라는 제도를 책정해 중앙정부와 도매금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은 것이다. 이것이 도시의 운명을 바꿨다.
우리나라를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서울 근교 도시들은 서울의 위성도시에 불과하다. 청년층들은 낮시간엔 모두 서울로 일하러 나가고 밤에는 돌아와 잠만 잔다. 골목의 상점들은 서울에서 유행하는 것들이 뒤늦게 오픈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도시들의 홍보정책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정체성에 있다기보다 서울에 얼마나 접근성이 좋은지 강조하는데 머문다. 개별 도시로서는 생명력을 잃은 것이다. 그러나 포틀랜드는 성장 경계선을 스스로 그어 위성도시가 되는 것을 막았다. 도시의 규모도 어느 곳이든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갈 수 있을 만큼 작아 친밀한 도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포틀랜드는 자신들만의 문화를 일구어냈다.
그 결과 포틀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젊은이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었다. 킨포크 스타일, 스텀프타운 커피, 각종 크래프트 브루어리 등 오늘날 힙스터를 설명하는 모든 것들이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다. 나이키 본사와 요새 가장 잘 나가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WIEDEN+KENNEDY'의 본사 또한 이곳에 있다. 미국 주류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성장한 포틀랜드가 이제는 오히려 미국의 주류 문화를 이끌게 된 것이다.
포틀랜드가 스스로 고립하여 도시의 성장 동력을 만들었다면 브루클린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고립된 도시였다. 브루클린은 원래 제조업으로 잘 나가던 도시였으나 1950년대 경제대공황으로 불경기를 맞으며 슬럼화가 진행되었다. 인구는 쭉쭉 빠져나가고 범죄는 쭉쭉 늘어났으며 땅값은 쭉쭉 떨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더 이상 떨어질 바닥도 없었을 때 브루클린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돈이 별로 많지 않은 지식인들과 중산층들이 이 동네에서 기회를 발견한 것이다! 브루클린의 아름다운 건물들을 싼 값으로 사들인 이들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브루클린은 오늘날 포틀랜드와 함께 전 세계의 힙스터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힙플레이스가 되었다.
주류 문화를 만든 비주류. 변화가 시작된 변두리. 도시 규모의 리사이클. 포틀랜드가 만들어진 과정과 브루클린이 살아난 과정을 보면 힙스터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문화적 사각지대와 고립된 지역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것.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 자신만의 가치를 키워나가는 것,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것. 힙스터들의 탄생엔 이런 배경이 있었다.
여기까지가 힙스터들에 대한 총론이었다면 다음부터는 각론이다. 아래부터는 <힙한 생활 혁명>을 직접 읽는 것이 좀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번역의 잘못인지 작가의 역량 부족인지는 모르겠으나 책을 읽을수록 지루해지는 단점이 있다.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아래 글을 쭉 스캔만 해보아도 좋다. 특히 내 마음에 들었던 몇몇의 힙스터들을 소개한 것인데, 이들의 발상과 질문은 동시대의 소비인으로서도 유의미하다. 차근히 읽어도 그리 따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생활 혁명가인 동시에 성공한 호텔 창업가, 잘 나가는 레스토랑 주인, 성공한 스타트업 사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약중독자 재활시설을 호텔로 / 에이스 호텔
알렉스 콜더우드는 함께 모여 노는 것을 특히 좋아했다. 그는 평소 어울리던 뮤지션들과 함께 재미있는 일을 벌여봤다. 기존 이발소들의 올드한 느낌을 버리고 자신과 같은 젊은이들이 가고 싶은 레트로 클럽풍의 바버샵을 만든 것이다. 이름은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에서 따온 루디스 바버샵. 아래 사진들에서 보듯이 레트로 스타일로 꾸며, 흔한 체인점 이발소들과는 정체성이 완전히 달랐다. 결과는 대성공, 루디스 바버샵은 현재 미국 23군데 매장으로 늘어났다.
바버샵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이번에는 더 골 때리는 생각을 한다. 구세군이 운영하던 수형자 및 마약중독자 재활시설을 호텔로 만든 것이다. 그저 튀어 보이는 선택을 한 건 아니었다. 그동안 호텔의 가치는 치안 좋은 고급 지역에 폼나는 외장재로 궁전처럼 서있는 것이었다. 잔뜩 격식을 차린 벨보이들이나 호사스러운 기둥이 함께 따라붙는. 하지만 알렉스는 호텔의 가치를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다는 것에 두었다. 그리하여 마치 자신처럼, 혹은 자신이 함께 어울리고 싶은 사람들이 오는 호텔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비록 돈은 없지만 만나면 재미있는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들이 언제든 올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을 설정했다.
머리를 길게 기르고 어깨에 문신을 한 개성 강한 직원이 현관에서 손님을 맞습니다. 손님이라기보다는 친구를 대하 듯 인사를 건넵니다. 아무리 로비에 오래 있어도 싫은 얼굴을 하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말콤 글래드웰 같은 유명 작가가 일하기도 하며 브루클린의 노이즈 밴드가 주저앉아 곡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 <힙한 생활 혁명> 중
결과는? 이번에도 대성공. 위 사진에서 보듯이 10군데에 지점을 가진 최고의 호텔이 되었으며,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젊은 힙스터들의 워너비가 된 것도 물론이다. 유감스럽게도 알렉스는 47세의 나이로 2014년에 이 재미있는 세상을 떠났다. 그곳에서도 힙한 소동을 일으키고 있기를 빈다.
고기를 먹는다, 먹을 거라면 버리는 부분이 없도록 전부 이용한다 / 앤드류 탈로우
신토불이. 촌스럽다. 국수주의적인 냄새도 나고, 언제적 국산장려운동인가도 싶다. 하지만 '우리 몸엔 우리 것이야'라는 슬로건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산이 수입산보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고 맛이 더 좋다, 이런 문제가 아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제철 식자재를 얻으면 운송, 시설비 등에서 오는 환경비용도 줄일 수 있고, 내가 지불한 돈이 바로 우리 공동체에 도움이 된다. 이 개념을 힙스터들은 locavore라고 했다. 같은 뜻인데, 급 힙해지는 느낌.
이 사진은 어떤 브랜드의 사진일까? 정답은 가죽 소품 브랜드 "말로 굿즈 Marlow Goods"다. 여기까지는 짐작 가능한 답이다. 멋진 지갑이 눈에 잘 뜨이니까. 이 사진은 또한 레스토랑 "Marlow&Sons"의 것이기도 하다. 두 브랜드의 오너인 앤드류와 케이트 부부는 locavore한 식생활을 고민했다. 내가 먹는 것이 환경과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오래오래. 그리고 이 질문을 '스테이크'에 집중해서 풀었다. 스테이크를 먹는 것은 죄가 아니다. 소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것이 죄였다. 그래서 그들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죽은 소의 가죽을 낭비하지 않고 멋지게 가공하여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소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다시 생각한 것이었다.
위 사진들은 말로굿즈의 2017 룩북이다. 레스토랑을 하면서 그냥 덤으로 만든 수준의 제품이 아니다. 룩북의 퀄리티도 훌륭하고 디자인도 심플하니 멋지다. 무엇보다 이런 룩북은 오로지 말로굿즈만 찍을 수 있다. 그 어떤 브랜드가 레스토랑에서 찍은 화보로 자신들만의 역사와 아이덴티티를 담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힙하게!
음식이 싸다면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 앨리스 워터스
앨리스 워터스의 이 말은 우리의 뒤통수를 때린다. 우리는 음식값이 비싸면 쉽게 불평하고, 언제나 가성비를 좇는다. 하지만 음식이 싸다는 것은 누군가 어딘가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건 꼭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닭값을 싸게 유지하기 위해 병아리들은 수컷으로 판명 나는 순간 바로 폐기 처분되고, 돼지값을 싸게 유지하기 위해 평생을 갇혀 살던 돼지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그 순간에만 겨우 운동이란 걸 해볼 수 있다. 원재료를 생산한 농부, 요리사, 음식을 나르는 서버까지 - 누군가 피해를 감수해야만 싼 음식이 만들어진다. 누구도 피해보지 않았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정체불명의 재료로 아무렇게나 만든 음식을 먹는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앨리스 워터스는 레스토랑 셰 파니스 Chez Panisse를 운영하던 1971년, 유기농 식재료들을 농가가 요구하는 가격으로 사들였다. 슬로푸드라는 단어가 태어나기도 전이었다. 시대가 요구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아서 했던 행동이었다. 셰 파니스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레스토랑이며, 앨리스 워터스는 이제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식생활을 전파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력이 있는 중산층이나 힙스터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앨리스의 이야기는 단순히 좋은 음식을 비싼 돈을 주고 먹자는 뜻이 아니다. 우리의 환경과 몸을 생각해, 바르게 생산된 음식을 바르게 지불해 먹을 만큼만 바르게 먹자는 것이다.
"몸에 좋은 식재료를 만드는 것, 영양을 생각하는 것, 미래 세대를 위해 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계절에 맞는 것을 먹는 것. 이런 가치 기준은 나의 오리지널도 새로운 생각도 아닙니다. 패스트푸드 문화는 기껏 60~80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 문화에 익숙해지면 파머스 마켓에서 파는 식재료가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그 덕분에 음식은 싸야만 한다는 생각이 퍼지고 말았습니다. 음식 가격을 내리려면 무리해야 합니다. 음식이 싸다면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 <힙한 생활 혁명> 중
앨리스는 미래세대를 위한 먹거리 운동에도 힘을 쓰고 있다. '에디블 스쿨야드 Edible Schoolyard'라는 프로젝트인데, 놀고 있는 학교 부지를 밭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무료 급식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밭을 가꾸고 농작물을 길러보면 음식에 대한 관심과 책임도 자연히 높아질 거라는 생각이다. 앨리스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어 매년 새로운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으며 이 글이 쓰인 2014년 당시 이 모델을 도입한 학교는 미국에만 3000개 이상이라고 한다. 물론 2017년 새해에도 알차게 모집 중이다.
좋아하는 것을 제공해주는 장소가 없다면 DIY로 만들자
이제 글의 끝이다. 소비는 가장 일상적인 투표다. 삼성이 맘에 들지 않는가? 삼성을 사지 않으면 된다. 패스트푸드가 불만인가? 팔아주지 않으면 된다. 사는 사람이 없으면 망하고, 사는 사람이 있으면 번창한다. 우리는 매일 강력한 시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응원하는 것들을 계속 사면, 그것이 세상에 존재할 확률이 더 커진다. 그러므로 잘 사야 한다. 그래야 살아갈 세상이 바뀐다.
하지만 아직 세상에 내 돈을 시원하게 쓰고 싶은 것들이 없는가? 그렇다면 스스로 만들자. 앞선 힙스터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았다. 그것이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든, 게이들을 위한 바버샵이 아니라 스트레잇 남성을 위한 바버샵이든, 원예용 도끼든. 누군가 바로 그 시스템을 만들어주기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그들이 남달라서가 아니었다. 능력이 특별히 뛰어나거나 취향이 새로웠기 때문이 아니었다. 원하는 것을 알았고, 만들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에서 벗어나 만드는 사람이 되었고, 이제는 사는 법을 바꾸고 있다. 돈 쓰는 법을 바꾸며 세상을 바꾸어가고 있다. 덤으로 돈을 벌기까지 했다.
생활 혁명의 의미는 이런 것이다. 산다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정확히 아는 것. 그렇게 사는 것을 바꾸어 가는 것. 자, 이제 힙해질 시간이다. 우리 모두 한 가지 영역에서는 그럴 수 있다. 먹고 싶은 맥주, 갖고 싶은 운동장, 평범하게 산 달걀, 혹은 오늘 쓸 글까지.
나는 힙한 생활을 해보기로 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 힙스터를 처음 들어보신 분
2. 힙스터라는 놀림을 당하셨던 분
3. 앞으로 사장님이 되고 싶은 분
4.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되는 분
* 미국 여행을 추진하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주의하세요.
* 모든 사진은 공홈에서 날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