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비아 스피치 코프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스피치 코프
라고 했는데... 어머나.
해안가 도시 스바코프문트에서 1박을 하며 문명의 혜택을 누린 후, 다시 길을 떠났다. 최고난도의 사막 캠핑장이 될 '스피치 코프'를 향해서. 그곳은 내 몸도 말라버릴 것 같은 황량함이 오히려 매력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우리가 오래 머물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씻는 것마저 포기해야 했던 유일한 캠핑장이 바로 이곳이다. "밤하늘 별들의 화려한 빛쇼를 즐기기 위해서는 그쯤이야"라며 호기롭게 출발했는데 스피치 코프는 라이언킹도 험한 고생을 할 것 같은 포스로 우리를 맞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별이 뜨길래, 휑하디 휑한 돌무덤 같은 사막 지대에, 올 사람만 오라는 듯 위풍당당하게 캠핑장을 만들어 놓은 걸까?
모래가 굳은 땅에 돌무더기 산이 지박령처럼 우뚝 솟은 모양새의 스피치 코프에는 다른 세계로 넘어온 듯한 신비로운 삭막함이 있었다. 사람이 동물을 구경하러 가는 곳이 사파리라면, 스피치 코프는 동물이 사람을 구경하러 찾아올 법한 그런 곳이다. (실제로 우리는 구경을 당했다.)
가슴을 꽉 채우는 '아름다운 황량함'......ㅜㅜ
딱 하루를 머물는데 가장 고생스러운 곳이었고,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은 곳이고, 인상적인 곳이고, 거대한 느껴지던 곳이었다. 호되게 고생스러웠지만 나는 이곳 스피치 코프의 캠핑장이 너무나 좋았다.
여름엔 저 초원에 풀빛이 가득하고 돌산 능선엔 일몰과 달빛과 별빛이 떨어진다. 이곳에서의 캠핑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만들지 못할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준다.
아프리카에 캠핑하러 가시는 분들, 오지에서의 캠핑을 즐겨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다.
인터넷과 sns를 검색하면 정말 멋진 풍경을 많이 볼 수 있으니 참고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캠핑과 출사를 같이 즐기는 여행자라면 오~~ 이곳은 정말 판타지 한 곳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바람의 폭풍이 텐트를 쥐고 흔들어대는 날이었다.
폭풍의 언덕이 아프리카에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 바람을 뚫고 도착한 허허벌판에 라운지 건물만 떡 하니, 하늘에 뚝 떨어진 것처럼 놓여있다. 라운지를 방문해 요금을 지불하고 차를 타고 사막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고 또 들어가고 우리는 입이 턱 벌어지고 벌어지고. 라운지 근처에 있던 돌벽으로 된 샤워장과 화장실을 지나면 아무것도 없다.
캠핑장 입구를 지나 차를 달려 사막을 뱅뱅 돌다 보면 돌산과 나무 아래에 그룹별로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보인다. 캠핑장이 별다른 게 아니다. 화덕과 나무가 있는 움푹한 자리를 찾아서 텐트를 치면 된다.
좋은 자리는 이미 누군가의 차지. 구경도 할 겸 차를 한참을 들어가 보니 넓은 공간에 나무와 화덕이 비어있는 공간이 보인다. 그늘이 좀 넓은 듯해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기절.
낮잠을 자는 사이, 나와 후배가 드라이브를 좀 더 즐길 겸 사막을 돌아다녔다. 몇 군데를 둘러보다 캠핑 의자 겟. 앗, 이런 행운이. 어떤 곳에서는 캠퍼들이 두고 간 장작과 테이블을 주워왔다. 됐다. 주방은 이렇게 완성.
나무 화덕 주변으로 의자를 두고, 장작을 쌓아두고 나니 든든하다. 그렇게 세팅을 하고 또다시 기절.
이곳에선 할 것이 없다. 무료함과는 차원이 다른 '내려놓기'를 하게 된다. 야생에서의 캠핑은 바로 이런 매력(?)으로 하는 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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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목살 스테이크, 그리고 불멍
"저녁에 뭐 먹을까? 별이 많이 떴으렴 좋겠는데" 등등 각자 들뜬 마음으로 수다를 해가 좀 떨어지길 기다린다. 태양이 뜨거울 때 불을 피웠다가는 죽음의 경지를 맛보게 된다. 그 사이에 우리를 구경하러 온갖 동물들이 왔다 갔다 야단이다. 화들짝 화들짝 놀라는 겁 많은 도시인도 있고, 까짓 거 싶어진 해탈한 사람도 있다. 작은 체구의 미어캣과 닮은 듯한 아이들은 호기심이 넘치를 얼굴과 눈을 땡그랗게 뜨고 쳐다보곤 한다. 우리 옆으로 가까이 오지는 못하고, 마치 담 넘어 쳐다보는 듯 빼꼼히 바라본다. 아무래도 텐트에서 잠을 잘 때는 음식과 짐들을 모두 안에 넣어두고 자야 할 것 같다. 저 녀석들이 뛰어다니는 품새나 손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서 각자 멍을 때리고 앉아있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다. 서늘한 바람이 불자 곧바로 불을 피우고 해가 지기 전에 밥을 먹기 위해 저녁 준비를 서두른다.
아프리카는 소고기 가격이 저렴하다. 1킬로그램에 9천 원이 안 되는 가격이었다. 반면에 닭고기와 돼지고기가 비싸다. 때문에 우리의 주 식량은 소고기였다.
처음엔 한국에서 못 먹어본 소고기나 실컷 먹고 가자는 마음으로 신났다. 하루 이틀 삼일 사일 가량을 소고기로 때우고 나니, 돼지고기 님을 너무나 보고 싶다. 삼겹살이 얼마나 비싸던지 몇 번을 들었다 놨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구입한 목살로 딱 한 번 스테이크를 해 먹었다.
나무 장작이라 화력이 좋아서 평소 먹던 음식인데도 업그레이드된 맛이 난다. 아, 침 고여. 장작 위에 직화로 올린 프라이팬에 기름을 가득 넣고 튀겨내듯 구운 목살과 삼겹살을 정말 꿀맛이었다. 육즙이 팡팡 떠지고 고소함과 씹히는 식감이 예술이다. 그날의 돼지고기는 평생의 별미로 기억될 만큼 맛있었다. 여기에 남아공 와이너리에서 구매한 후 애지중지 아껴뒀던 레드와인을 오픈했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식사를 마친 후 남은 장작을 모두 태우면서 불멍 타임을 누린다. 대화보다는 음악이나 들으면서 책을 한 권 읽다가 잠들면 딱 좋을 그런 시간. 살짝 취기가 오르자 각자 뿔뿔이 흩어져서 사막을 돌아다닌다. 정신이 나간 것 같지만 스피치 코프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스피치 코프여서 가능한 일이다.
달이 떠 있는 돌산 언덕으로, 별이 좀 더 많이 보일 것 같은 방향으로 동서남북으로 걸어 다녀본다. 사진도 좀 찍어 보지만 그때의 핸드폰 카메라로 담을 수가 없었다. 배가 부르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 지지만 귀찮다. 누가 먼저랄 거도 없이 오늘 볼 일은 알아서 자연과 함께.
폭풍의 밤
정보가 부족했다. 스피치 코프의 밤은 그 자체가 야생이었다. 밤부터 바람이 거세지더니 새벽엔 폭풍 같은 바람이 캠핑장을 할퀴고 다녔다. 바람의 신이 거대한 손으로 텐트를 잡고 흔들어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인가 텐트 폴대가 빠져서 자다 말고 다시 고정을 시켜야 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사람들이 돌산 바로 아래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은 이유가 있었구나. 나무 아래에 덩그러니 잠들었던 우리는 폭풍의 장난감이었다.
사막 바람의 거친 울음소리에 잠을 설치다가 피곤함에 두 손 들고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예민한 분들은 귀마개를 준비하거나 와인을 조금 더 마시고 주무시길 권한다.
폭풍의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언제 그랬냐는 듯 뜨거운 태양이 다시 내리쬔다. 머물렀던 자리를 원상 복귀를 시킨 후 짐을 몽땅 싸들고 캠핑장 입구로 이동했다. 전날 먹은 그릇을 설거지하고 양치와 세수만 하고 탑승. 이제는 사막에서의 캠핑을 접고, 사파리 캠핑을 위해 에토샤 국립공원으로 간다.
"사자야, 나타나 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