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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Mar 30. 2020

인생이 연극이라면 생각해 볼 것들(2) 메소드 연기

연극적 개념은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연극코칭(Play Coaching)이란 연극적 개념과 기법을 활용한 코칭이다. 즉 '초목표', '메소드 연기', '이중적 현존' 개념과 '희곡 창작 기법', '무대 연출 기법', '배우의 연기 기법', '작품을 매개로 한 관객과의 소통 기법'을 활용한 코칭이다.

연극코칭에 활용되는 연극적 개념과 기법 중에 개념을 먼저 살펴본다. 연극적 개념은 무수히 많다. 수많은 개념들 중에서 연극코칭은 특히, '초목표', '메소드 연기', '이중적 현존'을 적극 활용한다. 세 가지 연극적 개념은 삶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연극코칭(Play Coaching)은 인생이 연극이요, 연극이 인생이라고 은유한다. 태어나고 죽는 삶이 곧 '세상'이라는 무대를 오르내리는 연극이다. 배역을 연기하는 연극은 수많은 역할로 살아가는 인생이다. 우리는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인생'이라는 연극을 하는 주인공이다.


메소드 연기는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1) 인생의 역할 연기(role playing)를 위한 방법, Method


배우가 연극 작품에서 역할을 맡듯이 우리는 '인생'이라는 연극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배우가 관객으로부터 신뢰받기 위해 노력하듯이 우리는 역할에 따른 주변 인물로부터 신뢰받기 위해 노력한다. 배우가 다양한 노력의 방법을 통해서 보여주는 연기가 '메소드 연기'이듯이 우리가 노력으로 보여주는 행위가 곧 '인생의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 of life)'다.


메소드 연기 (method acting)
: 실제 배역의 인물로 신뢰받기 위한 노력의 방법(method)을 적용한 연기

메소드 연기를 직역하면 ‘방법 연기’다. ‘방법’은 배역 같은 인물이 되기 위해 배우가 활용하는 노력의 ‘방법’을 뜻한다.  그런 방법, 즉 ‘메소드(method)’로 훈련된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가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다. 실제 ‘메소드’로 통용되는 메소드 연기의 개념과 방법론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연극코칭 프로그램(Play Coaching Program, PCP)에서는 메소드 연기의 다양한 방법론보다 ‘메소드’라는 용어의 의미에 초점을 둔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82년생 김지영> 출처: 네이버 영화


배우는 실제 인생에서 부모 역할을 해보지 않았더라도 작품에서 부모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때 배우는 실제로 부모가 된 것처럼 신뢰받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아이를 안아보는 연습을 수십수백 번씩 하기도 하고, '여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도록 입에 달고 살 수도 있다. 흔히 '메소드 연기'라고 하면 살을 찌우거나 빼는 등의 노력으로 외형을 바꾸는 것을 떠올리지만 그런 방법은 수많은 메소드의 하나일 뿐이다. 폴란드의 연출가 그로토프스키(J. Grotowski)는 보편적이고 유일한 메소드를 부정하며 배우 개개인이 스스로를 탐구하여 자신만의 기술을 개발할 것을 주장했다. '메소드'라는 의미를 넓게 보면 배역과 같은 인물처럼 되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노력을 포괄한다.


태어나고 죽는 삶이  '세상'이라는 무대를 오르내리는 연극이고, 배역을 연기하는 연극은  수많은 역할로 살아가는 인생일 때, 누구나 맡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노력의 방법 역시 배우가 메소드 연기를 위해 활용하는 방법만큼 다양하다. 인생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최선으로  역할을 해내는 것이 인생의 메소드 연기.


남편, 아들, 동생, 삼촌, 처남, 사위, 매형, 친구, 선배, 후배, 배우, 코치, 강사, 컨설턴트, 작가... 내가 삶에서 맡고 있는 역할들이다. '선배, 후배, 친구'는 쪼갤수록 많아진다. 직장 선후배, 학교 선후배,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 직장 동료...  참 많다. 당신은 어떤 역할들을 맡고 있는가?


배우가 작품에서 역할을 맡듯이 '인생'이라는 연극을 하는 우리도 역할을 맡는다. 1인 다역이다. 역할에 따라 다른 장소에 가면서 다른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그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한다. 역할 별로 발휘하는 노력의 행위가 곧 메소드 연기다. 또한 역할 연기, 'Role Playig'이다.



2) 연기(演技)와 사기(詐欺)


연극코칭의 '인생이 연극이고, 연극이 인생이다'는 은유는 종종 오해를 낳는다. 인생의 역할을 연기하면서 일상에서 '연기를 한다'는 표현이 마치 '거짓된 행위를 한다'는 부정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연기(演技)는 사기(詐欺)가 아니다. 둘은 다르다. 글자도 다르고 의미도 완전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연기를 사기와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이를테면 누군가를 속이면서 장난을 치려는 사람에게 '연기하지 마'라고 말하는 경우다. 이때의 연기는 사기와 뜻이 같다. 사기는 속일 사(詐)와 속일 기(欺)를 써서 말 그대로 속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연기'라는 단어에서 속인다는 뜻은 찾을 수 없다. 직역하면 펼칠 연(演)에 재주 기(技)를 써서 ‘펼치는 재주’라는 의미다. 사전적 정의는 ‘배우가 배역의 인물, 성격, 행동 등을 표현해 내는 일’이다.


그런데도 왜 연기를 거짓과 연결해서 사용할까? 그 이유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허구 세계'와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세계'로 구분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배우들이 하는 연기는 허구의 작품 세계 안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거짓이 맞다. 실제로 아이언맨이 존재하지 않듯이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이 세상에 없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와 햄릿을 연기하는 배우의 행위는 허구다. 그런데 이처럼 명백히 허구라고 알 수 있는 것은 '허구 세계' 안에서 행해진 연기를 '실제 세계'에서 해석했기 때문이다. 배우의 연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는 관객은 현실 세계, 즉 '실제 세계'에 있다. 배우는 작품 속에 있고 관객은 작품밖에 있다. 우리는 '허구 세계' 밖의 '실제 세계'에서 관객의 관점으로 배우의 연기를 본다. 그래서 배우의 연기가 허구임을 알 수 있다. '실제 세계'에서 '허구 세계'를 보고 해석한 결과다.



이렇듯 '실제 세계'에서 '허구 세계'의 연기를 해석하는 방식과 '실제 세계'에서 '실제 세계'의 연기를 해석하는 방식은 달라야 마땅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세계의 구분과 상관없이 같은 방식으로 연기를 해석하고, '실제 세계'의 연기를 해석할 때도 거짓과 연결시킨다. 연기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인생이 허구가 아니듯 인생의 역할 연기도 허구가 아니다. 이것은 연기의 뜻을 그대로 적용시켜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연기의 사전적 정의, '배우가 배역의 인물, 성격, 행동 등을 표현해 내는 일''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인생'이라는 연극을 하는 우리에게 적용시켜 보자. 우리는 배우다. 그러면 인생의 연기란, '인생에서 맡은 역할의 성격, 행동 등을 표현해 내는 일'이라는 뜻이다. 결국 우리가 인생에서 하는 행위가 연기다. '세상'이라는 무대 위, '인생'이라는 연극을 하는 우리의 역할 연기는 진실이다. 실제 인생에서 하는 거짓된 행위야 말로 연기가 아니라 사기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연기하지 마'라는 표현은 엄밀히 말해 '사기 치지 마'가 정확하다.


모든 인간은 연기한다. 역할에 따라 다른 장소로 가고, 다른 옷을 입고, 다르게 말하며, 다르게 행동한다.  '인생'이라는 연극의 배역에 따라 다른 무대에 오르고, 다른 의상을 입고, 다른 대사를 치며, 다른 행위를 한다. 이것은 거짓이 아니다.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서 꾸며내는 일이 아니다. 동네 앞 마트와 결혼식에 다른 모습으로 가는 것은 거짓인가? 가식인가? 누군가를 속인 건가? 우리는 역할에 따라 사기를 치며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 뿐이다. 모든 최선의 행위(action)가 곧 인생의 연기(acting)다.



3) 인생 초목표 실현을 위한 노력 


연극코칭의 은유가 와 닿지 않고, 연기와 사기의 구분이 모호하다면 다시 '인생 초목표'로 돌아가 보자.

인생초목표는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목표다. 작품의 초목표가 작품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듯이 인생초목표는 인생의 시작과 끝을 관통한다. 탄생과 죽음을 관통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지향할 목표, 인생에서 맡은 여러 역할 별 목표의 목표다.

인생의 메소드 연기는 인생초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다. 연기의 목적은 초목표와 직결된다. 특히 인생초목표는 연기와 사기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다.


연극코칭은 모든 인간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연극코칭도 코칭의 일종이기 때문에 Y이론(성선설)을 기반으로 하는 코칭의 전제와 같다. 따라서 연극코칭을 통해서 설정한 인생초목표는 사기의 불순한 의도와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애초에 인생초목표를 '희대의 사기꾼이 되는 것'으로 설정하는 것은 코칭이 전제하는 인간관과 상충된다. 개인이 진심으로 원하는, 진정으로 원하는, 심사숙고하여 발견한 인생초목표는 양심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인생에서 하는 연기의 궁극적 목적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인생초목표를 실현하는 것이다.


사기는 속이는 것이고,
연기는 믿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사기도 믿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언뜻 생각하면 그런 것 같지만 연기와 사기는 궁극의 목적이 다르다. 사기는 잠시 믿게 만드는 것 같더라도 결국 속이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다. 이유나 사연이 어찌 됐든 양심을 외면하고 상대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배우의 연기는 속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해를 끼치려는 의도도 없다. 오히려 진심으로 믿게 만들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예술적 체험을 선사하려고 한다. 배우의 연기도 결국 작품의 초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사기를 치고 싶은 배우라면 굳이 무대 위에 오를 이유도 없다. 우리가 인생의 메소드 연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기를 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기를 하기 위해서, 인생에서 맡은 역할을 진실되게 수행하기 위해서 '세상'이라는 무대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연기'란 어떤 연기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진실되고, 믿음이 가는 연기’라고 답한다. 진정한 연기라고 느껴지지 않을 때 ‘로봇’, ‘발’이라는 표현을 붙여서 굳이 '로봇연기', '발연기'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정말 그 인물로 믿게 되고, 몰입하게 되고, 교감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연기에 찬사를 보낸다. 그것이 연기다운 연기라는 것을 안다. '세상'이라는 무대 위, '인생'이라는 연극 안에서 우리가 하는 연기도 그렇다. 인생초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역할을 연기하는 사람을 믿고, 그런 삶을 살았던 사람에게 찬사를 보낸다.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 연기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도 배울 수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결코 영화 속 아버지의 행동이 사기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연기는 사기가 아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이 연극이라면 생각해 볼 것들(1) 초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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