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 글쓰기 좋은 질문 252번

by 마하쌤

* 아끼는 것 중 최근 제자리에 두지 않아 찾아 헤맨 물건은 무엇인가? 그에 관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가능한 한 많은 문장을 써보라. 단, '나'를 주어로 두고 문장을 써야 한다. ("나는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나는 소파 밑을 찾아보았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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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글을 써보고 싶다는 H 언니의 제안을 받고, 지난 2월 17일부터 매일 아침 7시 5분에 글감을 보내드리기 시작했다. 한 달을 한 시즌(season)으로 삼아서, 시즌이 끝날 때마다 만나서 함께 밥을 먹으며 다음 시즌 계획을 짜곤 했다.



지난 시즌 1과 2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에세이류의 글을 주로 썼다면, 5월부터 시작되는 이번 시즌 3에서는 좀 더 영역을 넓혀서 소설류의 글쓰기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때 문득 생각난 것이 글감이 몇 백개씩 들어있었던 어떤 책이었다. 제목이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뉴욕의 작가들이 모여서 글감을 하나씩 보내 만든 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10년 쯤 전에 그 책을 사서, 거기에 있는 모든 글감들을 번호별로 일일이 타이핑 한 뒤, A4 용지에 수십 장을 출력해서, 각 글감들을 길쭉하게 가위로 오려서, 홍삼 상자에 몽땅 집어넣은 다음, 매일 아침 눈 감고 그 중 하나씩을 뽑아서 글을 썼었다. (그리 오래 하진 못했지만)



그래, 그걸로 하면 되겠네! H 언니와 헤어져 집에 돌아온 나는 옛 자료들이 들어있는 외장하드들을 꺼내서,

그때 그 책을 타이핑해놓은 파일 및 그 당시 내가 썼던 글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꽤 중요한 자료라 내가 제대로 보관해놓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내 글은 아무리 작은 것 하나라도 버린 역사가 없는데,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일 아침 7시 5분이 되면 H 언니에게 그 책에 있는 글감을 보내줘야 하는데,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었다. 그래서 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급하게 제목도 모르는 그 책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뉴욕, 작가, 글감, 수백 개" 이런 식으로 키워드를 입력해서 각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찾아봤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ChatGPT에게 도움을 청했다. 처음엔 희한한 책들만 내놓더니, 결국 그 책에 대한 단서를 찾아냈다. "642 Things to Write About - San Francisco Writer's Grotto에서 출간한 이 책은 창의적인 글감을 642가지나 수록하고 있어, 작가나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영감을 제공합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뉴욕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작가들이었구나! 어쩐지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온다 했네.



나는 그 길로 강남 교보문고로 달려갔고, (밤 10시 문 닫기 직전!) 다행히 딱 한 권씩 남아있었던 '글쓰기 좋은 질문 642'와 '글쓰기 더 좋은 질문 712' 두 권 모두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



다 쓰고 나니, '나'를 주어로 쓰라는 조건은 아예 무시해버린 것 같지만, 뭐... 그래도 '아끼는 것 중 최근 제자리에 두지 않아 찾아 헤맨 물건'에 대한 이야긴 맞으니까,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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