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날 : 글쓰기 좋은 질문 552번

by 마하쌤

* 다음 문장으로 시작해보라.

"바로 그때 그는 ___________ 을 믿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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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그는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그 날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는 여전히 그 순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날은 방과 후 특별 활동이 있었고, 그와 몇몇 친구들은 동아리실에 가서 신나게 선생님 욕을 하고 있었다. 만들기 수업을 담당하는 최영구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편이었고, 이름이 딱 놀리기 적당했으며, 무엇보다도 사람이 재미가 없었다. 아이들은 최영구 선생님의 말을 대놓고 무시하기 일쑤였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만들기보다는 자기들 멋대로 만들어버리곤 했다. 오히려 그게 이 수업의 제일 큰 재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최영구 선생님은 오늘 만들 것의 샘플을 품에 안고 교실로 들어왔다. 그것은 실물 크기의 진흙상이었는데, 누가 봐도 최영구 선생님의 모습을 본따 만든 것이었다. 아이들은 서로 눈짓을 하고 킥킥거리며, 또 하나의 놀릴 거리가 생긴 것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한 녀석은 그 진흙상의 턱에 어퍼컷을 날리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그때였다. 최영구 선생님이 진흙상을 교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자, 오늘은 여러분이 이 진흙상에서 느껴지는 것을 솔직하게 말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진솔한 감상을 내놓는 사람에게, 요 앞 패밀리 레스토랑의 4인 식사권을 선물로 주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다. 그 패밀리 레스토랑은 그가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었던 꿈의 식당이었다. 친구 녀석들이 주말에 거기서 생일 파티를 했다거나, 가족들과 외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찌나 가슴이 쓰리고 아렸는지 모른다. 그의 부모님은 그를 거기에 데려가줄 만한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말 그대로 미친듯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의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정말로 솔직하게 말하면 상을 줄까? 좋은 말을 해야 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과연 나는 솔직하게 말할 용기가 있을까?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도 감히 먼저 말을 꺼내려들지 않았다. 과연 누가 저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가 망설이는 사이,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서호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래, 서호가 한 번 말해봐."

서호가 씨익 웃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굉장히 잘 생겼습니다!"

그러자 손들이 일제히 하늘로 솟구쳤다.

"멋있어요!"

"인상이 좋아요!"

"좋은 선생님 같아요!"

"똑똑해 보여요!"

...



그는 입을 다물었다.

최영구 선생님은 도대체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것일까? 그가 상줄 사람을 정하니, 결국 그의 마음에 드는 말을 한 사람에게 저것을 줄 것이다. 선생님은 왜 우리에게 이런 것을 시키는 것일까? 선생님이 원하는 정답은 무엇일까?



그때 우리 반 반장인 미나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미나?"



"잘 만들었어요. 선생님이랑 정말 똑같이 생겼어요."



선생님이 웃었다.

나는 갑자기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졌다.

저 상품권은 미나에게 가겠구나.



그때였다. 선생님이 말했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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