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모든 것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공식적으로 말하는 이유, 스스로에
게 말하는 이유, 그리고 진짜 이유. 이 세 가지 이유가 서로 갈등을 빚는 이야기를 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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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댄스 학원에 가자고 먼저 제안한 건 강미였다. 고등학교 동창인 순주는 거절할 줄 모르는 친구였기 때문에, 그저 따라온 것일 뿐. 강미는 뮤지컬 매니아였고, 그래서 탭댄스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해외의 유명한 탭댄서들의 영상을 전부 섭렵했을 뿐 아니라, 탭댄스를 소재로 만든 영화들도 거의 다 봤기 때문에, 지식적으로는 선수급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녀가 취미 춤으로 탭댄스를 선택한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처음 순주와 함께 지하 1층에 있는 탭댄스홀로 내려가던 날, 강미는 알 수 없는 자신감에 꽉 차 있었다. 마치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자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초보자들에 섞이는 기분이랄까? 순주가 탭슈즈를 신으면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할 때도, 강미는 탭댄스의 간단한 몸동작을 흉내내며, 이렇게만 하면 된다고 시범을 보일 정도였다.
탭댄스 기초반. 오늘 처음으로 탭댄스를 시작하는 10명의 참여자들이 커다란 거울 앞에 한 줄로 나란히 섰다. 강사는 탭의 기본 자세를 시연하며, 일단은 한 발로 바닥을 치는 동작을 50번씩 반복해서 연습하자고 말했다. 강미는 속으로 어서 손과 발을 동시에 움직이는 고급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순주는 열심히 강사의 모습을 카피하기 바빴다.
그리고 드디어 강사의 구령에 맞춰서 참여자들이 일제히 발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처음 섰던 그 자리에서 발을 잘 구르고 있는데, 오직 강미만 바닥을 발로 칠수록 점점 더 뒤로 밀려나는 것이었다. 마음과 달리 몸이 혼자서 대열을 이탈하는 그 참담한 기분을 도대체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강미는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왜 저만 자꾸 뒤로 가는 거죠?"
강사가 다가오더니 웃으며 말했다.
"다리에 근육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아직은 다리에 버틸 힘이 없는 거죠. 차차 근육이 붙으면 괜찮아질 겁니다."
강미에게 그 말은 '아직 기술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말보다 더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원천적으로 자신의 몸에 하자가 있다는 말처럼 들렸으니까. 강미는 순주를 쳐다보았다. 정확히는 순주의 다리를 보았다. 순주는 자신과 달리 한 자리에 굳건히 서서 흔들림없이 동작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강미는 순주가 타고난 말근육을 가진, 운동에 능한 아이였다는 게 생각났다. 고등학교 때도 달리기는 순주가 학교에서 제일 잘 했었다. 젠장.
나머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강미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오늘 시작한 초보자들 중에서 자신이 제일 못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할 뿐이었다. 그 사실을 거울을 통해 눈으로 몇 번이고 확인해야 했던 것이 참을 수 없이 수치스러웠다.
순주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미는 조금씩 다리를 절었다. 순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강미는 이렇게 대답했다.
"생각보다 탭댄스가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네. 알지? 나 원래 무릎 별로 안 좋은 거? 계속 해도 될지 모르겠네..."
골목 갈림길에서 헤어질 때도, 순주는 "다음 주에 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강미는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내내 생각했다. 탭댄스가 생각보다 지루한 춤이었네. 내 성격이랑은 잘 안 맞는 것 같애. 역시 사람은 뭐든 직접 해봐야 알 수가 있다니까? 딱 한 번 밖에 안 신었으니까, 탭슈즈 대여비를 아마 돌려주겠지? 그래, 무릎을 다쳤다고 하면 뭐 어쩌겠어. 강사님한테 바로 문자 보내는 게 좋겠다...
강미는 거울에 비친, 혼자서만 뒤로 밀리는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는 걸 모른 척 하며, 계속 중얼거렸다.
"그래... 탭댄스는 나랑 맞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