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집에 있는 방 하나를 묘사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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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은 작은 정사각형에 가까운 방이고, 가구라고는 책장, 책상, 붙박이 장롱이 전부이고, 바닥에 매트리스 두 개를 겹쳐서 낮은 침대처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책상은 내 방의 청결도에 대한 바로미터라고 볼 수 있는데, 책상 상판색인 짙은 밤색이 보이면 깨끗한 것이고, 책상이 무슨 색인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갖 잡동사니들로 쌓여있다면, 방 치운 지 꽤 오래 됐다는 소리다. 현재 상태는... 후자이다. ㅠ.ㅠ
물건을 꺼내기는 쉬워도, 제자리에 그때그때 찾아 넣는 게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옷도 마찬가지이다. 책상 옆에 작은 바구니가 하나 있는데, 옷장에서 꺼내 입은 옷들은 벗고 나면 항상 거기에 툭 던져놓게 된다. 물론 겉옷은 부피가 크니까 장롱에 다시 걸어두기도 하는데, 그 외의 옷들은 빨기 전까지 계속 거기 머무르다가 세탁기로 가게 된다. 그래서 외출이 잦은 주에는 거기에 옷 더미가 또 생기곤 하는데, 하여튼 이 '더미'가 생기는 게 문제다. 옷 더미, 책 더미... 쓰레기가 쌓여있는 곳에 또 다른 쓰레기를 툭 던지기 쉬운 것처럼, 일단 '더미'가 생기면 계속 그 위에 쌓게 되어있다. 작정하고 치우겠다 맘 먹기 전까지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는 각종 더미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다. 그 '치울 힘', '치울 에너지'라는 게 참 갖기 어렵더라.
내 경우에는 수업도 16주짜리, 외국어 공부나 글쓰기도 몇 년 짜리, 이런 식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일이 많다 보니, 그 기간 동안에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게 차라리 제정신을 유지하기 쉽다고.... 핑계를 대고 있네, 내가. 글을 쓰다 보니 바로 알겠다. 내 말의 모순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럴수록 그때그때 잘 치우고 정리하면서 가야만 한다고, 이렇게 말하는 게 더 논리적인 것을. 아... 역시 그렇구나... OTL
내 방을 묘사하라고 했는데, 내 방을 보는 순간 치워야 하는데, 정리해야 하는데, 이 생각 밖에 안 들어서 이런 글을 쓰게 됐다. 내 수업 듣는 제자 중에 수업 중에 사용하는 닉네임으로 '집청소'를 쓰는 학생이 있는데, 닉네임을 그렇게 지을 수밖에 없었던 그 아이 마음을 나도 이제야 알 것 같다.
책상 위의 상태는 현재 내 상태와 정확히 일치한다.
시급히 정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