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일, 물병, 낡은 지갑 등 우리가 흔히 보는 물건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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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위에는 작은 쓰레기통이 하나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를 정도로,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아주 오래된 물건이다.
플라스틱 뚜껑은 청록색이고, 몸체는 베이지색인 철제 쓰레기통인데,
앞면과 뒷면의 그림이 다르다.
앞면에는 얼굴은 콩알 만한데, 몸체는 큼직한 남녀가 정장을 잘 차려입은 모습으로, 파티장인 듯 보이는 곳에 마주 서있다. 남자는 짝다리로 한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여유를 부리고 있고, 여자는 테이블에 한쪽 손을 대고 살짝 기대있는 자세이다. 테이블엔 화분 하나와 마시던 잔이 놓여져 있고, 벽에 걸린 시계는 10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다.
뒷면에는 한 여자가 의자에 앉아 무릎에 책을 편 채 앉아서는, 테이블 위에 놓인 바이올린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테이블 위엔 조각 케잌 하나와 커피 잔이 놓여있고, 꽤 큰 화분도 하나 있다. 벽에는 거울이 달려있다.
옆면을 보니 Urban People이라고 굵은 글씨로 적혀 있는데, 바로 이게 두 그림의 컨셉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밑에 영어로 설명이 적혀 있는데, "It's very attractive space in this city to ask sometimes my youth and more of my passion."이라고 되어 있다. 대충 해석을 해보자면, 그것은 이 도시에서 매우 매력적인 공간이다. 가끔씩 내 젊음과 내 열정을 묻기에... 응? 멋있는 말 같긴 한데, 정확히 뭔 소린지 잘 모르겠다. (이게 맞는 문장인 건가 싶은 의심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물론 맞는 문장인데, 내 영어가 부족해서 이해를 못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 작은 철제 쓰레기통의 밑면을 보았다. (이걸 산 이래로 진짜 처음이다!)
로고가 민들레 모양인 바른손 팬시 제품이었다.
정확한 제품명은 '탁상용 휴지통', 몸체는 석판, 뚜껑은 폴리프로필렌이랜다.
가격은 2,500원, 그리고 제조년월일이 무려 87년 10월이다. 와우!
그러니까 내가 국민학교 5-6학년일 때 샀단 얘기잖아?
와... 나랑 무려 38년을 같이 산 오래된 친구였네!
다음 달 초에 이사갈 때,
이 친구를 버리고 갈까 말까 지금 고민 중이었는데...
고민이 더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