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 글쓰기 좋은 질문 308번

by 마하쌤

* 도벽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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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벽이란, 충동적으로 물건을 훔치는 반복적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 건강 장애로, 금전적 이익이나 필요성과 무관하게 절도 행위 자체에 쾌락을 느끼는 것이 특징입니다. 어린이(5~8세)에서 가장 흔하며, 10세 이후 지속되는 경우 심각한 문제로 간주됩니다." - 네이버 AI 브리핑



평생을 모범생으로 살아온 나에게도 한때 도벽을 경험했던 시절이 있었다.

딱 저 나이(7~8세)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동네 대형 슈퍼 과자 코너에서 녹색 젤리를 하나씩 훔쳤었다.


그 당시엔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동그랗게 맞댔을 때 만들어지는 크기의 동그란 젤리를,

낱개로 하나씩 비닐 포장을 해서 팔곤 했었는데,

난 그 중에서도 녹색 젤리만을 노렸다.

(지금도 하리보 젤리를 먹던, 지렁이 젤리를 먹던, 언제나 녹색이 들어간 것을 제일 좋아한다)


젤리 도둑이었던 그 당시의 내 상황을 생각해보면,

엄마가 젤리를 못 먹게 해서도 아니었고,

젤리 사먹을 돈이 없어서도 아니었고,

젤리가 너무너무 먹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뭐랄까...

내 기준에서 생각했을 때, 슈퍼 아저씨에게도 큰 손실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생각되는 젤리 한 개를,

정말 아무도 모르게 훔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엄청난 스릴을 주었고,

무슨 대단한 모험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고,

심지어 성공했을 때는 내가 꽤나 완벽한 사람인 것 같은 성취감마저 주었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아무도 모르게 이런 것쯤은 해낼 수 있다는 삐뚤어진 자신감이랄까?


나는 비록 꼬마지만 완벽하게 어른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해 보였고,

남들은 모르지만 내 안에 작은 악마가 들어있다는 사실이 짜릿하기도 했었다.

착해 보이는 인상 뒤에,

실은 정교하게 계획을 꾸미고 실행에 옮기는 악당이 숨겨져 있는 게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 한두 번만 그랬었고,

워낙 겁 많은 새가슴인지라 세 번째부터는 길면 꼬리가 밟힌다고 들킬까봐 무서운 마음이 생겼고,

점점 죄책감이 너무 커져서 나중에는 아예 그 슈퍼 출입을 못 하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훔친 사과가 더 맛있다는 말처럼,

그때 먹었던 녹색 젤리의 죄책감이 가미된 달콤한 맛과 쫀득한 식감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생생하다.


한때의 치기어린 도벽은 끝이 났지만,

선과 악의 갈등.

이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평생 동안 매 순간마다 이기려고 애써야 하는 싸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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