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이 공원의 즉석 발언대에 서서 행인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 무슨 일일까?
------------------------------------------------------------------------------------------------------------------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길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경우,
잘 들어보면 그게 누구 들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고, 혼잣말인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피하기 보다는,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편인데,
많은 경우, 이전에 자신을 힘들게 했던 누군가를 향해,
그때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분노를 뒤늦게 쏟아내는 경우가 많더라.
그렇기 때문에 어조가 상당히 격앙되어 있고,
욕이 대부분이고,
이유나 논리는 드물고,
감정만 쏟아내기 바쁘다.
즉, 그들은 지금 눈 앞에 없는 누군가와 뒤늦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계속.
그들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이미 져버린 싸움이 억울해서, 분해서,
그 안에서 계속 싸우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나도 그들이 굳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드는 이유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인가?
자기가 이렇게 세고, 위협적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인가? 하고 의심했었는데,
요즘은, 그들이 그러지 않고선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남이 있건 말건, 나를 보던 말던,
그들 내부에서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와 투쟁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생각한다.
비록 실행에 옮길 자신은 아직 없지만,
만약 그들의 옆에 가서 왜 이렇게 흥분하고 계신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한테 그렇게 화가 난 것인지를 차분히 물어본다면 어떨까?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참을성 있게 들어주면서,
서서 이러지 말고, 잠깐 앉아서 얘기하자고 하면서,
시원한 음료라도 한 잔 마시면서 얘기하자고 하면서,
육하원칙에 따라 이 사람이 겪은 일들을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를 하나씩 이해해 나가려고 함께 노력한다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하던 대로 계속 소리를 지를까?
아니면 점점 차분해져서,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게 될까?
진심으로 들어줄 누군가가 있으면, 그들도 그런 행동을 멈출 수 있을까?
나는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