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 글쓰기 좋은 질문 235번

by 마하쌤

* 가장 마지막으로 내가 누군가를 속였을 때








---------------------------------------------------------------------------------------------------------------------------

아... 이거... 음...


내가 요즘도 제일 많이 속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울 엄마이다.

왜냐하면!

엄마는 항상 몸에 좋은 음식만 먹을 것을 강조, 또 강조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렇다.


튀긴 거 먹지 마라, 탄산 음료 먹지 마라, 고기 탄 거 먹지 마라, 밀가루 음식 많이 먹지 마라,

육가공품 먹지 마라, 성분표에 이상한 긴 영어 이름 적힌 것들 많이 들어있으면 먹지 마라,

짠 국물 먹지 마라, 심지어 공기밥 하나 다 먹지 마라(반만 먹어라)까지, 그 리스트는 끝이 없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난 엄마가 없는 곳,

즉 밖에 나가서는 엄마가 거의 못 먹게 하는 모든 것을 먹고 다닌다.


피자, 파스타, 라면, 치킨, 각종 튀김, 부대찌개, 핫도그...

이상하게 못 먹게 하면 할수록 더 격렬하게 먹고 싶어진다.

(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 사단이 난 것도 다 양쪽 집에서 연애를 못 하게 막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냥 사귀게 뒀으면, 한두 달 사귀다 저절로 헤어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문제는 그렇게 먹고 집에 돌아왔을 때다.

엄마는 나를 보면 항상 "밥 먹었어?"가 인사이고,

내가 "네, 먹고 왔어요."라고 대답하면 바로,

"뭐 먹었어?"가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 이때가 최고로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진실을 말하면 듣기 싫은 잔소리가 쏟아질 것이고,

거짓을 말하면 (한두 번도 아니고) 너무 민망하기 때문이다.


내가 주로 엄마를 속일 때는,

겨울엔 "돌솥비빔밥 먹었어요"라고 얘기하고, 여름엔 "비빔밥 먹었어요"라고 말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엄마도 아시겠지. 거짓말이라는 걸.

그래도 똑같은 잔소리를 또 듣기 싫을 때는 그냥 이 버전으로 말하고 방에 들어가버린다.


내 나이가 도대체 몇인데 아직까지도 엄마랑 이런 걸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몸에 그렇게 안 좋다는데도 왜 계속 먹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나는 지금도 엄마를 속일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과연 그러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긴 할까? ㅠ.ㅠ

우린 피차 안 바뀔 것 같은데...

keyword
작가의 이전글85 : 글쓰기 좋은 질문 246번